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 [도서]

글 입력 2020.02.12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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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지배하는 사회>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책에 대해 기본 정보 없이 일단 제목만 안 상태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어투나 전체적인 느낌 자체가 굉장히 독일인 스러웠다. 그리고 실제로도 독일 사람이 쓴 책이다. 건조하게 합리적인 내용을 다양한 근거와 사례를 들어서 '인간은 모두 감정적이며, 사회도 감정이 지배한다.'고 설명했다.


책을 읽다보면 '응? 뭐 이런 당연한 소리를??' 의문이 들다가도 이 명제에 근거한 실험 결과, 사례 등을 보다보면 다시금 진지하게 생각이 든다. 나를 돌아보면서 '나는 정말 감정의 노예구나'를 다시 깨닫는다. 이 책이 왜 필요한지 의문이었는데, 나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마치 명상처럼- 인지하게 만드는 것만해도 큰 이유가 된다.


그리고 당연한 16가지 명제들로 인해 주변을 다시 탐색하게 되고, 심리를 이용한 사람이나사회 등 환경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더 흥미로웠다. 당연한 이야기에 생각이 더해져 쉽게 읽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리가 그 거짓말 대신 진실이 무엇이었는지를 분명히 들었을 때 비로소 거짓말의 영향력이 약해진다. 허위 정보의 정정은 머릿속에 항상 빈자리를 남긴다. 이 빈자리는 채워져야 하는데,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허위 정보가 점점 익숙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게 된다."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로 세계적인 비상 사태인데, 허위 뉴스나 자극적인 내용도 아주 많다. 그래서 지금 팩트체크와 대대적으로 선별하는 것이 필요한 상태이다. '확진자가 00명'이라고 했다가 틀린 정보라는걸 알게될 경우, 실제로는 몇 명이지 아는 것이 오류를 벗어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분명히 00가 틀렸긴 한데, 그래서 몇 명이지?'라고 의문이 계속 남아있을 것이다. 그래서 가짜 뉴스가 있더라도 정정에서 그치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사실 확인까지 챙겨야 기억 속에 고쳐져서 자리 잡을 테니.

 

 

"인간이 자신의 행복과 안녕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록 더 많은 불행을 느낀다."

 


내가 요즘 느끼는 감정이다. 거의 10년 만에 (20살 이후 처음으로) 본격고향 라이프를 제대로 지내고 있다. 정말 지루하고 평온한 일상이지만,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회가 새롭다.


특히 할머니와 엄마랑 함께 지내는 것이 너무 행복한데, 예전보다 자주 '이 시간이 영원하지 않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 가끔 슬퍼지곤 한다. 내가 너무 이 생활에 만족해서 그런 걸까. 언제나 맛있는 음식이 주위에 있고, 내 편인 가족이 있으며, 아무 것도 노력하지 않아도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너무 감격스러워서 불안하기도 한다. 어차피 깨어날 꿈인 걸 알기에.


내가 자주 우울해지는 이유는 내 삶, 행복이 과하게 소중해서일까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거에 쓴 일기를 살펴보면 나는 언제나 불안하고, 긴장하고, 막막해하고, 답답해왔다. 왜 이 걱정거리는 변하지 않는 걸까, 근본적인 만성 감정 베이스인걸까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이 문구를 보니 '내가 그만큼 내 삶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어서 조금 편해졌다.

 

 

"많은 것들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면 분노는 더 커진다."

 


사회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사회 환경도 개선이 되고 있고, 사람들의 인식도 발전하고 있다. 점점 더 좋아질 수록 사소한 문제에 대해 역치가 낮아진다. 예전 같았으면 '쉬이 통상 으레 그러한 것' 이었지만 성숙하게 발전한 상태에서는 '틀린 것'임을 인지하기에 더 발언을 하게 되는 게 아닐까. 예를 들어 흡연 구역이나, 가정폭력 아동학대 성폭력, 방송 심의 문제 등. 나는 환영하는 내용이다.

