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사파이어와 터키석이 빛나는 하늘 아래 : "고흐, 영원의 문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꾼 영화
글 입력 2019.12.1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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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그에 대해서 내가 아는 것은 별로 없다. 자신의 귀를 스스로 잘라낼 만큼 힘든 삶을 보냈다는 것, 그가 죽을 때까지 그의 그림을 알아주는 이는 많지 않았다는 점, 별이 빛나는 밤과 본인 그림에 등장하는 카페를 특히 좋아했다는 점. 생각해보면 그는 사람들에게 참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다. 그의 그림을 주제로 한 노래, 그의 삶을 이야기하는 많은 드라마와 영화들. 아름다운 작품을 많이 남긴 그는 사람들에게 죽어서야 인정받는 비운의 예술가다.

 

천재적이지만 본인의 귀를 스스로 자른 정서 장애가 있는 예술가로 인식되는 빈센트 반 고흐.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그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 The starry night>은 하늘의 소용돌이 문양이 인상적이다. 정신장애로 인한 고통을 그림 속의 소용돌이로 묘사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결국 그는 총으로 스스로의 목숨을 끊었다. 여기에는 아직도 논란이 많다. 정황상 그가 총을 겨눈 것은 맞지만, 목이나 심장이 아니라 배를 쏜 것은 자살이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덮기 위해 더 큰 육체적 고통을 주려고 했을 뿐이라는 의견도 있다.

 

빈센트의 모순적인 삶은 처음부터 예견되었던 것일까. 그는 자라면서 죽어 있는 또 다른 자신과 항상 함께였다. 그가 태어나기 1년 전에 그의 어머니는 또 다른 남아를 사산했다. 어머니의 고통은 깊은 것이었고, 그래서 빈센트가 태어났을 때 1년 전에 죽은 형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심지어 빈센트는 죽은 형과 정확히 1년 후, 그것도 같은 날짜에 태어났다. 어머니가 그를 죽은 아이의 화신이나 대체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빈센트는 자라면서 집 앞에 있는 또 다른 빈센트의 묘지를 항상 보고 자랐다. 살아있는 빈센트는 살아있었지만 죽어있었고, 죽어있었지만 살아있었다. 어머니는 일요일마다 그의 손을 잡고 빈센트의 무덤을 찾아 꽃을 장식하곤 했다. 그래서 빈센트는 자라는 동안 자신이 무언가 결여된 인간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자랐을지도 모른다.

 


“사람들 눈에 나는 뭐냐? 없는 사람이거나 특이하고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이야. 삶의 목표도 없고 이룰 수도 없는 사람. 한마디로 형편없는 사람이지. 좋다. 그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나는 그 특이하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의 정신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내 작품을 통해 보여주겠어”


- 1982년 7월 21일,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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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는 25살에 신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브뤼셀의 한 신학교에서 그를 지방의 탄광촌에 전도사로 보냈다. 빈센터는 광부들의 삶을 매우 측은하게 느꼈고, 광부들과 함께 일하며 삶의 결을 나눴다.


이곳에서 그의 정신적 위기는 다시 찾아온다. 어느 봄에 일어난 탄광의 폭발 사고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었다. 그는 지친 이들을 보살피느라 정작 자신은 탈진 상태였고, 광부들의 파업 투쟁이 있을 때에도 그들의 편에 섰다. 하지만 주변인들에게 미친 사람 취급을 당하고,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지나치게 문자 그대로 해석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다.

 

빈센트의 발작 증세에 대하여 연구가들은 정신 분열증, 가족 내력, 성병, 분열증 등등 다양한 소견을 내어 놓고 있다. 이 중 나에게 가장 신빙성 있게 다가온 것은 그의 발작 증세가 그의 인간관계와 연관성이 있다는 의견이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 거절당했으며, 광부들과 주민들로부터의 거절, 사랑하던 사람의 거절 등. 숱한 거절로 점철되어 있다.


고흐와 고갱의 고갱의 관계 또한 그의 삶에서 빠질 수 없다. 스승이자 친구이자 동료가 되어주었던 고갱마저 그를 떠나자 그는 스스로의 귀를 잘랐다. 그를 힘들게 했던 것은 끝도 없이 따라다니는 부조리한 현실이었다.

