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를 웃고 울게 만들었던 시트콤 계 전설, 프렌즈 [TV/드라마]

글 입력 2020.06.0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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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이 쥐뿔도 없어서 그런 것인지, 금방 흥미를 느꼈다가 금세 싫증을 내는 성향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라는 사람은 드라마를 끝까지 시청하지 못하는 병에 시달리고 있다. 짧으면 1시간 30분가량, 길면 3시간을 조금 넘어서는 영화나 연극, 뮤지컬 등과 달리 드라마는 상대적으로 러닝타임이 어마 무시하다.


하루에 1시간씩만 방영한다고 하더라도 결말을 맺기까지 소요되는 총 시간은 대략적으로 16시간이다. 무려 16시간. 회차 수가 더 긴 드라마도 수두룩하지만, 16이라는 숫자부터가 내 숨통을 막히게 한다.


그렇다고 끝까지 본 드라마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1화부터 마지막 화까지 모든 회차를 두 눈으로 담았던 가장 최근의 드라마는 2017년에 방영한 <비밀의 숲>이오, 시간을 역순으로 돌려간다면 2015년 <킬미힐미>와 2010년 얼굴이 츄리닝 패션을 이겨버린 김주원 씨 즉 현빈이 출연했던 <시크릿 가든>이 전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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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국 시장을 주름잡았던 명작 드라마들을 아예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중 보지 않은 것들도 많겠지만 본 드라마도 많았다. 가령 공유와 김고은의 케미가 뺨을 후려쳤던 <도깨비>라든지, 수많은 패러디와 훌륭한 연기 배우들을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던 <스카이 캐슬>이라든지, 최근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속칭 쀼의 세계로 불리는 <부부의 세계>라든지. 다만 드라마를 즐겨보시는 우리 엄마 옆에서 흘끔흘끔 곁눈질을 하고, 막지 못해 귀로 쏙쏙 들어오는 대사들에 대강 어느 내용인지만 파악한 정도이거나 작정하고 빠져들어 보다가 결국은 끈기가 오래가지 못해 중간에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내가 이러한 이유를 뽑아보자면 원체 드라마에 흥미가 없다는 것이 하나이고, 대부분의 드라마의 경우 16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진행되다 보니 영화를 좋아하는 내게는 고구마가 목에 막혀버린 것처럼 내용 전개가 너무나도 느려, 따분하게 느껴지기 때문인 것이 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명작 오브 명작이라 불리는 몇몇 드라마들은 내용 전개도 시원시원할 테지만).


이러했던 내가 최근 빠져버린 드라마가 하나 있다. 영어 회화 공부에 대가로 불리는 미드 <프렌즈>. 유명하고도 유명한 이 드라마는 자그마치 시즌 10까지 존재하며, 한 시즌 당 존재하는 회차도 20화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화가 대략 20분 정도이긴 하지만 마지막 시즌의 마지막 화까지 그 시간들을 모두 더하면 적어도 4000분이다. 평소 16시간(960분)에 혀를 내돌렸던 내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아직 시즌 10까지 모두 시청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시즌 7에서 열심히 달리는 중이고 나는 사실 확신한다. 시간은 조금 소요될지라도 16시간에 고개를 저었던 나라는 사람이 밥 먹으면서 야금야금 하루에 한 화라도 시청하다 보면 결국은 <프렌즈>를 완결 내고 마리란 것을.


처음 시작은 드라마를 보기 위함이 아니었다. 밥 먹으면서 대충 보기 위해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재미있다는 친구의 말에 홀랑 넘어간 것도 아니었다. 나는 사실 영어 회화 공부를 하려고 <프렌즈>를 보기 시작했다. 오래되기도 하고 전설로 남을 만큼 유명하기도 한 <프렌즈>는 검색창에 ‘영어 회화 공부법’이라고만 쳐도 모든 이가 추천하는 미국 드라마(미드)이다. 시대가 조금 지난 것은 사실인지라 유머가 옛날 아재개그라 할 수 있기도 하지만, 실생활에 많이 쓰이는 표현들이 자연스레 베여있기에 그 누구도 이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대본도 다운로드했겠다, 자막도 영어와 한글 동시에 나올 수 있도록 설정도 했겠다, 우선은 시즌 1까지 모두 보는데 혹여나 재미가 없다면 적어도 시즌 1의 10화까지는 보고 두 번째로는 영어 자막만 혹은 자막을 아예 없애고 다시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프렌즈>는 이런 내 생각이 가소롭다는 듯이 나를 현혹시켰다. 나는 ‘다음 화’를 누르는 내 손을 멈출 수가 없었다.


누르고 누르고 또 누르며 눈 한 번 깜빡거리고 나니 벌써 시즌 7 이었다. 나도 내가 어이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지만, 드라마라면 끝까지 보지를 못하는 내가 <프렌즈>에는 홀딱 빠져버렸으니 그만큼 매력적인 드라마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물론 취향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따라서 이번 기회에 그 매력 요소들을 조금 들여다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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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프렌즈>는 1994년에 역사적인 오프닝을 시작으로 시즌 10이 방영된 2003년까지 장장 10년 동안 최고의 인기를 누렸으며, ‘90년대 시트콤의 전설’이라 불릴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뉴욕 맨해튼을 배경으로 레이첼, 모니카, 피비, 로스, 챈들러, 조이 이렇게 6명의 친구들이 펼쳐 보인 우정과 사랑을 다룬 소소하지만 실제 있을 것만 같은 일들에 사람들은 그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각자의 캐릭터가 너무나도 뚜렷하고 조금은 엉뚱한 면들도 많지만, 서로를 대하는 마음만큼은 모두가 진심이었기에 속히 ‘친구란 기쁨을 배로 하고, 슬픔을 절반으로 한다’라는 말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모습들이었다.


