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장 추상적인 것을 가장 구체적으로 - G는 파랑

글 입력 2023.11.0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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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추상적인 것이 가장 구체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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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어떻게 감상하는 게 좋을까?

 

가사가 있는 경우엔 노래에 담긴 이야기가 직관적으로 전달된다. 하지만 온전히 멜로디를 통해 감상해야 하는 클래식은 항상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알 수 없어 어렵게만 느껴졌다. 은 어떻게 하면 클래식을 제대로 감상하는 것일까 궁금증을 품고 있던 나에게 하나의 답을 보여준 책이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피아니스트이자 오페라 코치인 김지희는 매주 화요일 연재했던 <어쿠스틱 위클리> 엮어 을 출간했다. 단순히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다른 사람들도 듣길 바라는 마음으로 음악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연재했던 <어쿠스틱 위클리>는 입소문을 타고 만 명 넘는 구독자에게 퍼져나갔다.

 

은 그동안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며 쌓아온 저자의 경험과 지식을 감각적으로 풀어낸 첫 번째 음악 에세이이다. 책의 표지를 열면 '가장 추상적인 것이 가장 구체적으로 변하는 순간을 선물합니다'라는 문장이 적혀있는데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글귀가 아닐까 싶다.


저자 특유의 상상력과 경험, 생각을 촘촘하게 엮어낸 덕에 가장 추상적이었던 것이 손에 잡힐 듯 구체화되는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감상은 감각으로 하는 상상, 그리고 그를 위한 가이드라인


 

저자는 감상이란 '감각으로 하는 상상'이라고 이야기하며 방향을 집어줄 가이드라인을 친절하게 제시한다. 음악에 대한 상상, 작곡가에 대한 상상, 그리고 곡에 대한 관심이 앎으로 나아가는 과정,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기라는 네 가지 단계와 그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음악을 감상해 보길 권한다.

 

실제로 저자가 이후 음악을 소개하는 방식은 이 가이드라인과 상당히 맞닿아 있다. 마치 영화나 누군가의 기억 속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구체적인 상상은 곡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한다.

 

 

<음악에 대한 상상 가이드라인 일부>

1. 이 곡을 사진으로 찍는다면 어떤 이미지가 보일까?

3. 계절은 언제일까? 날씨는 어떨까? 

7. 어떤 음식과 잘 어울릴까? 

8. 누구와 함께 들으면 좋을까, 아니면 혼자? 

 

<작곡가에 대한 상상 가이드라인 일부> 

1. 남자일까? 여자일까? 아니면 또 다른 성일까? 

3. 그때 감정은 어땠을까?

6. 그 사람은 어떤 사랑을 했을까?

 


음악에 대한 촘촘하게 엮인 상상력이 주는 효과는 빌 에반스의 음악 The Peacocks를 소개할 때 가장 크게 와닿았다.

 

저자는 피콕 스트리트라는 이름을 가진 포르투갈 남쪽 바닷가 근처의 작은 길거리를 떠올린다. 작지만 개성을 가진 가게들이 모여 있고, 주인들 끼린 서로 친근하게 안부를 주고받는, 지나가기만 해도 달큼한 와인 냄새가 나며 늦은 밤 지하에선 재즈 음악이 새어 나오는 그런 길거리 말이다. 마치 포르투갈 여행 중 실제 마주했던 장면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구체적인 저자의 상상력에 놀란 동시에 노래에 대한 강한 호기심이 일었다.

 

이번 책에서 클래식만 소개하려다 이 노래를 위해 재즈를 함께 소개하기로 결심했다던 저자의 말대로 참 좋은 곡이었다. 적당히 찬 바람 부는 이 계절과 잘 어울리는 곡이라 냉큼 플레이리스트에 곡을 추가했다. 책을 읽는 내내 페이지를 넘기고 노래를 검색하고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는 걸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꽤나 귀찮은 작업이었지만 그럼에도 때로는 저자의 상상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때로는 노래에 나만의 새로운 상상을 덧입히는 과정이 즐거웠다.

 


 

아무튼 거슈윈 


 

좋은 곡을 나누고 싶었다는 저자의 의도대로 여러 곡을 플레이리스트에 저장하던 와중 잊고 있던 취향을 발견하기도 했다. 바로 조지 거슈윈이다. 조지 거슈윈은 1898년 뉴욕에서 태어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이다.

 

처음 거슈윈을 알게 된 건 디즈니의 환타지아라는 영화를 통해서였다. 클래식 음악을 시각화해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영화인데 여러 곡 중 거슈윈의 Rhapsody in Blue 도 함께 등장한다. 시각화의 힘은 꽤나 강렬해 중학교 때 들었던 거슈윈의 음악과 그를 표현한 영상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다. 클래식이면서도 재즈 느낌이 물씬 풍기는 거슈윈의 매력을 함께 느껴보길 바란다.

 

 

 

 

저자는 거슈윈의 음악 <피아노를 위한 세 개의 전주곡>을 뉴욕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소개한다. 세 개의 독주곡을 거슈윈이 나고 자란 뉴욕의 모습과 연결 지어 소개한다. 1번은 분주한 뉴욕의 아침 출근길, 2번은 나른하고 졸린 주말. 3번은 집 가는 길 지하철을 같이 탄 사람들과 연결 지어 소개한다.

 

셋 중 가장 좋은 것은 분주한 뉴욕의 아침 출근길을 닮은 1번이었다. 살짝 조급한 듯 빠르게 진행되는 와중에 밝고 힘찬 멜로디로 구성되어 있어 하루를 시작하는 음악으로도 좋을 것 같다. 모닝송을 찾은 건 물론이고 잊고 있던 나의 취향, 거슈윈을 오랜만에 마주하고 다시 들을 수 있게 된 점은 더욱 좋았다.

 

클래식을 감상하고 싶은 법을 알고 싶어 펴게 된 이 책을 덮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클래식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진 않네?'였다. 이전엔 클래식은 감상을 할 땐 작곡가의 이력과 그 시대의 문화적 흐름을 다 파악한 상태로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저자의 방법대로 내 나름대로의 상상과 경험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클래식을 감상하는 게 훨씬 흥미롭고 재밌을 것 같다. 그 관심과 흥미를 기반으로 빈 공간을 차차 메꾸어나가는 것이 더 큰 재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여러 좋은 음악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개해 준 저자에게 감사를 표한다.

 
 
[이영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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