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래퍼 김하온이 깨우친 진리들에 대하여 [사람]

삶이라는 망망대해 속 인생의 서퍼가 되는 비결
글 입력 2021.04.0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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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고등래퍼2’라는 프로그램에 혜성처럼 등장한 18세 소년 래퍼가 화제였다. 랩에 대해 뭘 모르던 나조차도 그의 싸이퍼를 반복재생할 만큼, 세상에 대해 확신으로 가득 차 있고 평화를 추구하는 그가 멋있어 보였다. 싸이퍼 때 입은 꿀벌 옷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고, 어린 나이에 세상을 모두 통달한 듯이 매번 뱉는 철학적인 말들은 명언으로 다가왔다. 나는 곧 그의 모든 영상을 찾아보고 가사를 해석하기에 이르렀다.

 

 

 

명상 SWAG


  

명상 Swag. 김하온이 등장하면, 이 말이 꼭 함께한다. 그가 명상을 통해 증오를 버리고 새 삶을 살게 되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김하온은 ‘고등래퍼1’과 ‘쇼미더머니6’에도 출연한다. 그러나 그때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탈락하고 만다. 나는 그 당시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미움과 분노에 가득 차 있는, 표정부터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김하온은 본인이 가진 증오나 미움에 대한 가사를 적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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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의 프로그램인 ‘고등래퍼2’에서 그는 가만히 있어도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처럼 보였다. 첫 싸이퍼, 처음 자기를 소개하는 랩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증오는 빼는 편이야 가사에서, 질리는 맛이기에.” 그러면서 그는 취미는 명상이며, 자신은 여행자라고 소개한다. 아마도 삶을 여행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신선한 언행과 래핑에 많은 이들의 기대가 함께 했다. 그러면 부담도 함께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는 결국 우승한다. “운명이 저를 이끄는 데까지가 목표.”라고 선언하며.

 

그가 특별한 만큼, 그의 가사도 특별하다. 그로 인해 산만하기 그지없는 나도 명상에 도전해볼 정도로 그는 명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명상을 통한 그 자신은 비어있고, 그래서 욕심 없이 새롭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자신을 채울 수 있다. 잠시 그의 가사를 살펴보자.

  

 

생이란 이 얼마나 허무하고 아름다운가 / 왜 우린 우리 자체로 행복할 수 없는가 / 우리는 어디서 와 어디로 가는 중인가 - 고등래퍼2 싸이퍼 중에서

 

행복이란 무엇일까 / 그것은 어디에도 없으며 동시에 어디에나 있구나 / 우리는 앞만 보고 살도록 배웠으니까 / 주위에 남아있는 행복을 놓쳐 빛나지 못하는 거야 - <어린 왕자> 중에서

 

뒤를 잇는 것이 아닌 그저 잊는 힘을 기른 나는 / 기를 쓰지 않고 만들어 믿음뿐인 길을 / 우리 사일 선으로 그으면 모양은 마름모 - <바코드> 중에서

 

물 흐르듯 살아왔고 답하지 못한 물음엔 또 다른 물음이 꼬리를 물며 / 질문들은 맞물려 허물이 되었고 철들고 물불 안 가리고 살아왔다면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 되어버린 걸지도 / 배우기보단 감독이 되고파 / 그러나 너의 추악함에서 날 발견하고 배우지 또한 / 거울 보듯 한 삶이 텅 빈 나를 풍요롭게 하니 - [Adios] 중에서

 

      

그의 가사에는 명상을 통한 삶에 대한 그의 고찰에 대해 담겨있다. 생이란 허무하고 아름다우며, 우린 왜 그 자체로 행복할 수 없는가에 대한 물음은, 행복은 어디에도 있고 동시에 어디에나 있는 것이라는 답으로 귀결된다. 명상을 통해 자신을 비우는 법을 배운 그는, 그 자신을 믿으며 정체성을 확립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질문들과 마주한다. 그 물음들에 언제나 명쾌한 해답을 내릴 수는 없다. 답하지 못한 물음들은 일단 우리가 살아봐야지 깨닫는 것들이다. 그렇게 훗날 깨닫는 질문들이 맞물린다면 그저 쉽게 벗겨지는 허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철들고 물불 안 가리고 살아왔다면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일 수도 있다는 가사도, 어린아이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성숙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동섭의 <파리로망스>에는 이러한 문장이 등장한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다. 그래서 나이들 수록 슬픔은 더 슬프고, 우리는 슬퍼질 일은 피하려 든다. 상처를 피해갈 현명함을 얻는 대가로 순수함을 잃는다.’
 

