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끝없는 기다림을 느끼는것 [공연]

글 입력 2018.04.19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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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도를 기다리며의 막이 올랐다. 사무엘 베케트의 작품을 알던 사람들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작품이 될 것이다. 이미 접했던 사람들에게는 과거의 경험과 느낀 견해들이 변화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고,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부조리극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기다림'에 대해 말한다. 끝없는 기다림에 대하여. 기다리는 과정, 기다림의 끝에서 나타나는 인간존재의 부조리성을 보여주는 사무엘 베케트의 부조리극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으로서, 부조리극의 대표작품이라 볼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전위극이 등장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프랑스를 중심으로 1950년대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서유럽을 풍미한 것이 부조리극이다. 부조리극은 사실주의 극을 철저히 파괴해 반연극적 면모를 보여준다. 부조리극의 주제는 불합리 속에서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다. 또한, 부조리극은 인간의 고독과 소통의 부재를 드러내어 인간에게 존재의 부조리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한다. 사실 쉽지 않은 영역이란 것은 확실하다. 절대적인 기준에 의해 쉬운지 쉽지 않은지를 평가할 수 없지만, 지금껏 우리가 보던 연극과는 다른 종류이기 때문이다. 시끌벅적하고 사건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사건을 해결하고 마무리하는 정통 연극에서 틈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부재와 고독, 부조리를 집중한 것이 부조리극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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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기다림은 우리가 매번 해왔고, 여전히 하는 것이기도 하다. 쉽게 일상에 적용하면, 우리는 미래의 어느 순간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고 지금을 제물로 바친다. 하지만, 지금의 결과인 미래가 우리 생각대로 밝기만 할지, 기대했던 바와 같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기대에 찬 마음으로 그 날을 기다리고 기다릴 뿐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바와 다른 미래에 실망한 사람들이 존재할까?

 우리는 기다림의 변화를 느낀다. 기다림을 결심한 순간의 마음과 미래에 가까워질 때의 마음은 같지 않다. 많은 말들을 할 테고, 행동들을 취할 테고 그렇게 기다림에 많은 영향이 끼치게 된다. 극에서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고도를 기다린다. 그러나 고도는 끝내 등장하지 않는다. 정통 연극이었다면, 고도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사건을 전개했을 것이다. 혹은 고도의 등장으로 극은 막을 내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부조리극인 고도를 기다리며에서는 고도의 유무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고도를 기다리는 시간, 과정에 집중한 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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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디미르는 인간의 지성적인 면을 상징하며 고도를 자신의 구원자로 여긴다. 항상 기다림을 중요하게 여기며 기다리면 언젠가 고도가 올 것을 믿고 있다. 이에 반해 에스트라공은 인간의 육체적이고, 탐욕스러운 면을 상징한다. 고도를 기다리는 일에 힘이 다 빠져 블라디미르에게 계속 떠나자고 제안한다. 캐릭터 설정부터 둘은 상반적이다. 한 명은 지성, 한 명은 탐욕. 둘을 합치면 인간이 된다. 탐욕과 지성을 지닌 채 살아가는 동물인 인간. 과연 인간은 기다림이라는 행위를 하면서 어떤 면모를 더 내세우게 되며, 기다림의 과정에서 어떤 성향이 두드러질까? 기다림의 목적인 고도는 끝내 등장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고도의 의미에 대해 궁금증을 품는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베케트조차 고도가 누구이며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내가 그걸 알았더라면 작품 속에 썼을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실, 고도가 누구인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기다림에 집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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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의 뒷골목, 작은 소극장에서 몇몇 대학생들과 소수의 지식인 관객뿐이었던 '고도를 기다리며'는 노벨문학상 수상과 함께 활발한 논의와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품이 되어 지금은 전 세계 각계각층의 관객들에게 찾아가고 있다. 또한, 소극장 산울림은 30여 년간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며 좋은 무대만을 고집한 극장으로서, 부조리극이 난해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1969년 초연 이후 끊임없이 사랑받으며 해마다 기다려지는 무대이다. 연출가 임영웅, 무대디자이너 박동우, 조명디자이너 김종호로 이루어진 제작진은 역대 고도를 기다리며 공연 중 최고의 완성도를 만들어내기에 충분하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는 많은 이들에게 이번 공연 역시 기다림 자체가 연극의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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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일시 : 2018.04.19~05.20

장소 : 소극장 산울림

관람료 : 전석 40,000원

작/연출 : S.베케트 작 / 임영웅 연출

출연 : 김정호, 박상종, 이호성, 박윤석, 이민준

예매 : 인터파크(1544-1555) / 소극장 산울림(02-334-5915)


[강인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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