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티끌 같은 나 [도서]

글 입력 2020.04.2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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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이 굉장히 빠른 러시아 소설이다. '이 중간 없는 전개는 대체 뭐지????' 머릿속에 물음표를 그리면서 계속 따라 읽어갔다. 일반적으로 갈등 양식이 기-승-전-결 이라면, <티끌 같은 나>는 전-전-결-전 이런 느낌이었다.

인물의 심정이나 감정변화에 집중하지 않았다. 문장이 짧아서 호흡이 굉장히 빠르다. 정말 폭주기관차처럼 행동으로 내용을 전개했다. 행동으로만 이어나가고, 주저함 없이 속전속결로 전개가 되니 보는 내가 숨이 찼다. 읽다가도 너무 빠른 전개를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어서, 잠시 내려놓고 쉬다가, 다시 책을 잡고 읽었다. 정말 폭주기관차 같은 소설.

주인공들이 전부 주체적이고 강단있다. 모든 인물들이 한결같이 강하고 담백한 걸 보면 저자인 빅토리아 토카레바도 굉장히 담대한 작가일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쿨하게 진행이 되었나. 내 감정을 인물들에게 이입하거나, 그런 시간과 여백을 주지 않아서 건조하게 읽을 수 있었다. 묘사까지 했으면 분량은 훨씬 늘어나고 복잡해지겠지만, 그런 묘사 없이도 충분히 내게는 어마어마했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모든 인물들의 전기를 설명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한 소설안에 많이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대체적으로 주인공들은 욕망에 솔직하고 행동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주위 인물들은 끌려가거나, 피하거나, 같이 어울리거나 다양했다. <티끌 같은 나> 가수가 되고자 하는 당차고 젊은 안젤라. 원조교제부터 점차 멘탈이 붕괴되었지만, 평생의 꿈과 한 낮의 사랑 앞에서는 무슨 소용 있으랴.

<이유> 마리나의 좌충우돌 인생 여행기. 억세고 무례하지만, 그럴 만한 사정과 성격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소설. 하나의 사랑. 그리고 살기 위해 모든 걸 감내하며 자식에게 내어주는 여자. 너무 피곤하고 기 빨린다. <첫 번째 시도> 폭주 기관차 매운 마라. 전투적으로 살아 온 제멋대로인 여자 이야기. 그리고 단편 둘 <남이 우리랑 무슨 상관이죠> <어느 한가한 저녁> 총 5개의 이야기가 있었다.

특징적인 건 전부 '사랑'이 중요했다. 하지만 불륜이고, 바람이고 간에 어떠한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다. 연인이 있으나 새로운 사람에게 이끌려 바로 떠난다던지, 외도를 한다던지, 너무나 자연스럽게 흘러가서 어안이 벙벙했다. 물론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이성으로써 제어하기는 어려운 일인 건 맞지만,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 머리가 아팠다. 평생의 한 사람. 혹은 스쳐지나가는 사람. 다양하게 애정을 주거나 받은 사람. 사회적 경제적 위치. 성격. 그리고 사랑에 대해 잔인한 태도.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들어있었다. 소설이라서 극적일 뿐.

그리고 '젊음'. 저자의 연령대인지는 몰라도 보통 젊어야 30대 후반, 보통 40-50대 여자가 중심이었다. 이제 갓 30살인 나는 새파랗게 젊은 젊은이인가. 늙음 앞에서의 정열적인 사랑, 젊음을 무기로 사랑을 사는 행위들.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누구나 공평하다. 한 사람의 탄생과 죽음 가까이 전기를 보여주는 부분도 있었고, 찰나의 젊음 혹은 나이든 상태를 보여주는 부분도 있었다. 나는 솔직히 나이에 대해 그렇게 생각을 하지는 않지만, 사회적인 시선은 내 영역이 아니니 우려도 이해는 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숨길 수 없다고 했던가. 시간의 흐름도 자연의 흐름으로 어찌할 수 없던가. 이 두 가지 앞에서의 주인공들의 태도는 가히 본받을만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물론 시대상으로 '여자는 사랑이 필요한 존재'라던가, '남자는 나이가 들어도 항상 어린 여자만 찾는다'는 등의 말도 안되는 내용들이 많지만- 어찌됐든 자신을 관철시키는 발걸음은 닮고 싶었다. 너무 강해서 겁이 날 정도로. 아마 작가가 보여주고자 했던 건 이런 주체적인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것도 최대한 많은, 다양한, 주로 주도적인 인물들을 소설에 내세워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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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노트

 

1987년 존경징표훈장 · 제53회 칸영화제 공로상 수상, 시대를 앞선 페미니스트(pre-feminist)

러시아 현대문학의 거장 빅토리아 토카레바 중단편 선집

《티끌 같은 나》는 현존하는 러시아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꼽히는 빅토리아 토카레바의 중단편 선집이다. 표제작 <티끌 같은 나>부터 <이유> <첫 번째 시도> <남이 우리랑 무슨 상관이죠> <어느 한가한 저녁>까지 다섯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섯 편 모두 자신의 방식으로 미래를 꿈꾸는 평범한 여성이 주인공인데, 우리에게 익숙한 러시아 고전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며 현실적 야망과 사랑을 쫓는 인물을 만날 수 있다. 지금은 가진 것 하나 없지만 미래의 성공을 위해 도전하고 실패하는 한편, 영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도 기회를 잡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사랑에 흔들리며 울고 웃는 감정을 숨김없이 표현했다. 차마 꺼내지 못하고 꼭꼭 숨겨 둔 우리 마음 어느 한편과 꼭 닮은, 쉽사리 주변에 동요되어 흔들리는 감정을.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러시아 현대 여성의 야망과 사랑.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

가수가 되기 위해 모스크바로 향한 안젤라. 그녀에게 방을 내어 준 키라 세르게예브나의 도움으로 스타를 발굴하는 오디션에 참가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심사가 공평하지 못했지만 그녀로서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녀는 좌절하지 않고 또다시 키라 세르게예브나의 소개로 미래 스타를 발굴해 내는 유능한 프로듀서를 찾아간다.

그는 스타가 되려면 좋은 목소리뿐만 아니라 가사와 작곡, 녹음을 위한 돈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맨몸으로 모스크바에 온 그녀에게 그런 큰돈이 있을 리 없다. 그저 해변의 수많은 모래 알갱이 중 하나일 뿐이다. 얼마 후 안젤라는 키라 세르게예브나의 소개로 작곡가 이고리의 집을 찾아간다. 다음 날 있을 파티에 일손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녀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다. 꿈을 이루어 줄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 그리고 그 집에서 레나와 그녀의 남편 니콜라이를 만나는데…….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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