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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의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인생을 스포츠에 비유합니다. 열세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수, 기적 같은 반전이 일어나는 9회 말 2아웃, 팀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 내는 역전승까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스포츠와 인생은 닮았습니다.승패가 갈리는 스포츠에는 필연적으로 좌절과 갈등이 뒤따르기 마련입니다. 또한 그렇기에 끈기, 협동, 희망 같은 아름다운 단어들이 깃들 여지도 있습니다.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칭하는 이유, 그리고 우리가 스포츠를 즐겨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작품에는 전형적인 문법이 있습니다. 스포츠를 다루는 영화, 드라마, 만화, 뮤지컬 등은 각 장르에 따라, 또 종목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데 자세히 보면 비슷한 패턴이 반복됩니다. 주인공은 스포츠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하고, 다른 인물들과 관계를 맺으며, 인물들은 승부에서 이기든 지든 각자의 길로 나아간다는 것이지요(성상민, <‘각본 없는 드라마’ 스포츠, ‘각본 있는’ 스포츠 장르의 법칙들> 참고). 특히 이 규칙을 위해 자주 투입되는 주전 선수는 청소년입니다. 자신의 한계를 깨고, 다른 친구들과 관계를 맺으며, 다음 길로 넘어간다는 점에서 스포츠물은 청소년 서사와 공명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우리가 사랑한 '청춘 스포츠물'의 주인공들은 그렇게 세상에 출전했습니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은 이 문법에 변주를 주었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이 작품은 청춘 스포츠물이라는 중심 위에 ‘상실 이후의 서사’를 덧입히며 장르의 의미를 확장합니다. 그것이 이 작품이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이유라고 감히 생각해 봅니다.
작품의 주인공인 '수현'은 전형적인 청춘 스포츠물의 주인공입니다. 그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유령’ 같은 존재이고, 삶을 비관합니다. 그런데 수현 앞에 진짜 유령들이 나타나면서 일상은 달라집니다. 고등학생의 모습을 한 세 유령은 수현에게 빙의해 현란한 몸짓으로 수학 문제를 풀고, 뛰어난 농구 실력을 보여 주며, 학교 친구들에게 능청도 부립니다. 이들의 행동은 명랑한 웃음을 유발하는 동시에 서사를 전진시킵니다. 이 소동 덕분에 수현은 공부를 시작하고, 상록구청 농구단에 들어가며, 반 친구 ‘상태’와 친해지게 됩니다. 청춘 스포츠물의 문법에 유령이라는 장치를 덧댄, 익숙하면서도 경쾌한 전개입니다.

익숙한 궤적을 그리던 작품은 후반부에 ‘상실과 기억’으로 변화구를 던집니다. 이는 상록구청 농구단 코치인 '종우'의 이야기가 견인하는데, 사실 세 유령이 종우의 친구였고 친구들의 죽음이 종우에게 깊은 트라우마로 남았다는 사실이 드러나지요. 이때부터 작품은 조금 더 깊은 층위로 들어갑니다. 후반부의 무게 중심은 15년 전에 친구들을 잃었던 종우가 어떻게 그 상실을 다시 마주하고, 회복하는지에 있습니다. 이렇게 수현에서 종우로 중심이 옮겨가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다는 지적도 심심치 않게 있었습니다. 수현이 유령들과의 만남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와 종우가 유령이 된 친구들과 재회하며 지난 상처를 회복하는 이야기. 작품은 이 두 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둘 사이의 연결이 긴밀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런 점에서 저는 작품의 무대가 되는 '농구 코트'에 주목해 보고 싶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가 농구 코트 위에서 진행되고, 두 서사의 중심에 '농구 한판'이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보려고 합니다. 다양한 소품에 의해 무대는 학교 교실이 되기도, 바다가 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모습은 농구 코트입니다. 또한, 무대 상수와 하수에는 농구대가 한 대씩 놓여 있는데, 하수에 있는 것은 낡은 농구대이고, 상수에 있는 것은 작중 경기에서도 쓰는 오늘날의 농구대입니다. 무대를 떠받치는 두 농구대는 종우와 수현의 이야기를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여느 청춘 스포츠물의 주인공처럼 수현에게 농구 코트는, 성장하고 관계를 맺는 찬란한 곳입니다. 이곳은 수현의 이야기를 가능하게 하는 곳이고, 수현의 현재와 미래에 중요한 공간이 되지요. 반면 종우에게 농구 코트는 성장하고 관계를 맺었던 곳, 그러나 지금은 상실의 아픔을 상기시키는 곳입니다. 그랬던 종우가 수현을 만나고, 유령이 된 친구들과 "농구 한판”을 하면서 공간의 의미는 변화합니다. 그때부터 종우에게 농구 코트는 옛날의 찬란함을 간직하고 있는 곳,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곳이 됩니다. 한참 성장 중인 청소년의 서사와 성장의 길목에서 상실을 겪은 어른의 서사, 서로 다른 시간을 사는 두 인물을 하나의 농구 코트 위에 올려놓으면서, 이 작품은 스포츠를 ‘성장의 도구’에서 ‘기억과 회복의 매개’로 확장합니다.