 

 

"사람들은 어떤 시안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보고 그에 따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정신 건강과 행복을 해치지 않기 위해 자신에게 부정적인 정보 혹은 불쾌한 정보를 멀리한다."


"사람은 저마다 어떤 진술이나 생각, 사건을 관찰하고 해석하는 기준점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피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창작하고 표현하는 사람이어서 그런가, 나는 내 감정이 너무나 좋다. 그리고 직관을 맹신까지는 아니어도 거의 다 믿고 쓰는 편이다. 그래야 더 자유롭게 나올 수 있으니까.


하지만 창작을 제외하고서라도 모든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을 본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근거까지 본인의 선택이니. 감정이 우선 움직이고 그 뒤에 이유를 찾는 것까지 너무 명쾌한 설명이 곳곳에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더 흥미로웠던 내용은 '내 편과 네 편'이 실질적으로는 아주 조금 다르지만 엄청나게 다르게 인지하는 부분이었다. 우리 편은 언제나 심사숙고하고 합리적이지만, 상대편은 생각도 짧고 무식하다 라고 하는 게 서로 얘기하는 부분이라니. 이래서 스포츠나 정치 등 편가르기가 과열되는가 보다.


 

"어떤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 혹은 어려운지가 이미 그 정보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와 인지학자들은 인간이 정보를 쉽게 떠올리는 이러한 용이성을 '가용성'이라고 부른다. 가용성은 쉽게 떠오르는 생각일수록 그것이 옳다고 판단하는 현상이다."

 


브랜딩이 그래서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하는 것은 오래 걸리니까 그만큼 에너지를 쓰기에 머리에서 점점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좋든 나쁘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 예시를 무죄 받은 연예인이 오랫동안 안좋은 꼬리표를 달고 있다는 내용이라 더 와닿았다. 역시 인간은 합리적으로 게으르고 본인 편한대로 감정적으로 치우쳐 살고 있구나. 그래서 마음에 든다.


 

"사람들은 자신의 긍정적인 자아상이 공격당하지 않도록 공격자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자신의 입장을 더 강하게 옹호하는 방어 태세를 취한다."

 


페미니즘과 비건. 가장 적절한 예시였다. 페미니즘을 인정하게 되면 남성들은 스스로 혜택 받으며 살아왔다는 걸 인지하게 되기 때문에, '그럼 내가 잘못 살아왔단 말이야? 빼액'이 되기 쉽다. 그래서 '나는 옳고 너는 틀렸어'에 과하게 몰입하는 현상이 나오나보다. 아니 사실인데 왜 쿵쾅대세요. 물론 나도 내 입장을 가장 옳게 받아들이지만 많은이들이 인정하고 또 위에 말했던 '더 나은/좋은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비건에 대한 예시도 흥미로웠는데, 채식주의자를 공격하는 육식주의자가 이해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 공격하는 이유가 치졸한 '자기합리화'였다니. 왜 본인이 틀렸다고 공격받았다고 과민하는지 재미있는 본성이었다.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내가 가치를 두고 있거나 자신 있는 부분에 '비판'을 받으면 '공격'처럼 느껴져 불쾌하다. 하지만 발전하고 싶으니까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어렵다. 내 기준에서 변형해서 받아들이며 '긍정적인 자아상'을 유지하면서 살아오겠지만. 역시 본성을 거스리는 일은 참 어렵다. 그래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다 꼽지 못할 정도로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았다. 문장 하나에 딸려오는 수 많은 경험과 생각들이라니. 합리적인 자신이 되고 싶으면 이 책을 추천한다. 당연히 '합리적인 인간'으로 되는 건 불가능하다고 딱 잘라 말하겠지만. 그래도 "희망을 꿈꾸는 건 가능하다." 인간은 원래 희망적인 이야기를 더 믿고 싶어하니까. 정말 위트있는 독일스러운 책이었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번역체가 너무 길어 읽기 힘든 것. 외에는 정말 가볍고 어렵게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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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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