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포없음) 성장과 인연에 대하여, < 연애의 행방 > [도서]

글 입력 2018.07.0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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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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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어보면!!! 놀랍게도 시크릿 표지가 있다!
나는 숨겨져 있는 표지로 책을 감싸고 다녔다


이전에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을 통해 히가시노 게이고의 글을 접한 적이 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고 하면, 전형적인 타임리프 소설인 것 같으면서도 모든 인물들이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구성력이 매력인 작품이었다. 세상은 참 좁고, 모든 것은 연결되어있다는 것. 그것이 그 소설이 보여준 주제 의식이랄까, 교훈 같은 것이었다. 무튼,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이 작은 일들이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상의 기적들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 연애의 행방 >에서는 4쌍의 남녀 간의 얽히고 설킨 연애사를 다룬다. 확실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보다는 가벼운 감이 있는 소설이다. 무거운 주제의식이나 큰 울림이 있는 소설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그래도 당장 다음 장이 궁금해서 미친듯이 읽게 되는 작가 특유의 매력이 이번 소설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 소설도 역시, 모든 인물들이 아주 단단하게 얽혀있다. 사건 전개에 따라 각 인물들의 시각에서 진행되는 구성이 일품이다. 읽다보면 주인공들한테 감정 이입이 되서 같이 조마조마하게 되는 맛이 있다.



겔렌데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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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겔렌데 마법'이라는 것이 있다. 스키장에서는 사랑에 빠지기 쉽다는 법칙이다. 설원의 분위기가 단점은 가려주고 장점은 부각시켜주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스키장에서는 사람들이 자꾸 사랑에 빠진다. 사토자와 온천스키장에서는 양다리를 걸친 남자가 애인과 스키장에 놀러 왔다 공교롭게 약혼녀를 마주치고, 멋진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스키장에 왔다가 의외의 상황에 봉착하거나, 스키장 단체 미팅에 참여했다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도대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랑의 화살표 앞에서 사람들은 조금은 한심해지고, 조금은 이기적이고, 조금은 과감해진다." - 책표지


여기서 겔렌데라는 것은 맥락상 스키장 슬로프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정말 '겔렌데 마법'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시원한 스키장을 배경으로 각 남녀는 서로의 장점 혹은 단점만을 보게 되고, 성급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때문에 완벽한 계획이랍시고 저지른 일들도 예상치 못한 일 때문에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실은 단점 투성이인 것 같은 사람에게도 장점이 존재하고, 멋져보이는 사람에게도 단점은 있다. 누군가의 단점은 다른 면에서 봤을 때 곧 그 사람의 매력이 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남자 주인공 중 하나인 히다는 눈치 없고 분위기 파악도 전혀 못하는 사람이지만, 그만큼 거짓말을 못하고 심성이 착하며 빠릿빠릿하다. 그 반대 격인 미즈키는 매력적이고 처세술에 능하지만 그만큼 바람기가 많고 믿음직하지 못하다. 이런 걸 보면 단점이 전혀 없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매력도 없지 않을까 싶다.


"누구에게나 플러스 요소와 마이너스 요소가 있다. 중요한 것은 덧셈과 뺄셈을 거쳐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다. 그것을 모모미는 이번 여행에서 분명하게 판별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 268p.


그런 의미에서, '겔렌데 마법'이라는 것은 사실 어디에서나 통하지 않나 싶다. 신이 아닌 이상, 누구나 어떤 사람과 대면했을 때 그 사람의 일부만을 접할 수밖에 없고, 그것으로 그 사람에 대한 당장의 마음과 태도를 결정해버리게 된다. 그 때문에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말들을 하는 것이지만, 사람이라는 건 시간을 두고 겪어봐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누구에게나 서툰 면이 있고, 그게 그 사람의 매력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상대의, 책 속의 등장 인물의 말과 행동을 통해 그들을 판단하곤 하지만 사실 인간의 묘미는 그들의 입체성이 드러났을 때에 있다. 모모미의 생각대로 누구에게나 플러스 요인과 마이너스 요인이 있지만 중요한 결정에는 그 어느 한 요인만이 아닌 한 사람에 대한 여러 요인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장소에서 사랑을 고민하는 8명의 주인공들을 보다 보면 사람마다 사고방식이 참 다르다는 게 체감된다. 그런 면에서 < 연애의 행방 >은 꽤나 현실적인 인물상들을 그려낸다. 처음의 판단은 틀린 것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틀어진 것처럼 보이는 계획도 얼마든지 새롭고 예상치 못한 기쁨으로 우리에게 돌아오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사람을 성장시키고, 서로에게 새로운 인연을 만든다. 두 권의 책을 통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보면,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키워드는 역시 '인연'과 '성장'인 듯 하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연애의 행방 역시 결국엔 인연을 통해 성장하고, 성장을 통해 인연으로 맺어지는 따스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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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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