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걸작 다시보기 - 시민케인 [영화]

글 입력 2020.12.2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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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케인(Citizen Kane), Orson Welles, 1941

 

 

미국 영화연구소 AFI(American Film Institute) 100대 영화에서 1위로 선정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 <시민케인>을 보았다.

 

박수 짤로도 유명한 오손 웰스 감독의 영화 <시민 케인>은 걸작을 감상하기 전 합리적인 기대처럼 글 한편 쓰고 싶은 감정적 요동을 상상했으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듯, 혹은 뚜렷한 사(史)적 의미를 가진 여느 작품들이 그렇듯 어떠한 감흥도 느끼지 못한 채 영화가 끝나버렸다. 그 이유를 되짚어 보자면 현대를 살아가는 나에겐 이미 클리셰가 되어버린 방식들의 집합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영화의 간단한 스토리를 설명하자면 이러하다.

 

주인공은 1940년 '뉴욕 인 콰이어러지'의 발행인이었던 찰스 포스터 케인이다. 권력, 부, 인기, 존경, 생애 모든 것을 누린 것처럼 보였던 그가 플로리다의 대저택 제나두에서 죽으며 마지막으로 했던 말인 '로즈버드(Rosebud)’의 의미를 알아내기 위해 기자 톰슨이 취재를 떠나고 케인의 주변 사람들 하나하나를 만나게 되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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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케인이 출생부터 타고난 금수저는 아니었다. 1862년 콜로라도 주 리틀세일럼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우연히 케인의 집 하숙생이 준 광산에서 노다지가 쏟아져 벼락부자가 되었고, 케인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더 좋은 기회를 주기 위해 그리고 간접적으로는 케인 아버지의 폭력성의 이유로 동부에 거주하는 재력가 월터 파크스 대처에게 어린 케인과 광산 운영권을 맡긴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어머니와 떨어지게 된 케인은 재력가 밑에서 자라다 25살이 되었을 때 뉴욕 인콰이어러지를 인수한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일해나가겠다는 선언을 신문 1면에 실으면서 인콰이어러지는 발행부수가 급격히 늘어났고 케인은 젊은 나이에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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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케인은 대통령의 조카인 에밀리 노턴과 결혼한 상태에서 수잔 알렉산더와 불륜을 저질러 거의 당선을 확신했었던 주지사 선거에서 낙선했다. 이후 수잔과 재혼하고 그녀를 유명한 가수로 만들기 위해 대형 오페라극장을 지어주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결정적으로 수잔의 노래 실력이 따라주지 않아 공연의 결과는 참혹하기만 했다. 케인의 빈껍데기 사랑을 확인한 수잔마저 케인을 떠나고, 홀로 남은 그는 “로즈버드..”라는 말을 남기고 자살을 한다.

 

모든 걸 다 가졌던 케인이 죽기 전 떠올린 것은 아마도 그가 가지지 못했거나, 잃어버린 것일 무언가 일 것이라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케인이 소장한 돈 되는 조각 작품들은 경매로 팔려가기 위해 값이 매겨지고, 쓸모없는 물건들은 가차 없이 불속에 던져진다.

 

이 중 케인이 어린 시절에 즐겨 탄 썰매 또한 소각장에 버려져 태워지는데, 그 썰매에 그토록 찾던 '로즈버드'가 새겨져 있는 것으로 이 영화는 끝난다. 그의 전 아내, 친구, 동료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그가 가장 그리워했고 결코 가질 수 못했던 로즈버드의 실체는 그의 소박한 유년기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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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케인>은 미국 영화사적 최고의 걸작이라고 꼽히는 영화로, 그 명성은 누구나 한 번 들어봤을 것 같다. 자그마치 80여 년 전인 1941년 개봉작이지만 딥 포커스 기술과 독특한 내용 전개 방식을 종합적으로 선보여 형식적인 견지에서 현대 영화의 교과서와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에 흑백영화이기에 고전 영화 다운 느린 템포를 보일 것이라 예상하기 쉽지만 지금 봐도 세련된 전개 방식과 영상미는 실로 놀라운 부분이었다.

 

호평의 근거를 조금 더 들여다보자면 첫째로 당시 유행을 하던 몽타주와 미장센 기술을 최적으로 조합해 종합적인 영화 언어를 이룩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특히 거울과 창문이라는 오브제를 활용해 한 화면에 두 가지 다른 상황을 중첩시키는 연출은 미장센을 극대화하면서도 영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여겨진다.

 

둘째는 스토리텔링의 현대성이다. 케인의 죽음으로 영화를 시작해 그의 마지막 유언인 '로즈버드'의 의미를 추적하는 것으로 시간순을 따르던 고전적인 전개 방식에서 탈피하는 동시에 '관객' 주체를 작품으로 끌어들이는 현대성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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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방면으로 혁신성을 지닌 본 작품이 실제 개봉되었을 당시에는 흥행을 이끄는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아카데미 시상식 9개 부문에 올랐음에도 각본상 하나밖에 수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주인공 케인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가 영화 제작 전후를 통틀어 온갖 방해를놓았기 때문이다.

 

자신을 모티브로 한 주인공의 결말이 외롭고 처참할 뿐만 아니라 그의 삶을 직접적으로 풍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니 당연히 본 영화가 못마땅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권력의 억압을 극복했던 일화까지도 후대 작품의 명성을 드높히는 하나의 장치가 되었다.

 

실제로 본 영화에 대한 찬사가 다수의 의견이긴 하나 일각에선 과대평가됐다는 비판이 존재하기도 한다. 본영화의 감독이자 주인공 케인의 역할을 맡은 오슨 웰스를 연구하는 전문가들도 〈시민 케인〉보다는, 〈악의 손길〉이나 〈위대한 엠버슨가〉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영화사에 남을 기적 같은 작품, 걸작의 수준을 뛰어넘는 작품"

 

_미국 영화평론가, 로저 이버트(Roger Joseph Ebert)

 

 

"과잉된 테크닉으로 점철된 영화로, 지나치게 신격화되고 과대평가된 작품이다. 적어도 영화 사상 최고의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오슨 웰스의 다른 작품들이 훨씬 훌륭하다."

 

_영화감독, 박찬욱

 

  

본 영화에 대한 현대의 다양한 논의들을 조사하며 잠을 쫓으며 허벅지를 찌르며 꾸역꾸역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처럼 누군가 정해놓은 걸작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우리가 동참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적으로 훌륭한 작품과 사랑하는 작품이 당연히 구별되듯 고전 감상 후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내 취향에 대한 의심은 무의미하다.


약 80년이 지난 상태에서 그 가치가 유효할 것임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성립이 안되는 문제이며, 걸작이라고 이름 지어지는 것들에 대한 재평가는 시대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여지가 있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특히 영화'사적', 즉 해당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기반되는 걸작의 함의에 대해 재고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정다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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