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간이 멈춘 도시, 군산 [여행]

글 입력 2019.07.1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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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처음으로 어머니와 단둘이 여행을 가기로 했다. 늘 자가용이나 비행기를 타고 아버지, 동생과 함께 여행을 떠나곤 했는데, 둘만 가는 ‘뚜벅이’ 여행은 처음이었다. 여수, 거제, 강릉 등 수많은 여행지 후보를 제치고 군산과 전주를 선택했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라는 영화 속 군산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그려졌기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전주 영화제를 방문했을 때 영화를 보느라 전주의 관광지들을 가보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처음 가본 군산은 한적하고 여유로운, 뚜벅이를 위한 최고의 관광지였다. 많은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군산에서 기억에 남았던 여행지를 소개하려 한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속 초원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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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초원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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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사진관 세트를 재현한 내부


군산 하면 가장 대표적으로 꼽는 관광지는 바로 초원사진관이다. 군산 도시재생 사업의 하나로 만들어진 공예품 거리에서, 가게마다 빠지지 않고 초원사진관과 관련된 기념품이 있었을 만큼,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빼고 군산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진사 정원(한석규 분)과 주차단속요원 다림(심은하 분)의 잔잔하고 따뜻한 사랑 이야기다. 극 중 정원이 운영하는 초원사진관은 둘이 처음으로 만나는 장소이기도 하고, 사랑을 키워나가는 장소이기도 하다. 누군가 ‘로맨스 영화의 교본’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영화는 느린 호흡으로 둘의 만남과 그리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둘의 사랑은 뜨겁지 않았기에 오히려 애틋하고 애절하게 느껴졌다.

여행지를 결정하고 IPTV로 VOD를 결제해서 보았는데, 여행하며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아, 영화를 보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영화를 찍었던 실제 세트는 없어지고, 지금의 초원사진관은 세트를 모사하여 만들어진 것이었지만, 영화 속의 디테일을 잘 살려 정교하게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에 들었다.

초원사진관은 입구에 걸린 다림의 사진, 정원의 오토바이, 주차단속 차량, 문에 꽂힌 다림의 편지 등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영화의 여운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소품들로 가득했다. 내부에는 영화 스틸컷과 대사, 뒷이야기, 감독의 인터뷰 영상 등이 있었다.

영화에서는 초원사진관 이외에는 ‘군산’을 떠올릴만한 단서는 그다지 주어지지 않는다. 다만 사람들이 바삐 왔다 갔다 하고, 차로 가득한 서울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오토바이로 한적한 거리를 달리는 정원과 다림, 따뜻한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정원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영화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군산을 꼭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타짜의 촬영지, 신흥동일본식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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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쓰가옥’이라고도 불리는 신흥동일본식가옥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부자 히로쓰가 살던 목조 가옥이다. 현재 공사 중이라 가옥 내부에 들어가 볼 수는 없었지만, 작은 정원과 고즈넉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던 곳이다.

이곳을 둘러보며 군산이 ‘시간이 멈춘 도시’라고 느꼈다. 우리나라에 몇 없는 근대 문화가 보존된 도시이기에 다양한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는데, 영화 <타짜> 속 평경장의 집으로 등장한 것이 가장 유명하다. 중국집 ‘국제 반점’ 역시 <타짜> 촬영지로 유명한 음식점이다.



일제 강점기부터 6.25 전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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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조성된 군산의 근대문화도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군산은 고종황제의 칙령에 따라 개방된 항구 중 하나로, 앞에서 말한 일본식 가옥과 관세박물관, 조선은행(현 근대건축관) 등 근대 건축물부터 고려 진포대첩을 기념하여 전투기, 전함 등 전쟁 유물들을 전시한 해양 공원까지 주요 관광지가 모두 도보로 갈 수 있는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당일치기 여행으로 와도 충분히 모든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었을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진포 해양공원에 전시된 6.25 참전국가들의 국기였다. 국기 아래에는 참전 군인들의 수와 사상자 수가 쓰여 있었는데, 그토록 많은 사람이 이 땅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로 가는 길에 있었던 군산 항쟁관에서도 군산의 독립운동가들과 그들에게 고문을 자행했던 도구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를 지키려 했던 많은 이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나도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군산은 정말 과거, 현재, 미래가 소통하는 도시라는 슬로건이 잘 어울리는 도시였다. 유명한 관광지 이외에도 곳곳에 시간이 멈춘 듯한 거리도매력적이었고, 우연히 들어간 가게에서 예쁜 기념품들을 발견해서 기분이 좋았다. 일요일과 월요일 1박 2일간 방문해서인지 관광객이 많지 않아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갖고 싶은 이들에게 재충전할 수 있는 도시로 제격이라고 본다.




[김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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