[Opinion] 우리가 함께였음이 자랑이 되는지, 아이유 'LILAC' [사람]

20대의 끝자락에서, BYLAC- 아이유
글 입력 2021.04.09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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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5일, 아이유가 20대의 마지막에 안녕을 고하는 인사를 담은 정규 앨범 5집 'LILAC'을 발매했다. 여러 아티스트와 협업으로 다채롭게 구성한 10곡 모두 가사를 직접 써서, 아이유의 지난날들에 대한 추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자기의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이란 수식어를 가진 아이유는, 그만큼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며 수없이 깨지고 힘들었던 순간에 본인을 잘 다독여왔을 것이다. 일기든 메모장이든, 자신과 대화했던 경험으로 풀어낸 가사는 듣는 이들의 관심을 공감으로 바꾸었다.

 

그런 의미에서 힙합의 기준이 진짜로 자신이 겪은 거리의 삶을 말하는지, 얼마나 고난을 이기며 지금에 이르렀는지 그 진솔함의 여부에 따라 판단되는 것이라면, 아이유가 국힙 원탑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녀의 행보를 봐도 알 수 있듯, 처음 대중 앞에 섰던 아이유가 어떤 사람이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초창기 데뷔 때 '좋은 날', '너랑나' 등 메가 히트곡으로 여성 솔로의 새 역사를 썼던 아이유는 어느 순간부터, 조금은 촌스럽고 아날로그의 감성을 담은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옛날이야기','너의 의미' 등 옛날 노래를 리메이크한 시도는 그녀의 목소리가 커버할 수 있는 폭을 확장했으며, 음악성에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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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마음', '팔레트', '이 지금', '에잇' 등으로 무기력한 나, 수줍은 나, 본인이 마주한 숱한 나의 모습에서 느낀 메시지를 대중에게 하나둘 꺼내온 지난날의 목소리는, 역으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어떤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고 싶은지, 당신은 어떤지.

 

지난 1월 공개된 'Celebrity'는 대중성과 아티스트의 내러티브가 극에 달했다. 누구나 친숙하게 느낄법한 사운드 위에 아이유가 대중에게 하고 싶은 메시지가 그대로 담겼다.

 

 

잊지 마 넌 흐린 어둠 사이

왼손으로 그린 별 하나

보이니 그 유일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야

You are my celebrity

 

아이유 정규앨범 5집 'LILAC' 수록곡 - 'Celebrity' 가사 중

 

 

Celebrity의 가사가 음원 1위를 이어가며 대중의 사랑을 받은 것은, 기업을 하나 일으킬 정도로 고생하며 성과를 이뤄낸 아이유의 목소리를 빌었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아이유가 16세 때 데뷔한 이후부터 10년 정도 되는 그녀의 발자취와 성장을 함께 지켜봤다.

 

그런 아이유라고 논란과 이슈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며, 공허함에 폭식증이 오기도 했다는 일화를 말하던 모습은 꽤 덤덤했다. 이 외에도 숱한 잣대들 때문인지 모를 불면증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가장 큰 사랑표현이 상대의 숙면을 바라는 말이라는 이야기는 어느새 아이유의 꼬리표가 되었다.

 

인기의 절정을 반복하며 방송이며 드라마, 작곡 등 꿋꿋하고 꾸준하게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온 그녀는 이십 대의 마지막을 후회 없이 보냈다고 말하고 있다.

 

그 이십 대의 마지막 속에 아이유는 팬들에게 묻는다.

 

  

나를 알게 되어서 기뻤는지 나를 사랑해서 좋았었는지 

우릴 위해 불렀던 지나간 노래들이 여전히 위로가 되는지 

당신이 이 모든 질문들에 '그렇다' 고 대답해준다면 

그것만으로 끄덕이게 되는 나의 삶이란 오 충분히 의미 있지요

 

