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지개 시리즈-검정' 사람에게 감동하고 싶어서 [TV/드라마]

글 입력 2020.11.0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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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새까만 어둠을 보면 무슨 생각이 나나. 앞이 보이지 않는 나의 미래? 불안?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듯해 두렵기도 하고 고독하기도 하고. 검정을 떠올렸을 때는 긍정적인 느낌보다는 부정적인 느낌이 나를 확 덮친다.

 

무섭고 위협적이어서 때로는 다가가고 싶지 않은 아우라를 품기도 하는 색깔이 검정이다. 억압과 협박으로 눌러버릴 것 같은 무게감은 사람을 숨죽이게 한다.

 

우아하고 세련되었다. 단순하고 심플한 검정은 흰색과 더불어 많은 사람의 옷장을 차지하고 있는 색깔이다. 검정은 모든 빛을 흡수하고 아무것도 반사하지 않는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하며 우리의 감정을 지켜주거나 숨겨주기도 한다.

 

검정은 애도의 색이기도 하다. 장례식에 가게 되면 사람들은 관례처럼 검정 색깔의 옷을 꺼내어 입고 간다. 이 세상을 떠난 망자가 현세에 대한 미련을 훌훌 털어버리고 곱게 보내드리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검정으로 그 마음을 대체한다.

 

 
색채는 언어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 색은 그 자체만으로도 복잡한 감정을 전달한다.
 

 

캐런 할러 <컬러의 힘> (2019)에 나오는 이 문장이 좋다. 검정은 그렇게 우리의 곁에 머물러 표현 매체가 되어준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검정은 긍정적인 면모가 두드러지고 있다. 모던하고 품위 높은 인상을 심게 하는 게 검정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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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어둠을, 밤을 드러내지만 자꾸만 그 안에서 희미한 빛이 보이는 드라마가 있다. 그 드라마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고 쓸쓸함이 몰려온다.

 

연금술사로 유명한 세계적인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트위터에 <나의 아저씨>에 대한 극찬의 글을 올리며 다시 회자하고 있다.

 

<나의 아저씨>에 대한 첫 인상은 거부감이었다. 남녀 주인공의 나이 차가 많이 난다고? 아저씨를 소재로 미화하려고 작정한 거야? 드라마가 시작되기도 전 논란의 여지에 시끄러웠던 드라마였다. 나 또한 그랬다. 피로감이 몰려왔고 보지 않았다.

 

드라마가 방영되고 회를 거듭할수록 <나의 아저씨>는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다. 언론과 시청자의 사랑을 받은 이 드라마가 나로서는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고 넷플릭스에서 1화 보기를 클릭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우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렇게 극적이지도 과하지도 않은, 어쩌면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보면 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인데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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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궁창 같은 삶이다. 지안에게 삶이란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이다. 그 이상을 해내기엔 버겁다. 일찌감치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자신의 유일한 가족인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돌봐야 하는, 말 그대로 불쌍한 신세다.

 

부담스럽다. 유일하게 꾸준한 경제적 활동을 하는 게 동훈 밖에 없다. 삼형제 중에 자기만 참는 것 같지만 동훈은 절대 불평하지 않는다. 어깨가 무겁다. 가족의 무게감을 이겨내는 건 어려운 일이다.

 

각자의 삶은 동등하게 재기 어려울 만큼 저마다 체감하는 무게가 다르다. 그저 내가 살아있으니까 꾸역꾸역 살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닮았다.

 

지안이나 동훈이나 의상을 살펴보면 무채색의 계열이거나 어둡고 탁한 색의 의상을 많이 입었다. 인물의 특성은 의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비치기 마련이다. 그들의 고독하고 공허한 감정을 색으로 대신 전달하는 느낌이다.

 

우리는 타인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가 흔치 않다. 내 먹고살기 바쁜데 뭐. 나와 상관없기에 편하게 입으로 내뱉는 타인의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마무리 지으며 흔히들 하는 말이다.

 

이 드라마는 도청이라는 장치를 이용해 지안이 동훈의 이야기를 몰래 엿듣는 방식으로 지안이 동훈이 존재하는 세계에 한 발짝씩 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이래서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음을 느꼈다. 내 곁에 있는 타인은 참 필요한 존재다.