그 흐름 속에서 '농구 한판' 넘버는 작품의 페이소스를 가장 강렬하게 보여 줍니다. 청춘 스포츠물의 희망찬 멜로디를 이미 죽은 친구들이 힘차게 부르는 순간 애상감이 극대화되지요. "저 골대에 사정없이 공을 던져. 땀 한번 쭉 흘리고, 가쁜 숨 미친듯이 몰아쉬고, 서로 비웃으며 깔깔대다가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한숨 자면 땡!" 이러한 가사가 묘사하는 것은 농구 한판을 하던 종우와 친구들의 과거이지만, 관객은 각자의 찬란했던 옛 시절을 상기할 수 있습니다. 농구를 해 보았든, 해 보지 않았든 상관없습니다. 노랫말을 듣다 보면 몸을 움직이며 친구들과 깔깔대던 순간이 떠오르고, "땡!"이라는 친근한 부사는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에 잠기게 합니다.
동시에 음악은 드라마가 펼쳐질 자리를 마련해 줍니다. 종우와 친구들이 농구 한판을 벌일 때에는 일렉기타를 중심으로 에너지 넘치는 음악이 진행되다가, 친구들이 성불하며 종우와 이별하는 장면에서는 동일한 멜로디를 피아노로 변주하지요. 인생에 아름다운 시절을 만들어 주는 것이 농구이며, 그 아름다운 시절을 상실한 후에도 다시 농구를 통해 그 시절의 찬란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 수현이 보여 주는 것이 “함께한다면 두려울 게 없”는 지금 이 순간의 드라마라면, 종우가 보여 주는 것은 “함께하는 게 전부였던” 과거의 드라마입니다.
농구에 접목한 안무는 이 드라마를 잘 표현해 냅니다. 이 작품은 농구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움직임보다는 감정과 관계를 전면화하는 안무를 보여 줍니다. 단순히 농구 경기를 잘 보여 주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신선호 안무감독은 농구가 수현과 종우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초점을 맞추어 안무를 구성했는데, 이는 스포츠를 표현하는 무대만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긴박한 장면을 어떻게 포착할 것인가에 목적이 있기보다는 여러 배우가 만드는 그림으로 협동의 드라마를 표현해 내지요. 그리고 '농구 한판' 넘버에서는 안무가 아닌 현실감 있는 농구 경기를 보여 주며 종우와 친구들의 찬란했던 시절을 재현합니다. 덩크슛을 넣을 수 있을지 없을지가 아니라 덩크슛을 넣는 그 순간까지의 드라마를 그려내는 것이 무대예술의 비밀 병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사와 가사에서 은근하게 그려내는 공감각도 이 작품과 잘 어울립니다. 아이스크림이 눈물처럼 녹아내리는 모습, 넘실대는 파도와 코를 찌르는 바다 냄새 등은 단순히 '예쁜 가사'를 넘어섭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눈에 어른거리게 만드는 게 무대의 마법인데, 그 마법은 이 작품의 메시지와 잘 맞아떨어집니다. 상실 이후 남겨진 자들의 삶, 지나간 추억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때 사용되는 공감각적인 표현들은 작품의 페이소스를 끌어올리지요. 누군가를 상실해 보지 않았더라도, 친구들과 농구 한판을 한 기억이 없더라도, 언젠가 느껴 본 적 있는 공감각들이 침투해 들어오면 속절없이 무장 해제되고 맙니다.
어쩌면 스포츠라는 것도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그 안에 있는 어떠한 순간들, 감정들을 느끼는 것. 그런 시간이 지나간 이후에도 그것을 생생하게 추억하고 기억해 낼 수 있는 것. 그리하여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것. 그것이 이 작품이 무대를 통해 보여 주는 덩크슛의 마법입니다. 오래 멈춰 있던 몸을 깨우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마법의 주문. “농구 한판이면 땡!”
<참고>
성상민, <‘각본 없는 드라마’ 스포츠, ‘각본 있는’ 스포츠 장르의 법칙들>, 만화규장각, 2024년 8월 22일 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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