 

 

"오랫동안 형의 머릿속은 오늘날 이 사회의 풀 수 없는 문제들로 가득 차 있었고 여전히 착한 마음씨와 무한한 에너지를 가지고 그런 것들과 싸우고 있소. 형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사는 동안에 결실을 보지는 못할 거요. 세상 사람들이 형이 그림에서 말하려는 것을 이해할 즈음이면 이미 늦을 것이기 때문이오. 형이 말하려는 것을 이해하려면 모든 인습과 관계된 것들을 벗어나야 한다오. 나는 훗날 사람들이 형을 이해하리라고 믿지만 다만 언제라고 말하기 어려울 뿐이오.”


- 1888년 4월, 동생 테오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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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죽기 몇 달 전부터 그의 이름이 미술계에서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했다. 파리의 잡지 ‘머큐리’에 “때로는 세공한 사파이어나 터키석같이 빛나는 하늘 아래, 때로는 지옥같이 뜨겁고 독하며 눈을 어지럽히는 유황으로 찍어 낸 하늘 아래 낯선 자연이 혼란스럽고 어지럽게 진열돼있다.”라는 평론 글이 실린다. 빈센트 반 고흐는 어느 평론의 글처럼 그의 사회적 사상적 삶의 맥락을 떠나 작품 자체로 이야기해야 하는 작가가 아닐까.


예술가의 삶이 녹아난 그림에서 그의 삶을 빼고 이야기하는 것이 어렵다 할지라도, 나는 단 한 번이라도 그의 작품을 마음의 눈으로 바라본 적이 있었나, 적어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 시도를 한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이제서야 해보는 것이다. 동생 테오의 말처럼 벗어나고 싶은 현실 속에서도 고흐 자신은 무엇을 사랑했고, 무엇을 그렸나.

 

영화<고흐, 영원의 문에서>는 고흐의 삶을 다루던 기존 영화와는 다른 결의 이야기로 고흐를 보여줄 것을 약속한다. 고흐의 삶과 인간관계를 중점적으로 다루던 기존 영화들과 달리, 줄리언 슈나벨 감독은 빈센트 반 고흐가 무엇을 창조하는지에 집중한다. 특히 영화감독 또한 미술 작업을 한다는 점에서 고흐의 작업을 어떻게 바라볼지, 본인이 바라본 것을 어떻게 담아낼지 더욱 기대가 된다.

 

주인공 빈센트 반 고흐 역을 맡은 배우 윌렘 대포는 이 역할을 위해 감독 줄리언 슈나벨에게 그림을 배웠다. 감독의 지도 아래 붓을 잡는 법부터 점을 찍고 색을 칠하고, 빛을 그리는 법까지 화가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았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윌렘 대포는 <고흐, 영원의 문에서>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꾼 영화”라고 전하며, “반 고흐가 사로잡힌 광기를 다룬 이전 영화들과는 달리 <고흐, 영원의 문에서>는 그가 무엇을 창조하는지에 집중한다”라고 설명했다.

 

영화가 끝난 후, 나는 어떤 마음들을 품게 될까. 그가 사랑하는 것들을 사랑하게 될 순간은 어떻게 다가올까. 미리 짐작해보는 것만으로도 이번 겨울은 여느 해보다 따뜻하고 또 포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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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에 관한 영화지만 이미 잘 알려진 그의 전기를 담으려 하지 않았다.우리가 화가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의 생명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반 고흐는 사람들이 기록했던 그가 아니라 그의 작품들에 대해 내가 느꼈던 느낌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나에게 이보다 더 사적인 주제는 없을 거다.평생 생각해온 거니까”

 

- 줄리언 슈나벨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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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영원의 문에서
- At Eternity's Gate -


연출 : 줄리언 슈나벨
 
각본
장 클로드 카리에
줄리언 슈나벨, 루이스 쿠겔버그
 

출연

윌렘 대포, 오스카 아이삭

매즈 미켈슨, 루퍼트 프렌드


장르 : 드라마(미국, 프랑스)

개봉
2019.12.26

등급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 111분
 
수입 : 찬란
 
제공/배급 : ㈜팝엔터테인먼트
 

[장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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