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전주국제영화제, 독립영화의 천국① [영화]

글 입력 2019.05.0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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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처음으로 간 영화제는 10월 5일, 부산국제영화제였다.


단 하루 동안 2편의 영화를 관람했을 뿐이지만, 그 날은 어쩌면 내 인생을 바꿔 놓은 전환점일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영화를 많이 보았고, 취향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며 영화에 대한 사랑을 키워갔다. 그 이후로 영화제 프로그래머님의 강연을 듣고, 영화제에 꼭 한 번쯤은 가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의 기억이 매우 좋았기에, 다음에는 정말 며칠씩 영화제에 머물며 7~8편의 영화를 보고 싶다는 꿈을 꿨다. 영화 내용을 다 기억은 할 수 있을까, 걱정 반 설렘 반의 마음으로 연휴를 이용해 전주국제영화제에 다녀오게 되었다. 우선 3부작의 첫 번째인 이 기사에서는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 영화제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전주국제영화제의 매력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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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돔이 위치해 있고,
각종 전시가 진행되는 전주 라운지의 입구



영원히 보지 못할 영화와 만나다

부산국제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가 다른 점은 규모뿐만 아니라 특성도 있다. 전 세계적인 규모의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금방 알 만한 국내 및 해외의 거장 감독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지난해 내가 다녀온 부산국제영화제의 화제작은 단연 <라라랜드>의 감독 데미언 셔젤의 신작 <퍼스트맨>과,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신작 <로마>였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상영되는 자리였기에 상당한 관심이 모였다.

반면 전주국제영화제는 규모가 다소 작기도 하고, 들으면 알 만한 감독이 신작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물론 박찬욱, 임순례, 윤종빈 감독 등 현재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여둔 감독들이 시네마 클래스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으나, 신작을 발표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현장에서 경험하기로는 스타 배우라 할 만한 김보라 씨가 출연한 <굿바이썸머>, 연우진 씨가 출연하고 한국 독립영화계에서 주목받는 김종관 감독이 감독한 <아무도 없는 곳>, 차인표 씨가 감독한 개그맨 다큐멘터리인 <옹알스> 등이 그나마 직관적으로 알 만한 작품이었다.

개막식에서 집행위원장 김승수씨 역시 전주영화제의 독립성을 강조하셨다. 그 말은 아마도 앞으로 극장에서 보기 어려울 작품들이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거장의 작품은 언제 어떤 기회로든 볼 수 있겠지만, 막 주목받기 시작한 젊은 영화인들의 작품이나, 영화 기반이 다소 취약한 국가의 영화들은 영화제가 아니라면 볼 기회가 거의 없다.

또 웬만한 영화는 ‘실패’할 확률이 낮다. 우선 프로그래머들의 선정을 한 차례 거친 영화들이기도 하고,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하지 않는 새로운 영화적 시도들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GV(Guest Visit)가 진행되는 영화라면 감독과 배우에게 직접 영화에 대해 질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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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라운지에서 진행중인 스타워즈 전시



영화를 보지 않아도 즐겁다

영화제에서 영화를 보지 않는다니, 이 무슨 말인가 싶을 수도 있다. 그만큼 영화제는 ‘영화만 보고 오는 곳’ 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전주 영화의 거리에서는 영화제 기간 내내 수시로 거리공연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지역 상인들과 함께하는 플리 마켓 행사도 있었다. 영화의 거리에서 다소 거리가 떨어진 팔복예술공장에서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하는 100편의 영화 포스터를 미술가들이 재해석해 표현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스타워즈>를 주제로 한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SF의 고전이라 할 만한 <스타워즈> 시리즈를 보며 성장한 젊은 예술가들이 현대적인 감각으로 캐릭터들을 표현한 전시였다. 사실 SF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스타워즈> 시리즈를 관람한 적은 없지만, 잘 알려진 캐릭터들을 재해석한 것을 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각각의 예술가가 어릴 때 <스타워즈>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 자신에게 <스타워즈> 시리즈는 어떤 의미인지를 설명한 주석들을 보며, 영화라는 예술의 매력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앞서 말했던 <굿바이 썸머>나 <아무도 없는 곳> 등을 보고 싶었음에도 예매 경쟁이 너무 치열해 결국 보지 못했다. 그래도 배우와 감독들이 야외에서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인 ‘시네마 담’을 통해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무대에서만 영화인들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축제 현장이기에 거리 곳곳에서 영화인들을 만나볼 수 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이 사실만으로도 영화제를 찾을 이유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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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맛있는 가족> GV 현장



네가 알던 영화관이 아니야

영화제 기간에 영화관을 방문하는 것은 평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체험이 될 것이다. 우선 영화관에서 다양한 국적의 관객들을 만나볼 수 있다. 기억에 남는 관객은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졸업작품인 <사회생활>을 맨 앞줄에서 관람하던 금발의 관객들이었다. 한국영화이고, 한국사람들이 관심 있어 할 만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외국인 관객이 적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런 영화를 어떻게 선택하게 되었을지 궁금했다. 한국의 직장인들이 수없이 겪는 ‘사회생활’에 대해 어떤 느낌을 받았을지도 궁금했다.

또 영화가 끝나고 관객이 다 함께 박수를 치는 새로운 광경도 볼 수 있다. 영화제에서의 영화는 아무래도 제한된 공간에서 상영되다 보니, VOD로 출시되어 스마트폰이나 TV를 통해 쉽게 소비하는 영화보다는 훨씬 ‘예술 작품’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간 후, 깜깜해진 상영관에서 박수를 치며 영화를 찍는 데 도움을 준 모든 이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표시로 박수를 치는 것은 영화제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체험이다.

그리고 전주‘국제’영화제인 만큼, 당연히 모든 영화에는 영어 자막이 달린다. 그러면 한국 관객들도 이탈리아 영화나 일본 영화를 영어 자막으로만 봐야 할까? 물론 한글 자막도 있다. 다만 우리가 영화관에서 보아왔던 것처럼 한글자막이 가로로 나오는 대신, 영어 자막이 가로로 달리고, 한글 자막은 오른쪽 위에 세로로 나온다. 처음에는 이런 방식이 너무 불편했는데, 얼마 가지 않아 금방 적응되기는 했다. 다만 좌석이 너무 앞줄이라면, 자막과 화면을 보느라 눈동자를 바삐 움직여야 할 수도 있다.

다음 기사에서는 영화제에서 좋은 영화를 만나는 방법, 새로운 체험을 할 방법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김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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