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도서]

글 입력 2020.03.03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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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부조리를

기발한 아이디어로



나는 판타지나 SF 장르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왜냐하면 단 한 번도 자발적으로 찾아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 <매트릭스>, <인셉션>, <인터스텔라> 등 내가 본 몇 개의 작품들은 모두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라니 어떤 영화인지 궁금하다는 생각. 흥미로웠지만 그뿐이었다.

 

지금으로부터 한참 뒤인 2199년의 배경이나 어딘지도 모르는 도시가 90도로 접히는 것, 인류를 재건하기 위해 새로운 행성을 찾아 우주로 떠나는 내용은 나에게 크게 와닿지 않았다. 정말로 영화 속에서만 펼쳐지는 이야기로 나와 단절되었다. 그래서 단순히 나는 내가 판타지, SF장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에 실린 첫 번째 단편 <정적>을 몇 장 읽다가 문득 어떤 생각을 했다. 영화에서 접히던 도시가 서울의 광화문이었다면? 인류를 구할 희망이 우주가 아닌 부산에 있다면?

 


[행정안전부]

서울시 마포구, 서대문구 일대 정적.

해당 지역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는 이상 현상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운전 자제 요망, 현재 해당 지역에 위치한 시민들은 안전한 곳에서 대기 바랍니다.


 

예컨대 어느 날 이런 재난 문자를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다른 세상의 이야기로만 느껴졌던 상황이 순식간에 내 이야기로 바뀐다. 단편집에 실려있는 다섯 가지 소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에 대해 말해볼까 한다.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


 

여지껏 지하철이라고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지나가는 4호선과 서울을 가기위해 주로 환승하는 2호선과 어쩌다 한번 타는 1호선이 전부인 나는 소설을 모두 읽고 검색창에 ‘경의중앙선’을 검색했다.

 

시간표 드물게 와요 / 배차간격이 영 좋지 않은 이유는? / 오늘도 늦는다 / 상습연착 도대체 왜때문인가!!! 등 이미 몇 년 전부터 악명이 높은 노선이었다. 그리고 소설은 이런 실상을 고발이라도 하는 듯 경의중앙선을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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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중앙선을 타려던 사람들이 처음부터 그렇게 영혼을 빼앗긴 모습이었던 건 아니라고 했다. 물론 긴 시간 동안 지하철을 타야 한다는 압박감이나 출근을 해야 한다는 괴로움 등으로 상당히 고통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생기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오지 않는 열차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영혼과 생기, 그리고 지성까지 잃어버린다고 한다.


 

4년째 풀 컬러로 전일 연재를 하고 있어 독자들 사이에서 사실은 그의 만화가 AI 기술의 결실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도는 웹툰 작가 성하리가 사실은 역에 묶여 작업을 하고 있다는 설정은 도시 전설 같은 허구로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충분히 납득이 갔다. 실제로 성하리같이 연재를 하는 작가의 독자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똑같은 장르지만 배경의 변화로 독자가 가지게 되는 몰입감은 상당히 차이가 난다. 만약 이 소설이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 가 아닌 <신주쿠역에서 마주치다>였으면 어땠을까? 혹은 <워싱턴역에서 마주치다> 였다면? 아마도 내가 이전에 감상했던 SF 영화들의 감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신주쿠역의 연착이 잦은가 보군, 워싱턴 역에서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은 힘들겠어. 정도로 그치지 않았을까?

 

 

 

장르 편식쟁이에게 추천


 

나는 이 책을 나처럼 판타지, SF 장르에 전혀 흥미가 없는 사람에게 입문용으로 추천한다. 우선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에는 어려운 세계관이나 복잡한 인물 설정 따위는 없다. 때문에 친근한 배경과 피부에 와닿는 소재로 구성된 다섯 편의 소설은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힌다.


책을 모두 읽고 마지막 장까지 넘기면 드디어 이 장르에 대한 최초의 감상이 생길 것이다. 그 감상이 좋든 나쁘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책을 읽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장르에 대한 견해가 또렷하게 생긴다는 사실이다.

 

사실 평소 내가 장르를 지독히 편식하기 때문에 권하는 책이기도 하다. 나는 우연히 읽게 된 한 권의 책으로 SF와 판타지에 관심이 생겼다. 새롭게 향유할 수 있는 것들이 이만큼이나 쌓여 있으니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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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 안전가옥 쇼-트 01 -


지은이 : 심너울

출판사 : 안전가옥

분야
장르소설
판타지, SF

규격
100X182mm

쪽 수 : 162쪽

발행일
2020년 01월 20일

정가 : 10,000원

ISBN
979-11-90174-67-1
 
 
[김혜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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