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앨범을 모으는 이유 [음악]

여러분은 소장하고 있는, 소장하고 싶은 음악이 있나요?
글 입력 2020.07.0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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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음악은 많은 사람이 접하고 있는 예술 작품 중 하나이다. 단순 감상의 목적은 물론 광고나 드라마, 영화 등 영상 매체에서 혹은 음식점과 카페 등지에서 저마다의 다른 이유로 음악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CD를 구매하여 음악을 소비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요즘은 디지털 음원의 발달로 CD를 구매하여 음악을 듣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그도 그럴 것이, 다양한 음원 플랫폼의 등장과 스마트 기기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나 듣고 싶은 음악을 찾아서 들을 수 있게 되었고, 많아야 열댓 곡 들어있는 CD를 약 이만 원 정도의 가격으로 구매를 하여 CD 플레이어가 있어야만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일이다.

 

 

 

앨범과의 첫 만남


 

내가 처음 CD를 구매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의 이야기다. 당시 나는 피아노를 조금 쳤다는 이유로 친한 친구가 속해있던 밴드 동아리에 들어가게 된다. 그 당시 밴드 동아리의 영향으로 영국 ‘Muse’, ‘Oasis’, ‘Radiohead’ 등 영국 밴드들의 음악을 즐겨 듣게 되었다.

 

어느 날, 앨범 구경을 가자는 친구를 따라 동네에 있는 작은 음반 가게에 갔다. 나는 거기서 내가 좋아했던 가수들의 앨범을 찾아냈다. 앞면의 앨범 커버를 처음 본 순간, 하나의 미술 작품을 보는 듯했다. 모니터로만 보던 앨범 커버 그림을 직접 눈앞에 마주하게 되니 가슴이 벅찼다. 그러고 뒤에 적혀있는 트랙 리스트를 살펴보았다. 대표곡들은 평소에 들어서 아는 노래였지만, 나머지 내가 듣지 않았던 수록곡들에 관한 관심이 생겼다.

 

이 앨범 속에서 이 노래들의 역할이 궁금했다. 앞과 뒤를 봤으니 이제 안에 있는 내용물이 궁금했다. 하지만 안에 내용을 보려면 그 앨범은 내 것이 되어야 했고, 결국 나는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 앨범을 구매하게 되었다.

 

 

 

앨범의 매력에 빠지게 해준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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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목 그대로

나에게 앨범의 매력에 빠지게 해준 앨범인

비틀즈의 Abbey Road, 신해철의 Myself

 

 

학창시절, 저마다의 마음속 뮤지션이 있기 마련이다. 나의 마음속 뮤지션은 중학생 때는 비틀즈, 고등학생 때는 신해철이었다. 특히 비틀즈는 내가 음악을 하게 된 주요 원인 제공자로, 비틀즈의 이름으로 발매된 모든 앨범을 소장하게 되었다. 비틀즈는 음악뿐만 아니라 그들이 한 모든 것이 시대의 문화적 아이콘이 되었다.

 

대다수의 예술 작품에는 당시의 문화가 녹아 있기 마련이다. 비틀즈의 노래를 들으며 앨범 속에 있는 당시의 사진과, 가사에 담겨 있는 당시의 시대상까지 감상하다 보면 그 당시의 문화예술을 경험하게 된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얼마든지 느낄 수 있다. 이것이 문화예술이 가진 생명력 아니겠는가.

 

신해철의 곡들에 흥미를 붙인 것은 그가 타계한 고등학교 1학년 때이다. 당시 담임 선생님과의 면담 중, 음악 관련 장래희망을 가진 나에게 신해철의 음악을 한 번 공부해보라고 조언해주셨고, 대표곡들밖에 모르던 나는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신해철의 노래로 가득 채워나갔다. 왜 그가 많은 뮤지션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는지, 왜 그의 죽음이 많은 대중을 슬프게 했는지 그의 음악을 통해 스스로 해답을 찾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나름의 이유를 찾았는데, 그의 음악에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대중음악에는 곡마다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신해철은 본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대다수의 대중음악이 그 음악과 소통하는 느낌이라면, 신해철의 음악은 뮤지션과 직접 소통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의 음악은 시간이 지날수록 또 다른 진가를 발휘했다. 신해철의 가사에는 그만의 철학이 담겨 있었고, 그 메시지는 고등학생이었던 당시의 내가 이해하기는 난해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내 생각의 깊이는 깊어졌고, 시각의 크기는 넓어졌다. 더 큰 사회를 경험하게 되고 항상 새로운 것을 접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그 메시지를 하나둘 이해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고3 수험생 때, 20살 갓 성인이 됐을 때, 군대에 있을 때 그의 음악을 듣고 느꼈던 감정은 전부 달랐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그의 음악을 찾게 된다. 성장한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싶을 때, 내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싶을 때 그의 앨범을 꺼내서 CD플레이어를 통해 온전히 감상만 하는 시간을 가진다.


 


여러분은 소장하고 있는, 소장하고 싶은 음악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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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소장하고 있던 앨범을 담은 사진.

지금은 시간이 흘러 책꽂이 하나론 부족하다.

 

 

10대 시절부터 앨범을 모으는 취미생활은 계속되고 있다. 이 번거롭고 돈도 많이 드는 취미생활을 포기하지 못하게 한 매력 포인트는, 한 곡씩 따로 감상할 때는 느낄 수 없던 뮤지션의 이야기를 앨범 전체를 감상하면 이어지는 트랙리스트 속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시간을 내서, 방해받지 않는 장소에서 음악을 듣는 것은 그냥 듣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것을 느끼게 해준다.

 

앨범은 책과 똑같다. 단지 그 예술적 소통의 장치가 글인지, 음악인지의 차이다. 책을 구매하는 이유로는 내 것으로 소장하여 언제라도 읽고 싶을 때 찾아서 보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앨범을 구매하는 이유는 이와 마찬가지로, 내 것으로 소장하여 듣고 싶을 때 언제라도 찾아서 듣기 위함이다. 여러분들 중에서도 내 것으로 소장하고 싶은 음악이 있을 때, 플레이리스트가 아닌 내 인생에 저장하고 싶은 음악이 있다면 한 번쯤 앨범을 구매하여 감상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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