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의 의식에 들어온 세상을 드러내는 방법 - 미스 홍, 그림으로 자기를 찾아가다 [도서]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찾아서
글 입력 2019.07.2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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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운 게 무엇일까?



‘나만의 책 출판하기’, ‘나만의 컨텐츠 제작하기’, ‘나만의 공간 만들기’ 등등.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개인 SNS와 유튜브의 발달로 누구나 나의 모습과 나의 컨텐츠를 타인과 쉽게 공유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모습을 진정한 ‘나’라고 할 수 있을까? 과연 나다운 건 무엇일까? SNS에 게시하는 활짝 웃는 역동적인 나의 모습, 그리고 웃음기 하나 없이 침대에서 뭉그적거리고 있는 나. 하루 종일을 사람들과 함께한 날이면 잔뜩 지친 채 집으로 돌아오는 나와 혼자 있으면 새카만 외로움에 잠식되어 버리는 나. 정의할 수 없이 뒤죽박죽인 여러 ‘나’의 모습들 사이에서 우리는 괴리감을 느끼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나라는 것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나다운 건 대체 무엇인지.



그림으로 나를 찾아가다(표지)-인쇄판4.jpg
 


<미스 홍, 그림으로 자기를 찾아가다>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현대미술을 실제로 체험하면서 자아를 찾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로, 선생님과 미스 홍의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된다. 우리와 똑같이 막연하게 현대미술을 어렵다고만 생각하던 미스 홍이 선 긋기부터 시작해 작품을 완성해 나가면서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더욱 성숙하고 안정된 스스로를 발견해 나갈 수 있다.


이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1. 그림을 시작하다 : 선 긋기

2. 색으로 추상화를 그리다

3. 대상을 그리다

4. 인물을 그리다

5. 공간을 그리다

6. 현대 미술과 나: (장소 안에서 발견하는 나. 나의 몸짓이 현대미술이 된다.)




이 책의 저자를 따라 다양한 현대미술을 체험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꼽자면, 4단원 인물 그리기의 ‘거울을 보면서 나의 얼굴 그리기’와 5단원 공간 그리기의 ‘나를 둘러싼 마음에 드는 공간 그리기’였다.




나를 돌볼 수 있는 지도 찾기



‘거울을 보면서 그리는 나의 얼굴’이 특별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왜곡된 표현을 의미 있게 보겠다는 관점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는 방법은 직접 조그만 손거울을 들고 보이는 나의 얼굴을 흐름에 따라 그려 나가는 것이다.


눈에서 시작한다면 한쪽 눈을 완성하고 그 옆에 있는 코로, 또 다른 쪽 눈으로 연결해 나가면서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고 흐름에 맡겨 그리는 것이다. 조그만 부분들을 연결하는 느낌이기에 자연스럽게 좌우 대칭이 틀어지고 크기가 달라진다. 이렇게 매 순가 나의 손의 반응만을 따라 그린 작품은 사실 예쁘다고 하기는 어렵다. 삐뚤빼뚤하고 엉성한 느낌이 드는 이 그림을 보고 있자면, 내가 미워하는 부분까지 마주하게 된다.



그림으로 나를 찾아가다 -내지-인쇄판8.jpg
 


책의 저자인 김은진 작가는 자신이 예쁘지 않게 보는 곳과 자신의 삶이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림은 자신이 예쁘게 보지 못하는 스스로의 삶에 관심을 두게 되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예쁘게 보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지만, 자신이 외면하고 미워하는 것을 찾아보는 것은 언제나 스스로에게 이로운 일이다. 즉 ‘나’를 돌보는 방법인 것이다. 이렇게 자화상은 구체적으로 나를 돌볼 수 있는 곳을 찾는 지도가 된다.




나의 의식에 들어온 세상을 드러내기



공간을 그리는 일은 사실 조금 막막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손으로 집히는 구체적인 사물이 아니기 때문일까, 어쩐지 막연한 느낌이 든다. 이때 핵심은 몸의 감각을 최대한 이용하여 내 몸이 다르게 반응하는 공간을 선택하는 것이다. 공간이 이렇게 붕 뜨게 느껴지는 이유는 인간은 언제나 공간에 있는 대상에 의식을 빼앗겨서 공간 자체를 잘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간은 오히려 인간의 무의식에 큰 영향을 준다. 그래서 몸의 감각과 감정은 공간에 따라 반응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사물들과 나의 몸 사이를 점점 채워나간다는 느낌으로, 나의 몸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나의 의식에 들어온 세상을 드러낼 수 있게 된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내 의식에 들어온 세상을 드러내는 거야. 나와 상관없는 세상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사물들은 우주를 부유하는 그림자가 돼. 내 몸으로 펼치는 세상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되면 사물들은 화면 안에 제자리 찾게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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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내가 좋아하는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다가 눈에 비친 나의 방 한 구석의 모습이다. 내 몸의 떨림이 느껴지는 공간. 내가 언제나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공간. 색을 칠하지는 못했지만, 이 그림을 밤에 그렸더라도 나는 오후 4시의 색을 칠할 것이다. 4시쯤 들어오는 마지막 햇살에 방이 서서히 그림자가 지면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화로워진다. 천천히 옅은 회색으로 변하는 연두색 방.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용기



예술적 감각이 없어도,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더라도 누구나 현대미술을 체험하고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잘 그리든 잘 그리지 못했든 나만의 감정과 생각이 담긴 그림을 그리면서 나도 몰랐던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하고, 생생한 나의 자아와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기도 한다.


이력서의 네모난 칸에 적는 나의 나이, 직장, 학교를 키위의 보송보송한 껍질이라고 생각해 보자.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나의 모습은 이 껍질뿐이다. 때로는 나도 이 칙칙한 껍질이 나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나의 마음을 들춰 보지 않으면, 나의 감정을 가만히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나조차도 이 촉촉한 연둣빛 속살을 알아채지 못하고 썩어버릴지도 모른다.


언젠가 당신도 이 책을 통해서 달콤하게 익어 있는 스스로를 만나고 현대미술을 깊이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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