 

그렇기에 철이 들고 나서, 뜨겁고 열정적으로 살아왔다면 강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언제나 성숙한 마음으로 무모하게 사는 사람이 되고 싶었으니까.

 

특히 배우기보단 감독이 되고파. 이 부분의 펀치라인은 김하온의 센스를 보여준다. ‘배우기보단’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영화배우, 연극배우 등을 뜻하는 '배우'와 Learn, 학습을 뜻하는 배움이다. 명상의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을 타자화시켜서 내려다보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자기 자신의 감독이 되어 자신을 멀리서 바라보며 지휘하고자 한다. 이는 ‘삶이란 흐르는 오케스트라, 우리는 마에스트로.’라는 가사에도 드러나 있다.

 

또한, 김하온은 학교를 자퇴하고 음악을 하는 학생이다. 학습으로써의 배움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 단순히 학생으로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것의 ‘배움’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여진다. 실제로 김하온은 자퇴를 하기 위해서, 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한 장문의 계획서를 쓴다. 그곳에는 남다른 포부가 드러나 있다. “더 많은 작업물을 만들고 활발히 공연한다.”, “영어공부는 지속한다.” 사실상 자퇴 계획서가 아니라 그의 장기적인 인생 계획이 담긴 지침서인 것이다. 배우기보다는 그의 인생의 감독으로, 그는 그렇게 자리 잡는다.

 

거울 보는 듯한 삶이 그를 풍요롭게 한다고 말하며, 그는 추악함에서도 오히려 배운다고 이야기한다. 타산지석, 그리고 반면교사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그는 하찮은 대상도 참고하여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는 것에 도움을 얻고, 다른 사람의 잘못을 거울삼아 가르침으로 삼을 줄도 안다.

 

또한, 원치 않는 상황을 보게 되는 것의 원인은, 자기 자신의 부정적인 생각도 영향을 미친다. 그의 가사에는 거울이 자주 등장하는데, 거울을 수십 번 바꿔도 자신의 마음이 번민하고 있다면 비치는 상은 그대로일 것이다. 그가 거울 보는 듯한 삶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실제로는 거울이 아니라 마음을 돌아보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김하온, 이병재의 <바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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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코드>라는 곡은 김하온과 이병재의 대비되는 성격의 특성을 바탕으로, 대화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서 바코드는 입체적인 의미이다. 첫 번째로는 우울감에 빠져있던 이병재의 흉터의 모습이다. 그는 “흰색 배경에 검은 줄들이 자신의 상처를 보는 것 같았고, 그걸 찍는 빛이 김하온의 밝은 면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라고 설명한다.

 

