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찬란한 비극을 품었던 한 여인의 삶 - 까미유 끌로델 [영화]

글 입력 2020.10.2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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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사람'을 조각한 세계적인 예술가 로댕. 그리고 그와 함께 잊어서는 안 될 한 여인, 까미유 끌로델이 있다. 로댕의 연인이자 천재 조각가인 그녀는 출중한 실력을 지녔으나, 그만큼의 진가를 발휘하지 못한 채 쓸쓸하게 인생을 마무리한 인물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너무나도 친숙한 조각가 로댕, 그러나 '로댕의 연인'이라는 수식어로 불리며 비교적 세상에 덜 주목받았던 까미유. 그녀의 이름을 처음 들어본 사람들은 로댕의 뮤즈였기에 그에 맞는 주목을 받은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까미유는 독립적인 조각가로서 당대의 예술을 이끌어간 변혁가 중 한 명이었다. 그렇다면, 왜 까미유는 그리도 애달픈 삶을 고뇌하고 견뎌내야만 했을까. 그 답을 찾아보고자 영화 한 편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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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재능 있는 조각가 까미유 끌로델은 최고의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제자로 입문하고 그의 연인이 된다. 또 다른 연인 로즈를 사귀고 있던 로댕과의 관계에서 단지 그의 애인일 수밖에 없었던 까미유 끌로델. 제도권 예술을 대표하는 예술가 로댕에게는 저항하고 인간 로댕에게는 집착하는 까미유의 갈등은 그녀 자신을 혼란에 빠트리고 결국 사회로부터 고립당한다.

 

 

 

로댕의 연인 '까미유 끌로델', 그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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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유 클로델, 1884

 

 

자유로운 사랑을 추구했고 많은 여인을 자신의 뮤즈로서 삼았던 로댕의 동반자 중 한 명인 카미유 클로델. 19세의 나이에 43세였던 로댕과 만난 그녀는 로댕에 의해 '지옥의 문' 제작 조수팀의 일원으로 고용된다. 그러한 인연으로 만나 미술과 조각에 조예가 깊었던 두 사람이었던지라, 그 둘은 금방 사랑에 빠졌고 그런 감정을 예술적 세계에까지 확장해나갔다. 예술적 재능과 작품을 위해서라면 한밤중 혼자 진흙을 캐러 나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녀에게 있어, 연인 로댕의 존재는 멘토이자 든든한 지원군이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카미유의 존재 역시 로댕의 예술 작업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서양미술의 오랜 전통인 누드화를 인체 조각으로 표현한 이미지의 발현이 그의 작업에 등장했고, 보다 파격적인 작품을 제작해내기도 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연의 존재였던 것이다. 여기까지의 스토리만 들으면, 그 끝에는 해피엔딩이 자리하고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찬란한 듯 찬란하진 않은 깊은 비극이 한 사람의 인생을 겨냥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무참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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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유 클로델, <중년> 1893-1903, 파리 오르세 미술관


 

나이 든 여인이 한 남자의 어깨를 감싸고 어디론가 이끌고 있다. 이 중년의 남자는 체념한 듯 고개를 떨어뜨리고 그녀가 이끄는 대로 발을 떼고 있다. 하지만 미련 한 자락이 남았는지 뒤에 있는 여인에게 뻗은 손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젊은 여인은 무릎을 꿇은 채 그에게 가지 말라고 애원하듯 두 손을 뻗어 그를 붙잡으려 하고 있다.

 

 

그런 비극의 태동은 까미유의 찬란했던 재능 때문이었을까, 로댕도 그녀의 뛰어난 예술적 감각을 질투를 느낄 정도였으니 아마 그것이 발단이었을 듯하다. 하지만 천재 조각가가 탐냈을 만큼의 실력을 지녔던 인물의 존재는 '여성'이었다. 여성 예술가를 위한 어떠한 형태의 학교도 존재하지 않았던 당대의 파리 사회에서, 주류인 남성들 사이에서의 여성은 비주류로서 취급받았다. 아이러니한 불편함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모습 그 자체였던 셈이다.

 

국가적인 선전으로도 모자랄 한 사람의 특출남이 단지 성별로 인해 무마되어야만 한다니, 이보다 더 억울한 상황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주어지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세상의 냉정함이 절실히 느껴졌다. 까미유가 맞닥뜨린 부조리함을 겪어보지 않았는데도, 묵직한 돌덩이 같은 게 얹힌 듯 덜어내지 못할 무거움이 마음속을 억누르고 있는 듯했다. 이러한 안타까운 상황에서, 까미유는 사랑하는 연인 로댕을 통해 간절한 자신의 꿈의 날개를 조금이나마 펼쳐보려 한다.

