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혜석, 이상, 데이비드 보위의 팬픽 - 문학으로 덕질하다

예술가 17명을 '덕질'하다
글 입력 2020.11.14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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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신중선(문학으로덕질).jpg

 

 

‘문학으로 덕질하다.’ 이 책의 내용을 정말 잘 요약하고 있는 제목이다.

 

‘덕질’은 무엇인가? 덕질의 어원은 특정 분야에 빠져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오타쿠(御宅)’이다. 한국에서는 이 단어가 ‘오덕후’, ‘덕후’ 등으로 사용되고, 여기에 ‘무언가를 한다’는 뜻의 ‘질’을 합성한 것이 ‘덕질’의 어원이다. 주로 연예인과 팬의 관계를 설명할 때 사용되는 덕질은 기사나 방송에서도 자주 등장할 만큼 흔한 표현이 되었다.

 

<문학으로 덕질하다>에는 저자 신중선이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가 17명에 대해 쓴 단편 소설이 실려 있는데, 이렇게 좋아하는 인물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저자의 덕질 방식이다.

 

문학-64 - 복사본.jpg

 

 

<문학으로 덕질하다>에는 바스키아, 데이비드 보위, 나혜석, 이상 등 국내외의 예술가 17명이 등장한다. 각각의 소설은 10페이지 내외로, 주인의 삶의 한 장면을 상상하여 재구성한 이야기, 주인공에게서 영향을 받은 팬의 이야기, 주인공의 죽음 이후의 이야기, 주인공과 고양이의 이야기 등을 담고 있다.

 

책을 보자마자 팬픽(fan fiction) 문화가 떠올랐는데, 이 글도 실존 인물에 대해 팬이 2차 창작을 했다는 점에서 팬픽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팬픽은 주로 드라마나 영화, 배우, 가수 등 동시대의 대중문화 팬덤에서 활발하게 창작된다면 이 글의 저자는 과거의 위인들까지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각각의 글은 원고지 10매에서 30매 내외의 짧은 분량이고, 위인전처럼 인물의 삶 전반을 훑는 것이 아니라 한 장면을 간결하게 보여주며 그림과 함께 저자가 직접 그린 드로잉이 실려 있다. 단순한 선으로 그려졌지만 인물의 특징을 잘 포착한 드로잉은 인물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다.

 

 

'금홍'이란 말에 정신이 번쩍 든 신 셰프가 새삼 남자를 유심히 뜯어봤다. 이 사람이 기생 금홍을 만났다고? 금홍이 하면 이상이고 이상 하면 금홍이 연상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된 지 오래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 이상_<술집 광> 中

 

펠린의 시 암송이 끝나자마자 보들레르가 어이없다는 듯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펠린은 자존심이 상했으며 즉각 토라졌다. 더 이상은 보들레르의 무릎고양이로 있고 싶지 않았다. 이따위 재롱이 다 무슨 소용이람! 펠린은 그의 무릎을 벗어나 널따란 창 아래에 자리 잡고는 네발을 접어 식빵자세를 취했다. - 보들레르_<집사 애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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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느낀 것은 책의 저자가 기본적으로 타인에 대해 대단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데이비드 보위나 보들레르, 나혜석, 이상 등 저자가 주제로 삼고 있는 인물들은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유명한 이들이지만 모두가 이들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인물에게 관심이 있다고 해도 인물 전기를 찾아보는 등 조사를 하는 건 쉽겠지만 이들의 삶을 가지고 글을 쓰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애초에 누군가에 대해 조사하고, 생각하면서 글을 쓴다는 건 관심이 없으면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이 폭넓은 분야의 인물들에게 깊은 관심을 두고 있고 그에 기반한 창작을 지속한다는 점에서 저자가 가진 타인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하지만 인물 전기와 소설의 경계에 있는 이 글이 독자들에게는 모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점은 이 책의 단점이다. 작가의 개인적 흥미에 기반한 소설이다 보니 인물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읽는 것이 좋을 듯하다. 물론 저자처럼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저자에게 공감하며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문학으로 덕질하다
- 인물스마트소설 -
 

지은이 : 신중선

출판사 : 문학나무

분야
한국소설

규격
128*210mm / 올 컬러

쪽 수 : 224쪽

발행일
2020년 10월 30일

정가 : 15,000원

ISBN
979-11-5629-108-4 (03810)





저자 소개


신중선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에서 출판잡지를 전공했다. 장편소설로 『하드록 카페』 『비밀의 화원』 『돈워리 마미』 『네가 누구인지 말해』가 있으며 소설집으로는 『환영 혹은 몬스터』 『누나는 봄이면 이사를 간다』 『여자라서 행복하다는 거짓말』 『고요한 인생』이 있다. 2018년 소설집 『여자라서 행복하다는 거짓말』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우수문학으로 선정되었다.

 
 
[도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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