두 번째로는 ‘방송 싫다면서 바코드 달고 현재 여기에’라는 이병재의 가사에서 알 수 있듯이 방송에 출연하여 물건 마냥 값어치가 매겨진 자신의 모순적인 모습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또한, ‘바코드를 횡단보도 삼아 뛰어서 벗어나야겠어, 이 네모 밖으로 말이야.’에서는 바코드를 마치 횡단보도에 그려져 있는 흰색 선들과 검은 밑바탕과 같다고 해석한 것이다. 또한, 바코드 빛은 잠깐 반짝하기에, 방송에 출연하는 동안은 화제가 되지만 금방 인기가 사그라들 것 같은 그들의 모습을 빗대어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바코드의 흰색과 검은색이 반복되는 것이 방송 내에서 빛과 그림자 정도로 대비된 모습을 보이는 김하온과 이병재 그 자체를 뜻한다고도 생각했다. 음악만 두고 봐도, ‘삑 그리고 다음’이라는 훅 부분도 중독성이 있고, 가사와 라임, 그리고 메타포까지도 입체적이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실 이 곡을 ‘우리 사일 선으로 그으면 모양은 마름모’라는 가사 때문에 좋아하게 되었다. 처음 노래를 듣고 이 가사가 자꾸 입안에 맴돌았다.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없어서였을 것이다. 마름모는 네 변의 길이가 모두 같은 사각형이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은 이것이 아니다. 마름모는 두 쌍의 마주 보는 변이 서로 평행이다. 평행한 두 선은 절대 마주칠 수가 없다. 마치 김하온과 이병재를 뜻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 두 사이를 선으로 그으면, 반짝이는 마름모, 보석이 된다. ‘우리 사일 선으로 그으면 모양은 마름모’라는 가사 뒤에는, ‘하나도 놔두지 않아 나쁜 건’이라는 노랫말이 따라온다. 결코 마주치지 않아 아쉬운 사람들 사이에, 연결고리가 되는 선이 형성되고, 그들은 반짝인다. 순수한 결정체의 보석으로. 불순물 하나 없이 고스란히 남겨진 순수한 결정으로.

 

 

 

애쓰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는 법, <리얼리티 트랜서핑>


  

 

물결 거스르지 않고 즐겨 transurfing / 원한다면 곧장 내 손으로 들어올 테니 / 깨어있기를 반복해도 머리 위로 흔들리는 pendulum - 고등래퍼2 싸이퍼 중에서

 

외부와 내부의 의도를 동시에 쥐고 달려 - <바코드> 중에서

 

 

트랜서핑, 펜듈럼, 외부와 내부의 의도, 가능태... 이 단어들은 러시아의 양자 물리학자가 쓴 <리얼리티 트랜서핑>이라는 책 속의 용어들이라고 한다. 김하온이 인생이 바뀐 책이라니,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고 지금 읽고 있는 책이다. 잠시 설명하자면, 트랜서핑이란 다른 쪽으로 옮겨간다는 뜻의 Trans와 파도타기를 뜻하는 Surfing을 합쳐서 저자가 만들어낸 말이다.

 

우리는 모두 삶이라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서퍼일 것이다. 우리는 인생의 파도를 자유자재로 타는 ‘주체’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가 있다.

 

펜듈럼은 인생의 서퍼가 자유자재로 운명을 창조하는 것을 방해하는 에너지를 뜻한다. 부정적인 에너지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펜듈럼이 흔들리면 우리의 순수한 의도가 방해받는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생각을 더 강력하게 만들어야 한다.

 

‘외부와 내부의 의도를 동시에 쥐고 달려’에서 내부의도는 우리의 생각(의식)으로 만들어내는 의도를 말하고, 외부의도는 마음 깊숙이 영혼(무의식)이 바라는 의도이다. 김하온이 말하는 그 둘을 동시에 쥐고 달린다는 것은, 이 둘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아야 하며, 동시에 부여잡고 가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 책은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일상이 바빠서 3권을 모두 막무가내로 읽고자 한 다짐이 무색해졌다. 한 권으로 정리된 <트랜서핑의 비밀>도 있으니, 나와 같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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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김하온이 한 방송에서 말하여 화제가 된 유서로 마무리하려 한다.

 

“사람들이 삶 안에서 내적으로 외적으로 자유를 얻고 그 자유 안에서 서로를 사랑하고, 용서하며 그로 인해 얻은 평화로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기를 진심으로 기도하며 글을 마친다. 나 이제 왔던 것처럼 돌아가며 발걸음엔 망설임이 없다. 다음 생엔 울창한 숲의 이름 모를 나무로 태어나 평화로이 살다가 누군가의 유서가 되고 싶다. 안녕 그리고 평화!”

 

부정적인 에너지에 지배당하고 있다면,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명상, 그리고 김하온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이 어떨까. 그 근사한 에너지는 그랬던 필자에게도 큰 힘이 되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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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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