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었던, 블라인드

글 입력 2021.01.12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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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이 잘 안나지만 약 10년 전, 영화를 소개하는 블로그에서 [블라인드]를 본 적이 있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 루벤과 책을 읽으러 온 마리의 이야기로 나는 그 글을 읽자마자 영화를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당시 볼 수 있는 곳이 없었고 나는 무척이나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에 가끔 생각이 날 때면 찾아봤지만,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은 여전히 없었고 나는 자연스레 이 영화에 대해서 잊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우연찮게 '블라인드'라는 영화 제목을 보자마자 나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설마 내가 오랜 시간 보고 싶어 했던 그 영화가 맞을까? 하는 마음으로 링크를 클릭했고 내가 보고 싶어 하는 영화가 맞았다.

 

그때 나는 크게 감탄을 했다. 오랜시간 보고 싶어 했지만 볼 수 없었던 영화를 본다는 것은 굉장히 운이 좋은 일이었고 조심스러운 시기지만 극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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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나를 기억해줘. 네 손끝, 네 귓가에 남은 나를...”

 

앞을 보지 못하는 ‘루벤’.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고 짐승처럼 난폭해진 그를 위해 어머니는 책을 읽어주는 사람을 고용하지만 다들 오래가지 못해 그만둔다. 새로운 낭독자로 온 ‘마리’가 첫만남에서부터 루벤을 제압한다. 마리는 어릴 적 학대로 얼굴과 온몸에 가득한 흉측한 상처와 남들과 다른 모습에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다니지만 볼 수 없는 루벤 앞에서만은 자신을 드러낸다.

 

루벤은 [눈의 여왕]을 읽어주는 마리의 기품 있는 목소리와 단호한 행동에 관심을 갖고, 마리를 아주 아름다운 모습일 거라 상상하며 사랑에 빠진다. 누군가에게 사랑 받는 것이 처음인 마리 역시 낯선 이 감정이 사랑임을 깨닫고 마음을 연다.

 

하지만 루벤이 수술로 눈을 치료할 수 있게 되면서 마리는 자신을 보고 실망할 것이 두려워 그의 곁을 떠난다.

 

이제 모든 것을 볼 수 있게 된 루벤은 사라진 마리를 찾아 방황하는데…

  

 

예전에 읽은 글을 통해 모든 줄거리를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본 영화는 역시 글로 읽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았다. 아름다웠던 영상미, 배우들의 연기, 하나하나 느껴지는 소리.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라 그런지 하나하나 따라가기 바빴던 것 같다.
 
루벤은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촉감과 청각이 더 발달했는데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수염을 깎는 소리, 숨소리 등 일상이라면 그냥 지나쳤을 소리가 여기서는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 마리와 함께 빙판에 가서 장갑을 낀 채로 얼음을 만지니 나는 볼 수가 없다고 한 대사도 인상 깊었다. 루벤에겐 만지는 것이 곧 보는 것이었을 테니 뭐든 만지려고 했던 루벤의 행동이 이해되었다.


둘의 사랑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눈이 보이지 않는 루벤에게 눈이 되어준 마리, 사람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 조차 힘들어하는 마리에게 편안함을 준 루벤. 웃지 않는 마리가 루벤과 함께 있을 때 웃었는데 마리가 치유받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함께 있는 것이 아름다웠기 때문에 둘의 엇갈림은 나에게 참 안타까웠다.
 
마리가 조금만 더 용기를 냈더라면 평생 행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다가도 상처가 큰 사람이 용기를 낸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에 마리의 행동이 공감 가기도 했다.
 
또한, 마리가 루벤을 통해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가도 루벤 어머니나 주치의의 말 하나하나가 마리를 위축되게 만들었고 그들의 태도에 화가 나기도 했다. 루벤은 충분히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는 건데 왜 그의 주변에서 그 사랑을 함부로 판단하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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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와 루벤은 결국 엇갈렸고 마지막에 루벤은 다시 암흑의 세계로 돌아간다.
 
루벤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가족 외에 사랑하는 사람, 전부인 사람이 없다는 것은 눈이 보여도 결국 흑백의 삶이었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했을거라 본다. 그만큼 마리는 루벤에게 전부였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한 거라고 생각한다. 루벤은 마리와 함께 눈이 보여서 함께하는 삶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 후에 나온 장면에서 뛰어다니는 마리가 루벤의 상상인지 현실인지 사람마다 의견이 달랐다. 나는 상상이었다고 생각한다. 둘이 다시 만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결말이겠지만 다시 암흑의 세계로 돌아간 루벤과 마리가 과연 행복할 수 있을지는 확신 할 수 없다. 그저 각자 선택한 삶 속에서 행복하길 바랄 뿐이다.
 
오랜 시간 동안 보고 싶었던 영화라서 그런지 정말 만족스러웠다. 내 기준에서 완벽한 해피엔딩은 아니었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사람의 진심 어린 마음을 봐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많이 예민하고 답답한 시기, 특히 마스크를 써서 사람의 겉을 볼 수 없는 시기에 보러 가면 다른 관객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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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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