삶의 어느 지점에 우리가 함께였음이 여전히 자랑이 되는지

멋쩍은 이 모든 질문들에 '그렇다'고 대답해준다면

그것만으로 글썽이게 되는 나의 삶이란 오 모르겠죠

어찌나 바라던 결말인지요


아이유 정규앨범 5집 'LILAC' 수록곡 - '에필로그' 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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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디자인을 나누는 정의는 아직도 그 논란이 많지만, 많은 기준 중 하나로 '자기의 이야기를 하는가' 아닌가에 따라 나뉠 수 있다. 아이유를 두고, 대중가수이자 아티스트의 수식어가 동시에 따라오는 이유도 자기 이야기를 하는 대중가수이기 때문이다. 흔히 인식하는 상업계열의 여성 솔로와 아이유가 왠지 다르다고 느끼는 이유는 그러한 양면성을 지닌, 둘의 경계에 있는 가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행보를 '성공한 영앤 리치 여성 1위 솔로 가수'로만 치부하기에 아쉬운 이유는, 진정성을 논하기에 우수울 만큼 귀감이 되기 때문. 내면의 목소리에 충실했던 사람의 10년은 더할 나위 없이 충분했고, 그녀가 해왔던 작품, 노래 역시도 숱한 위로와 영감을 주지만, 그녀의 행보 자체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런 행보가 설령 본인이 의도한 이미지일지라도, 단단하게 노력하고, 성공을 이루며 긍정적인 이미지를 대중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꾸준히 그 모습을 변치 말아 달라고 응원하게 된다.

 

아이유가 운이 좋았다는 댓글을 읽으며, 문득 업계에서 아이유와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는 지인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아이유의 성공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냔 질문에, 다소 추상적인 단어인 '노력' 대신 이런 말을 들었다. 잠깐 짧게 마주쳤던 아이유는 모르는 노래가 없었다고 했다. 본인이 제목은 모르는 노래를 흥얼거릴 테면 노래 제목이며 작곡가며 바로 맞춰버리던 그녀의 모습을 전해 들은 이후, 쉬는 시간에 노래만 듣는다던 그녀의 모습을 상상했다.

 

대중에겐 보이지 않을 '노력'이란 단어는 아마 다양한 모습으로 그녀와 함께했을 것이다. 최근 아이유는 '유퀴즈' 100회 특집에 나와, 29살 이십 대의 마지막에서 지난날을 돌아보며 열심히 한 건 일밖에 없다는 감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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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스스로 건강을 많이 당겨 썼다고 말하는 모습엔 모든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이번 정규 5집 수록곡 'coin'도, 일이 주는 자극적임에 중독된 자신의 모습을 게임에 중독된 모습에 비유해 쓴 곡이다.

 

우리에겐 보이지 않으니 쉽게 평가절하하고 흠집을 내려는 사람들에게 '삐삐' 등으로 할 말을 해버리던 과거 아이유의 가사를 들으면, 이 사람 여간 단단한 게 아니구나, 역시 귀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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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고 싶은 순간에도 주어진 일을 마다하지 않고 무너지지 않았던 내공은 '그림보다 빼곡히 채웠다는' 일기를 통해 차곡차곡 쌓아왔을 것이다. 훔쳐보고 싶은 그녀의 일기장엔 어떤 기쁨과 잠 못 드는 밤이 적혀 있을지.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일들이 있지

내가 날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서

맘이 가난한 밤이야

아이는 그렇게 오랜 시간

겨우 내가 되려고 아팠던 걸까

쌓이는 하루만큼 더 멀어져

우리는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아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

(중략)

그럼에도 여전히 가끔은

삶에게 지는 날들도 있겠지

또다시 헤매일지라도 돌아오는 길을 알아

 

아이유 정규앨범 5집  'LILAC' 수록곡 - '아이와 나의 바다' 가사 중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건 가지각색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 사람의 생김새가 좋아서, 분위기가 내 스타일이라, 그냥 보고 있으면 행복해진다거나 기타 등등. 하지만 아이유의 경우, 봄날이 좋을 때, 마음이 잿빛일 때, 잠이 오지 않을 때 떠올리게 되는 그녀의 노래와 그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함께 떠올리게 된다.

 

얼굴 한번 실제로 본 적 없고, 대화 한번 나눈 적 없는 사람의 노래에 담긴 이야기가 큰 위로가 되어준다는 것, 그리고 그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인생을 생각하게 된다는 점에서 아이유는 아티스트 이외에도 idol, 우상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고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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