 

그러나 여성 편력이 복잡해 여러 여인과 사랑을 나누었던 로댕의 곁에는 '로즈'라는 여인도 있었기에, 둘의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결국 1893년, 로댕으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은 까미유는 사랑과 예술적 커리어를 무참히 저버린 비운의 여성으로 깨어날 수 없는 비극을 품게 된다. 결국 재능을 비롯해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겼다고 생각한 그녀는 분노와 배신감으로 가득 차 우울증과 피해 의식 및 편집광적 증상을 보이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 중압감이 그녀를 버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편견의 시대에 찾으려 했던 찬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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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녀가 살아가던 19세기는 '편견의 시대'였다.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낙인찍은 희생양이 당대 유망주의 자질을 모두 갖춘 까미유였던 것이다. 한 여성의 삶이 이렇게 처절해도 되나 싶을 만큼, 까미유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에 잠겨 기쁨보다 슬픔을 더 오래 마주해야만 했다. 번질만큼 번져버린 상흔이 몸 전체를 물들였고 작은 소망마저 암흑으로 점철해버렸다.

 

그런데도 까미유는 곧바로 굴복하지 않았다. 평가절하된 예술가로서의 자신을 오히려 더 당당하게 내세우며 편견에 맞서려 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로댕의 연인'이라는 꼬리표에 평생을 갇혀 살아야 했지만 말이다. 천부적인 재능과 아름다운 미모, 광기에 가까운 열정을 소유한 예술가로서 까미유는 그 누구보다도 예술가 그 자체로 인정받길 바랐다. 그 과정에서 불합리한 사회와 그 속의 타인이 결국 그녀를 벼랑 끝으로 몰아냈지만, 까미유는 있는 힘껏 버티려 했다. 처절하고 더 처절한 자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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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에 감금되기 전 까미유 끌로델과 작업실의 모습

 

 

한순간에 뒤바뀌어버린 여인의 삶이 타인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었던 시대상을 마주하니, 그녀의 억눌린 해소 불가한 감정이 전이되는 것만 같았다. 속이 텅 비어버린 채로 본인의 마음 상태 같은 텅 빈 거리를 방황했을 그녀의 몸과 마음, 심지어 그림자까지도. 그 모든 것에서 희극이 자리할 틈은 없었다. 단지 가슴 저린 비극만 그녀의 주위를 맴돌았을 뿐이다. 까미유가 잘못한 것은 없었다. 그저 시대를 잘못 타고난 '여성'이라는 불분명한 죄목, 그게 전부였다. 아무리 소리쳐도 그것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은 아우성에 그치고 말았다.

 

까미유는 정신 이상증세를 보이다 51세가 되던 1912년,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그리고 그렇게, 가족들에게까지 버림받은 채 그곳에서 30년간 고통의 시간을 보내다 79세의 나이로 사망한다. 반면, 로댕은 시대의 조각가로서 급부상해 명성을 쌓았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여인과 더 열정적인 사랑을 지속해갔다. 성공과 명예를 거머쥐며 승승장구해 원하던 삶을 살아나간 것이다. 한때 사랑했던 연인의 각기 다른 삶의 흐름이 보다 더 선명히 드러난 순간이었다. '한 때 사랑했던 연인'이라는 구절을 적으며 로댕은 까미유를 진심으로 사랑했을까에 대한 의문이 남긴 했지만 말이다.

 

자신이 태어나고 살아가던 세상과 거대한 버팀목이었던 한 사람으로부터 무참히 밀려난 19세기 프랑스의 위대한 여성 조각가 까미유. 이제 그녀를 '로댕'이라는 틀로부터 꺼내주고 싶다. 더하여 여성이 지닌 '열정'이 '광기'로서 치부되었던 당대 사회의 아이러니한 고정관념에서 '까미유 끌로델'이라는 한 사람 자체를 의미 있게 바라보고 싶다. 비극의 상황이 아니었다면 독립적인 존재로서 무궁무진한 예술 세계를 창조해나갔을 까미유의 밝고 설렘 가득한 얼굴이 영화의 마무리에 그려지는 듯,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행하고 있는 찬란한 비극이 영화 전반에 짙게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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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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