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음을 움직이는 시 [사람]

하상욱 시인의 시에 대한 감상
글 입력 2020.03.13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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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시 

하상욱 시인의 시를 보며



하상욱 시인의 시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와 감상입니다.

 

 

 

INTRO


 

'시'라는 단어를 들으면 연상되는 몇 가지가 있다. 수려한 문장 속에 은유적인 표현으로 잔잔하게 노래하는 글. 사랑의 시, 울분을 토해내는 시, 마음을 전하는 시. 기본적으로 시는 노래하듯 일정한 마디안에 단어를 배열하며 완성된다.


그러나 내가 지금 이 글에서 소개하고 싶은 하상욱 시인의 시는 조금 다르다. 시 보다는 표어 같을 정도의 짧은 문장 혹은 짧은 단어로 간결한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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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때로는, 긴 문장의 시보다 하상욱 시인의 짧은 몇 마디의 시에 마음이 움직인다. 길지 않은 단어들로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왜 우리는 하상욱 시인의 시를 보며 울고 웃는가. 공감으로 시작해 감동으로 이어지기까지, 어떠한 요소들이 하상욱 시인의 글에 담겨있는가.

 

내가 생각하는,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하상욱 시인의 힘에 대하여.

 

 

 

공감과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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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꿈을 찾고 싶었는데

일상을 찾는 것이 꿈이 됐다.

 

- 하상욱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함.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으나, 우리의 존재가 조금씩 메말라가는 고갈감에 우리는 간혹 피폐해진다. 그러나 그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없으니 그저 답답하고, 이유를 안다 하더라도 해결할 수 없는 상황들에 우리는 조금은 자포자기한 채로 버텨내고 있지 않았던가.

 

그런 우리에게 필요한 위로는 어떤 위로일까? 힘을 낼 힘조차 없는 사람에게 전하는 '힘내'라는 공허한 말이나 어설픈 위로보다, 때로는 위로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위로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나는 하상욱 시인의 시가 사랑받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하상욱 시인은 우리에게 섣불리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힘을 내라고 하거나, 열정을 다하라는 마음에 와 닿지 않는 외침을 전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의 외로움과 우울함에 공감할 뿐이다.

 


점점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 하상욱


 

많은 사람들 안에서, 그 안에서 내 존재가 계속해서 사라져가는 허망함과 외로움이 늘 나를 짓눌렀다. 분명 다채로운 색의 꿈과 희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나의 화려하던 형형색색의 꿈과 희망은 그 빛과 색을 잃어가고, 종국에 나는 무채색의 사람이 되어갔다.


그런 나를 보며 주변 사람들은 진심으로 위로와 걱정을 건네 왔다. 때로는 다그치기도 했다. 진심을 담은 위로와 걱정은 마음을 따스하게 해줬고, 날카로운 다그침은 나를 올곧게 만들어줬다.

 

그럼에도 나는 어딘가 부족한 듯한 갈증을 느끼곤 했다. 그럴 때 마음에 콕 와 닿는 문장들이 바로 하상욱 시인의 시였다. 우리에게 어떠한 조언도 담지 않은 채, 담담하고 잔잔하게 나와 같은 감정을 노래하는 그의 글을 보면서 나는 의문의 갈증을 해소하곤 한다.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감정에 공감하는 힘. 하상욱 시인의 시에는 그런 힘이 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누구도 해결 못 하니까.

 

- 하상욱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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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사람이 날 배신하면

관계가 무너질 줄 알았는데

내가 무너지더라.

 

- 하상욱



우리는 많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 관계 안에서 우리는 상처를 치유 받기도, 반대로 상처받기도 한다. 타인과의 관계는 늘 우리에게 어려운 문제다. 언제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만 우리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많고, 상황마다 사람마다 다르게 대처해야 한다. 

 

우리는 미숙하기 짝이 없고 상처를 주고받으며 관계의 고통 가운데에서 살아간다. 관계 안에서 답답함을 느낄 때, 그의 시는 내 마음을 대변하는 듯 핵심을 짚었다. 상대의 무례함으로 관계가 틀어졌을 때, 나의 잘못이 아님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그때 본 그의 시는 나로부터 그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 

 

누구의 잘못인가를 떠나, 내가 쌓아온 관계가 틀어짐에 따라 나도 무너질 수밖에 없음을. 그 아이러니하고 부조리한 나의 감정과 상황을 새롭게 받아들이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관계 안에서 겪는 수많은 감정들을 정리된 말로 다시금 인지할 때, 나는 알 수 없던 나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우리가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명료한 힘. 하상욱 시인의 시에는 그런 힘이 있다.



누군가의 비밀을 지키는 이유는

비밀을 지키고 싶어서가 아니지.


그 사람을 지키고 싶기 때문이지.

 

- 하상욱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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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다

는데


자꾸

붙네

 

- 하상욱 시인의 '살'


 

그의 시에서의 따스한 공감과 위로, 그리고 그 간단한 명료함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매력을 느끼고 있지만, 나는 그 어떤 것 보다도 하상욱 시인만의 재치가 좋다. 세간에서는 '반전 시'라고도 하는데, 제목을 듣기전에는 아리송하다가 제목을 들은 후에 모두가 공감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제목을 떼어놓고 보면 어떤 것을 표현한 것인가 호기심이 들지만, 제목을 알고 나면 우리의 공감대를 정확하게 자극한다는 것이다. 그 생각치 못했던 반전과 재치로부터 우리는 감탄하게 되고 웃음을 얻는다.

 


나 같은 인간은 좀 맞아야 돼.

 

로또 맞아야 돼.


 

뿐만 아니라 하상욱 시인의 시에는 특유의 언어유희가 있다. (필자는 하상욱 시인이 본인을 '시팔이 하상욱'이라 지칭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 우리의 공감대를 자극하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나가서인지 나는 읽었던 글을 다시 읽고 또 다시 읽으며 되새기곤 한다. 여러 번 봐도 참신하고 창의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린

보았다


리더의

모습


- 하상욱 시인의 '팀장님이 커피 쏨'


 

나는 이 또한 하상욱 시인이 대중들의 심리를 깊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하상욱 시인의 시는 한글 특유의 언어유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기발한 문장으로 웃음을 준다. 전체적으로 그의 시는 공감과 감동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가끔 무심하게 건네 주는 그의 언어유희가 좋다.

 

생각치 못하게 웃게 되는 재치. 하상욱 시인의 시에는 그런 힘이 있다.

 

 

 

OUTRO


 

앞서 말씀드렸듯, 이 글은 하상욱 시인의 글을 접한 필자의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하상욱 시인의 시를 좋아하는 독자 중 한명으로서 이 글을 씁니다. 때로는 따스한 공감과 위로로, 때로는 조언과 이해로 독자들과 소통하는 하상욱 시인의 방식이 참 좋고, 앞으로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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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하상욱 인스타그램

 

*

 

하상욱 시인의 시 中

 

나는 오직 '나'라는 이유만으로

나를 무조건 사랑해 주고 싶지는 않다.

싫은 점, 나쁜 점들을 고치면서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나로 조금씩

나를 바꾸면서 살아 가고 싶다.


지금 그대로의 나에게 집중하는 것만이

자존감을 지키는 방법은 아니더라.

 

 

-한 독자의 댓글 : '나아진다는건 누가 정해주죠?'

-하상욱 시인의 댓글 : '내가 정해야죠.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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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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