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개방 수장고 방문기 [문화 공간]

전시관이 아닌 개방 수장고의 매력 탐구, 독특한 전시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추천
글 입력 2020.05.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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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알다시피 지방에서 서울과 비슷한 수준의 문화 생활을 누리기란 정말 어렵다. 어린 시절부터 문화 생활을 즐기기 위하여 주말이나 방학에 서울로 열심히 갔던 기억이 있는 나는 청주에 현대미술관이 생긴다는 소식에 정말 기뻐했었다.


하지만 대학 진학 후 청주에 오래 머무는 시간이 많지 않아 갈 수 없었고 코로나 19로 학교가 문을 닫아 청주로 내려오면서 자연스레 청주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 생활을 찾게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끝남에 따라 문을 닫았던 문화 공간들이 다시 문을 열기 시작했고, 국립현대미술관은 생활 속 거리두기 이행에 따라 전면 개관이 아닌 사전 예약제로 재개관 하였다. 현재 홈페이지로 예약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신청한 사람들이 시간 당 5명 이하의 적은 인원임을 확인하고 조용히 관람 할 수 있을 것 같아 신청하고 방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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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국내 최초의 개방 수장고이다. 개방 수장고는 미술관의 소장품을 수장한 상태로 관람자에게 공개하는 것으로 방대한 양의 작품 감상 뿐 아니라 미술관의 보이지 않는 기능까지 알 수있는 확장된 개념의 미술관이라고 할 수 있다. -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참조

 

평소 전시회에 가면 오디오 가이드를 무조건 대여하거나 도슨트의 설명에 의존해서 전시를 관람하는 편이었기에 수장고 형식의 전시가 정말 어색했다. 층마다 책자가 있어 책자에 작가 소개와 약간의 작품 설명이 있었지만 설명이 없는 작품들도 많고 심지어는 이름도 없이 번호만 적혀있는 작품도 많았다.


또한 전시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작품의 보존, 보관을 위한 공간이다 보니 작품이 보관 상태로만 놓여 있어서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경우도 있어 아쉽기도 했다. 예를 들면 한 작품이 도저히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모르겠어서 검색해보니 다른 전시회에서 전시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덩그러니 놓여있어서 이 곳이 수장고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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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1수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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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 마다 작품이 어떤 식으로 보존되고 배치되는 지 영상이 나오고 있어 수장고의 역할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또한 사전 예약을 하면 4층에 위치한 특별 수장고도 관람 할 수 있다.


특별 수장고는 기증작품의 관리와 보존, 작가 및 작품 연구를 위한 공간으로 실제 작품이 어떻게 보관되어 있는지와 보존 처리되고 있는 작품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미술관에서 가장 신기하고 특별했던 공간이었다. 전시의 뒷모습을 본 느낌이었다. 이 곳에 있는 작품들은 번호, 이름도 없이 작품 자체만 놓여있었다. 그래서 온전히 작품에 집중 할 수 있었다. 처음 접하는 작가들이 많았는데 다 정말 좋아서 여운이 가시지 않아 집에 와서도 작가와 작품을 검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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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작품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공간 이외에도 각 층 복도에서도 유리를 통해 수장되고 있는 많은 작품들을 감상 할 수 있었다. 조각 작품 이외에도 그림, 사진, 영상 매체 등 다양한 예술 작품이 있어 취향에 따라 선택하여 감상 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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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에는 미술은행 소장품 중 아름답고 화려한 장르별 작업들을 엄선하여, 전시장 벽면과 수납장에 빼곡히 쌓아올려 밀도 있게 전시하였다. 실험적인 작품들도 많았고 익숙한 형태의 작품도 많았다.


색감이 화려한 작품들이 많아 눈이 즐거웠다. 우리에게 익숙한 재료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 참신성을 드러내는 작품도 있고 착시 현상을 통해 심오한 의미를 전달하는 작품도 있어 신선했다. 인간의 고독함이나 정체성 혼란의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이 많아 특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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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미술은행 소장품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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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과학실에서 작품이 어떤 방식으로 보존처리 과정을 거치는지 설명도 자세하게 나와있었다. 유화, 판화, 조각, 서예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이 어떻게 각각 보존, 보관되는지 알 수 있어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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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는 특이하게도 라키비움이라는 공간이 있었다. 라키비움이란 도서관(Library), 아카이브(Archive), 뮤지엄 (Museum)의 합성어로 다양한 자료들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것저것 꺼내 보던 중 시각장애 아동을 위한 촉각 그림책을 발견하였다.


처음에는 오른쪽에 쓰여진 글씨가 그림을 점자로 나타낸 것인 줄 알고 이것을 어떻게 나타냈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설명을 보니 오른쪽 페이지의 점자는 아래에 있는 글을 점자로 옮겨놓은 것이고 왼쪽 페이지의 그림 자체가 입체로 표현되어 있었다. 그림에 손을 대어 보면 작품이 어떤 식으로 그려지고 조각되어 있는지 입체감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우연히 정말 좋은 책을 만나게 되어 계속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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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 수장고 전시를 관람하면서 '존 버거 - 다른 방식으로 보기' 도서의 내용이 떠올랐다. 해당 도서는 이름과 설명 모두가 결여된 작품 그 자체를 감상하며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있다. 작품에 정보를 곁들이는 것이 제기된 논점을 벗어나게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존 버거는 일반적으로 미술사나 미술비평에서는 작품을 감상하는 이상적인 방식이나 태도가 있다고 가정하고 하나의 작품을 보는 상식에는 그 나름대로의 타당성이 있는, 여러가지 경쟁적인 방식들이 공존 할 수 있음을 말하였다. 수장고에 있는 작품들은 대부분 이름, 설명 심지어는 작품 번호조차 없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에 작품 그대로를 내 방식대로 바라볼 수 있어서 즐거웠던 관람이었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전시를 관람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방문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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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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