매 시즌마다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이 드라마는 10개의 시즌이 방영될 때까지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이곳저곳 찾아보니 한국에서도 영어를 자연스럽게 배우기 위해 프렌즈에 입문했다가 팬이 되었다는 사람들도 상당했다. 종영한지 몇 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미드를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은 <프렌즈>를 떠올린다.


시즌 동안 각 주인공들의 헤어스타일, 패션, 소품 등 모든 것이 화제를 모았다. 90년 대 유행들은 모두 <프렌즈>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당시 그들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했다. 그래서인지 주인공 모두의, 특히 여주인공 3명의 패션 감각은 26년이 지난 지금 들여다봐도 절대 이상하거나 유치하지 않다. 오히려 패션은 돌고 돌다 보니 현재 유행하는 요소들도 가득 담겨있어 시대를 앞서나가는 것처럼 보이고 눈을 즐겁게 한다.


그중에서도 제니퍼 애니스톤이 연기한 ‘레이첼 그린 Rachel Karen Green’은 드라마 속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캐릭터이다. 금발에 싱그러운 미소를 지녔지만 자신의 일에는 똑 부러졌던 레이첼은 미국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으로 꼽혔고, 특히 그녀의 헤어스타일은 미국 여성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첫 방영한지 26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레이첼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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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은 극 중에서도 패션 관련 직업을 가지기에 더욱 눈에 띄고 패셔너블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화려한 보헤미안 룩으로 4차원 캐릭터를 표현했던 피비와 깔끔하고 무난해 보이지만 은근하게 느껴지는 시크함을 선보이고 캐주얼 스타일을 즐겼던 모니카의 패션 아이템들도 종종 눈에 들어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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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의 극진한 사랑을 받았던 6명의 주인공들은 첫 촬영 당시 한 회당 2만 2000달러를 받았지만 마지막 시즌 촬영에는 출연료가 한 회당 100만 달러로 뛸 정도였다. 그중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제니퍼 애니스톤은 스크린 활동도 활발했는데 로맨틱 코미디 영화까지 흥행을 성공하면서 할리우드에서 제일 돈 많이 번 여배우로 항상 top 5 안에 들 정도라고 한다.


 

“<프렌즈>는 나를 야구모자 밑에서 숨어 지내게 만들었다. 그리고 내가 더 이상 사람들을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숨어 지내야 했다. 배우는 사람들의 인생을 관찰하고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는 직업이다. 때문에 나는 종종 길거리를 걸어 다니며 사람들을 관찰하곤 했다. 하지만 <프렌즈> 이후 그런 삶을 살 수 없었다."

 

 

하지만 <프렌즈>를 촬영하면서 그들이 마냥 행복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 로스 갤러 역을 맡았던 데이빗 쉼머는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는데, 인기가 많아지다 보니 일상 생활을 영위하기 다소 힘들어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챈들러 빙을 연기했던 메튜 페리는 1997년 제트스키를 타다가 사고를 당했고, 이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바이코틴이라는 약물 중독에 시달렸으며 이 무렵에 알코올 중독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최근 인터뷰에서 “<프렌즈> 시즌 3~6 사이, 약 3년 정도는 촬영한 기억이 안 난다"라고 밝혔던 그는 실제로 촬영 10년 동안 알코올 및 약물 중독으로 인해 두 차례 재활 센터에 입소하기도 했다. 또한 메튜 페리는 어렸을 때 자동차 문을 잘못 닫아 오른쪽 손 가운뎃손가락 끝부분을 절단했기 때문에 그는 습관적으로 팔짱을 끼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곤 했는데, <프렌즈>에서도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챈들러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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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의 배우 모두 내게는 특별한 존재들이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챈들러 빙의 역을 가장 좋아한다. 연애의 이응자도 모르던 챈들러는 남다른 가정사 때문에 결혼이나 아이 이야기만 나와도 기겁을 하며 도망 치곤했지만 모니카를 만나 사랑을 나누면서 점차 변화해간다. 그 변화는 갑작스럽지도 않고 그는 차근차근 성숙한 사랑과 연애를 배워나가는데, 모니카만을 바라보고 그녀와 함께라면 미래를 꿈꿔가기도 하는 그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실제로 유머 넘치고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챈들러는 당시 미국에서도 남자 주인공들 중 가장 많은 인기를 끌었으며 그를 연기한 메튜 페리는 유명한 여자 연예인들과 연애를 지속하기도 할 정도였다.


시트콤 계 전설 <프렌즈>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몇 가지 설명하자면 본래 로스와 레이첼은 계획된 러브라인이 아니었다고 한다. 두 사람 호흡이 너무 잘 맞아 작가들이 러브라인으로 발전시켰던 것이고, 원래 계획했던 메인 러브라인은 오히려 조이와 모니카였다. 하지만 모니카는 결국 챈들러와 결혼한다. 또한 챈들러와 피비는 기존에 주연이 아닌 재미를 위해 출연하는 조연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뛰어난 존재감으로 인기를 얻어 결국 주연으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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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의 배우들은 촬영 시작 직전, 다 같이 모이는 시간을 가졌다. 이 시간만큼은 제작자나 작가 모두 출입하지 못하게 했다. 서로를 응원하고 충고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그만큼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여섯 배우들이 각자의 역할을 많은 노력을 바탕으로 완전히 연기해냈기에 <프렌즈>는 지금의 위치에 올라와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외국어를 공부하지 않아도 의사소통이 가능할 만큼 기술이 발전하지 않는 한 우리는 계속해서 영어를 공부해야 할 텐데, 적어도 그때까지는 아니 혹여나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찾아오더라도 <프렌즈>는 계속해서 전설로 남을 것이고 사람들의 기억에 한 편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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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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