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공중파 코미디언과 유투브 채널, 그 미묘한 만남 [문화 전반]

글 입력 2018.01.1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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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코미디나 개그 프로그램은 주로 3사 TV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다. 정해진 시간에 짜여진 개그를 녹화본으로 보여주는 매우 일방향적이고 고정적인 콘텐츠였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매체의 다변화를 통해서 현재는 유투브가 그 흐름을 잡게 되었다. 공중파 개그 프로그램이 설 자리를 잃자 개그맨들 스스로 자신들의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줄 자리를 찾아 개인 방송을 켜게 된 것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SBS와 MBC의 개그 프로그램은 식상하다는 평을 많이 받으며 불안정적으로 방송되어왔다. 게다가 코미디빅리그나 SNL 등의 종편 방송 콘텐츠에 밀리기 일쑤였다. 그나마 공중파의 위상을 지킨 것은 KBS이지만, 전성기를 지나 지금은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틈을 타서 개그맨들이 개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유는 보통 방송 프로그램이 사라지거나, 인기를 얻지 못해서인 특히나 여성 출연자들이 설 곳이 없어서 유투브로 나온다고 말한다. 신서유기 등의 웹 예능이 성공하면서, 최근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이의 선두주자는 송은이와 김숙이라고 할 수 있다. 둘은 남성 출연자 위주의 방송 패러다임에서 여성 출연자인 자신들이 방송에 잘 섭외가 잘 되지 않자, 송은이가 직접 스스로 VIVO TV를 꾸렸다. 그리고 팟캐스트를 통해 송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그 중 일부 에피소드나 코너를 유투브로 업로드하였다. 트랜스미디어적 홍보방식을 택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것의 대표작이 <김생민의 영수증>이라는 코너이다. 팟캐스트의 <비밀보장>이라는 프로그램 안에 김생민이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여 소비와 관련한 재미있는 평가와 조언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이 KBS로 진출하였고, 15분 방송에서 현재 60분 확대방송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팟캐스트로도 방송하고 있고, 유투브에도 업로드하여 그야말도 다매체적인 송출을 하는 것이다. 유투브와 네이버 캐스트 영상은 주로 하이라이트나 비하인드 영상 등 이슈가 될만한 것들을 중심으로 짧게 올려, 대중적 관심을 끌고 이 대중적 관심은 주로 텔레비전 <김생민의 영수증>의 시청률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 방송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되면, VIVO TV의 팟캐스트로 넘어가는 구조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 성공을 바탕으로 현재 인기 여성 개그우먼 중심의 웹 예능 <판벌려>이 현재 방송 중에 있는데, 유투브와 네이버캐스트의 두 플랫폼이 동일하게 전체 방송을 송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역시 웹 예능의 남성 중심 판도를 바꿔 다시 여성 출연자들의 인기 가도로 바꿔놓을 수 있을지 기대되는 바이다.




 위의 다매체 활용과는 전혀 다른 형식의 콘텐츠도 있다. 일상과 콩트를 혼합하여 SNS와 유투브에 업로드하는 것이다. 강유미와 안영미, 라라 등의 코미디언이 취하는 형식이다. 친근한 이미지를 중심으로 짜여진 개그보다는 일상 속에서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하루 일과를 마치고 누워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메이크업, 남자친구와 데이트, 여행 등의 일반 블로거나 유투버들이 많이 다루는 주제를 토대로 시청자에게 다가간다. 특징적인 것은 강유미의 ASMR이나 강아지 일상, 일본어와 같은 콘텐츠들이다. 다소 일반적인 소재를 주제로 삼은 것이지만, 본인 특유의 유머 감성을 넣어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콘텐츠로 변모시켰다. 가령 평범한 메이크업 콘텐츠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특기인 한국인이라면 알아들을 수 있는 일본어로 더빙을 하는 것, 또 ASMR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재미있는 말솜씨를 뽐내는 것 등이 그 예시이다. 누구든 함부로 따라할 수 없는 최초이자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공중파 코미디언들을 유투브에서 만날 수 있는 지금이 되었다. 더이상 방송매체만이 시청자를 만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SNS나 유투브, 아프리카 TV 등의 더 자유롭고 파급력이 강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그들이 무대를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무대를 만들어 나가는 시간이 된 것이다. 대신 그만큼 아이디어와 창의력이 중요하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개그콘서트>에서 어떠한 유행어나 개그를 선보이기만 하면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이것을 일방향적으로 수용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쉽게 퍼지고 유행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플랫폼에 누구나 등장할 수 있게 된만큼 그 사이에서 더 튀고, 더 재미있는 것들을 끊임없이 선보여야만하는 구조가 된 것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경쟁이 치열해진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누구나 원하기만 한다면 자신의 것을 똑같이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공평하고 매력적인 플랫폼이다. 더이상 공중파의 황금시간 코미디가 독점하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앞으로도 코미디언들이 어느 방속사, 어느 프로그램이 아닌, 자유롭고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들의 끼를 펼쳐보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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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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