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신을 사랑하라. 책, < 자존감 수업 > [문학]

모든 것은 결국 자신의 몫이다
글 입력 2017.09.09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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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에 깊은 생각을 하고, 많은 경험을 통해 인간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는 사람은 본인의 경험과 깨달음을 바탕으로 이미 잘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렇다. 이러한 종류의 자기개발서에 나온 내용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누구나 아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이런 책의 핵심은 뻔하고 당연하게 여겨지니까. 더 거칠게 말하자면, 사실은 가장 기본적이고 간단한 경구가 가장 명쾌한 해답임에도 우리는 이런 것들을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생각에 자기개발서, 특히 이와 같은 소위 '힐링책'을 기피하게 되기도 한다. 이런 건 생각 없이 산 사람들이나 읽는 거라고. 난 이미 여기 나와 있는 뻔한 내용을 몸으로 겪어 알고 있기에 읽을 필요가 없다고.

 그런데 막상 우리가 나름대로 알고 있고 익숙하다고 생각해온 상황에서 문제를 겪었을 때, 우리의 감정은 예상치 못한 충격에 빠지고 요동치게 된다. 오히려 이미 그 상황에 익숙하고 능숙하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그런 일을 겪으면 충격이 더 클 수도 있다. 내가 아직 성숙하지 못했나? 왜 나는 이런 일을 여러 번 겪어놓고도 면역이 되지 못했나? 왜 아직까지도 나는 사소한 문제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되는가? 하는 식의 혼란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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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힐링 열풍'이라고 하면서 대중들이 인문학자들을 따라다니고 그들의 책을 사 읽는 현상을 볼 땐 가벼운 한철의 유행 같아 보였지만, 막상 들고 읽어보면 책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거나, 많은 사람에게 크나큰 위안이 된 데에는 당위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는 스타벅스에서만 이 책을 읽는 사람을 3명이나 보았다.


'자신을 사랑하라!'
'자신의 감정 상태를 확인하고 기록하라!'
'자신이 되고자 하는 목표 상태를 생각하라!'


 가장 간단한 말이 가장 명쾌한 해답이다. 하지만 그런 격언은 오히려 그 '간단함' 때문에 개인의 삶에 가까이 와닿지 못하고 사회적인 표어로써만 떠돈다. 성인의 명언은 신뢰를 얻을지언정 책에서만 맴돈다. 그러나 < 자존감 수업 >과 같은 책은 많은 일을 숱하게 겪어온 가슴과 깨달음을 얻은 줄로 아는 오만한 머리를 쿡쿡 찌른다. 작은 일에 쉬이 상처받고 분개하는 나의 모습을 토씨 하나 어긋나지 않게 묘사하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을 구체적인 상황으로, 뇌과학을 빌려 풀어놓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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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을 관장하는 전두엽. 감정을 관장하는 변연계 안쪽에 위치한 편도와 해마.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빨간색은 본인이 표시))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을 읽으면서 익히 알고 있던 '뻔한' 내용만 접한 것은 아니다. 그 '뻔한' 내용을 새롭게 만들어주는 근거와 이론에서 실천으로 옮기게 해주는 접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이 책이 베스트셀러에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와닿은 것은, 모든 것이 결국 자신의 몫이라는 점이었다.


1. 결국 내 감정은 나의 것인데, 왜 남의 말과 행동에 쉽게 상처받는가. 다시 말해, 우리는 왜 '나'의 감정 상태를 '남'의 몫으로 취급하고 기대는가. 어떤 외부적 상황에 노출돼도, 어떤 트라우마를 겪었어도, 남에게 어떤 공격을 받았어도 결국 자신의 감정은 자신의 몫이기에 자신만이 공격을 방어하고 상처의 크기를 가늠하고 치료할 수 있다. 본인의 자존감은 본인이 지켜야 한다. 자존감의 정도가 타인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2. 특히 과거의 트라우마가 유난히 인간을 괴롭히는 이유는,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가 감정 중추인 '편도핵'과 붙어있기 때문이다. 감정과 기억은 연결되어있는 것이다. 과거의 일 때문에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책할 일이 아니다. 그 외에도 우리가 자주 느끼는 여러 감정, 나태함, 무기력, 절망감 등 우리가 느껴서는 안될 감정이라는 것은 없다. 오히려 우리가 억지로 그 감정을 억누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내 자존감은 나의 몫인데 남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니!'하고 자책할 수도 있지만 그것에 대해서마저 부정하거나 나쁘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이에 대해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3.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을 적어야 스스로의 상태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가능하다. 책에 따르면, 뇌에서 감정의 영역을 담당하는 '변연계'와 이성의 영역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구분되어있기 때문에 감정에 매몰되어 있을 땐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그것을 언어화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이성의 영역을 통해 언어로 자신의 감정을 옮겨보면 스스로에 대한 진단이 쉬워진다.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과 그에 따른 자신의 감정 상태에 대해 상세히 적어놓는 것, 즉, 일기를 쓰는 것은 자신의 상태에 대해 점검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단 결과에 따라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처방을 내릴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반응과 감정보다 자신의 반응과 감정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 신체질환으로 연결되지 않는 이상 해결은 스스로의 몫이 되어야 한다. 심리상담사 역시 그 과정을 도와줄 뿐 남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줄 순 없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주변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툭 내뱉은 말에 상처받거나 우울감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에 대해 '나는 왜 이런 말에 예민해하는 성격이지?'하고 사건과는 관련없는 근본적인 원인을 밝혀내려 하거나 그냥 곱씹으며 우울해하기만 하곤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나'의 우울감과 상처를 극복하고 행복을 찾는 일이다. 무슨 일 때문에 감정이 상했는지, 지금 내 상태가 어떤지를 가감 없이 적어보자. 그리고 앞으로 유사한 일이 일어났을 때 내가 어떻게 처신하고 생각해야 행복할지를 적어보자. 그리고 이것을 매일 소리 내 읽어보자. < 자존감 수업 >이나 사회적/내적인 경험을 통해 깨달은 교훈을 기억하고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똑같은 세월을 살아도 누군가는 성숙해지고 누군가는 퇴행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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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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