 

감명 깊은 드라마가 있으면 나는 꼭 공식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는 편이다. 제작진이 누구며 기획 의도는 어떻게 썼고 등장인물은 어떻게 소개되었는지 들여다보는 건 그 드라마와 친해지고 싶은 나의 노력이다.

 

 

사람에게 감동하고 싶다.

요란하지는 않지만,

인간의 근원에 깊게 뿌리 닿아 있는 사람들.

 

여기 아저씨가 있다.

우러러 볼만한 경력도, 부러워할 만한 능력도 없다.

그저 순리대로 살아갈 뿐이다.

 

그러나 그 속엔 아홉살 소년의 순수성이 있고,

타성에 물들지 않은 날카로움도 있다.

인간에 대한 본능적인 따뜻함과 우직함도 있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인간의 매력’을 보여주는 아저씨.

그를 보면, 맑은 물에 눈과 귀를 씻은 느낌이 든다.

 

 

일부분을 발췌했다. 사람에게 감동하고 싶어서, 치유 받고 싶어서 쓴 이야기였다. 서로에게 조금씩 스며드는 관계의 진척을 바라보며 프레임 밖의 나조차 위로받았고 많이 배웠다.

 

진정한 어른은 무엇일까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 20살이 되면 성인이 되었다고 축하를 받는데 누구의 도움 없이 홀로 우뚝 설 수 있을까, 나는 어른이 되어가는 중인 건가? 어른이라는 개념 자체가 애매하다 생각했고 그 누구도 나에게 명확하게 정의 내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답은 없는 듯하다. 다만 하나의 훌륭한 예시를 동훈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나의 아저씨>는 일상에서 쓰이는 아무렇지 않은 말을 주옥같은 대사로 바꾸는 마력이 있다. 이건 마력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마법의 주문 같다. 뭐든지 다 이뤄줄 것만 같은 주문. 동훈의 대사는 모든 게 괜찮아지는 주문이다.

 

"모든 일이 그래. 항상 네가 먼저야. 옛날 일, 아무것도 아냐.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냐."

 

동훈이 지안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이 참 올곧아 보였다. 비록 윤희에게는 훌륭한 남편이 아니었을지라도 도덕적으로 참 멋진 사람이었다.

 

"경직된 인간들은 다 불쌍해. 살아온 날들을 말해주잖아. 상처받은 아이들은 너무 일찍 커버려. 그게 보여. 그래서 불쌍해. 걔 지난날들을 알기가 겁난다. 누가 나를 알아. 나도 걔를 좀 알 것 같고. 슬퍼. 나를 아는 게, 슬퍼."

 

동훈이 광일을 찾아가 싸움을 자초한 장면은 이 드라마에서 가장 많은 눈물이 쏟아져 나왔던 장면이다. 지안은자신을 위해 싸워주는 어른이 있음에 그동안 꾹꾹 참아왔던 눈물과 슬픔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감정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흘러넘쳤다.

 

"나는 걔 얘기를 들었을 때 눈물이 나던데, 넌 눈물이 안 나니?"

"나 같아도 죽여. 내 식구 팬 새끼는 다 죽여."

 

지안이 사람을 죽였다는 얘기를 듣고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사연에 아파하고 공감했다. 진정한 어른이었다. 존경하고 싶은 어른이었다.

 

세상에 이런 좋은 인연을 만나는 행운을 가지고 싶었다. 정희네에서 했던 유라의 말이 떠오른다. 인간은 평생을 망가질까봐 두려워하며 산댔다. 망해도 괜찮은 건데. 아무렇지 않은데. 망가져도 행복할 수 있다. 그게 안심이 되었다고. 나도 그렇다. 이런 인물들을 만나서 좋다. 비록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들이지만 금방이라도 내 옆을 지나칠 것 같은 이 인물들을 브라운관 밖에서 마주한 것만으로도 난 행복하다.

 

점점 곪아가는 상처를 서로를 통해 치유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검정으로 채색되었지만 이는 결코 부정적인 검정이 아님을 이 드라마를 감상하며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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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무지개 시리즈가 끝났다. 색깔과 함께하는 다채로운 문화예술을 표현하고자 했는데 그 의도가 확실하게 드러났는지는 모르겠다. 미련이 가득하다. 무지개 시리즈를 통해 색에 다가가려 발버둥 쳤다. 그 노력이 조금이라도 여러분에게 보였길 바라며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마무리 문장을 적어 내려간다. 항상 어디든 함께하는 색에 집중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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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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