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리 앙투아네트, 그녀의 삶에 관한 상상과 기록 [영화]

아름다운 색감으로 그녀 개인의 삶에 집중하다
글 입력 2017.07.3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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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 그녀의 삶에 관한 상상과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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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마리 앙투아네트를 마주한 것은 아주 오래 전이었다. 모두가 그러하듯 나는 그녀를 프랑스 혁명의 역사 속에서 처음으로 접했고, 역사적인 맥락에서 그녀는 자신의 사치스러운 생활에 전념하느라 국정에 관심이 없었던 왕비였기에 결코 좋은 이미지로 기억되지는 않았다.
 
   당시의 프랑스는 어지러웠던 국정과 민심의 사정으로 그녀의 개인적인 삶에 관하여 생각해볼 여유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뿐 아니라, 역사적인 흐름에서도 ‘마리 앙투아네트’는 사치와 향락의 이미지가 지배적이었기에 다른 관점에서 그녀를 바라볼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를 보게 된 데에는 저번에 방문했던 ‘보그라이크어페인팅’ 展의 영향이 컸다. ‘마리 앙투아네트’ 배우들과 세트장을 찍은 사진이 담고 있는 화려한 색감이 영화에 대한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모든 배우와 세트장을 포함하여 색을 갖고 있는 것이라면 모두 빛나고 있던 사진 속 피사체들은 어떤 이야기로 영화에서 등장할지 궁금했고, 그것이 마리 앙투아네트에 관한 것이라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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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리 앙투아네트, 그녀의 삶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의 왕비이자 오스트리아의 왕녀였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을 다룬 영화였다. 그녀는 오스트리아의 공주로 태어나 두 나라의 동맹을 위해 프랑스 황태자와 결혼하여 왕비가 되었다. 영화 속에서 그녀는 프랑스 왕실의 예법과 많은 귀족들의 견제, 질투에 힘들어한다. 남편인 루이 16세와의 사랑도 깊지 않아 그녀는 왕실에서 극도의 외로움을 느낀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그녀는 사치스러운 생활에 자신을 내던지거나 페르센 공작과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 그녀의 삶에 대한 스토리는 기록에 따른 것이기도 하나 상당 부분 상상과 허구가 가미된 부분도 있다고 느껴졌다. 역사책에서 마주한 그녀의 첫인상이 썩 좋지 않았던 탓인지, 그녀가 어린 나이에 타국으로 시집을 온 철부지 공주라 하더라도, 외로움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그 많은 사치를 누렸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그녀의 삶을 가까이서 함께하지 않았기에 당시 그녀가 얼마나 괴롭고 힘들어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스스로 프랑스의 국모라 말하면서도 민심과 국정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것은 그녀의 말에 모순이 존재함을 반증한다.
 
   영화에서는 이를 반박하기 위해 특별히 그녀의 인간성에 대해 말하는 아름다운 비화나 미화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있지도 않다. 영화 제작의 목적이 마리 앙투아네트를 미화하는 데에 있지 않다는 뜻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그녀의 심리 변화를 표정과 눈빛, 그리고 음악으로 좇을 뿐이다. 그리고 나 또한 그녀의 눈을 좇아가며 텅 비어있는 눈동자에서 외로움과 허탈함을 읽었다.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던 고독, 그러나 그것이 그녀의 사치와 향락을 무마해줄 수는 없었다.

   영화는 그녀를 미화하지도 동정하지도 않으며 객관적으로 심리 변화를 묘사하는데 그쳐 많은 메시지를 전달해주지는 않았다. 하나의 인간으로 마리 앙투아네트를 비춰주며 관객에게 그 판단을 맡기는 듯했고, 영화를 본 후 나의 판단은 전과 같았다. 프랑스 절대 왕정에서 가장 사치를 누린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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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마리 앙투아네트를 현대적으로 해석한다면

   영화를 본 후 생각해보았다. 그녀가 현대의 인물이라면 어떻게 평가받을 수 있을까? 여전히 긍정적인 시선과 평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별다른 굴곡 없이 자라 정략결혼을 하여 외로움과 핍박을 받는 것은 그녀에게 분명 큰 시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민심과 민생에 대한 외면으로 이어지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그녀는 희생양도, 아무것도 몰랐던 어린 소녀도 아닌 책무를 가진 한 나라의 왕비였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왠지 최근 우리나라의 한 정치인이 떠오르며 마리 앙투아네트의 캐릭터가 묘하게 겹쳐져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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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로코코 풍의 색감
 
   처음 나의 시선을 끌었던 보그라이크어페인팅 전에 걸려있던 사진에서처럼 영화는 풍부하고도 아름다운 색감을 계속해서 보여주었다. 영화에 대해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만족감을 가장 끌어냈던 부분은 바로 영화의 색감이었다. 로코코 풍의 시대상을 제대로 반영하여, 지금 보아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너무나 잘 어울리는 골드, 핑크, 화이트의 조화를 만들어냈다. 장면마다 나타나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다양한 로코코 풍 색감은 영화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어 몰입도에도 기여를 한 듯했다.
 
   자신만의 정원을 궁안에 마련하고 뛰어다니는 어린 소녀의 모습, 사치스러운 생활로 행복해하는 모습, 첫 아이를 품에 안은 모습의 마리 앙투아네트의 캐릭터와 상황 변화에도 색감이 잘 어우러졌다. 또한 전반적으로 잔잔했던 영화의 전개와도 어울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뿌연 파스텔 톤 색감의 장면들만 등장하는 것이 당시 프랑스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외면에서 관객을 자유롭게 해주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뿌연 로코코 풍의 색들에 가려진 고달픈 민생은 귀족과 왕족들에게만 해당했던 사치와 분명히 대립되었을 것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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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 앙투아네트를 미화하지도, 동정하지도, 비판하지도 않았던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 영화의 아름다운 색감과 그녀의 관점으로 바라본 프랑스의 왕실이 궁금하다면 추천할 만한 영화이다. 예쁜 색감과 어우러진 그녀의 외로운 삶은 그녀를 개인으로 바라본다면 공감과 동정의 시선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그녀의 직위와 책무에 대한 외면은 지금까지도 사치의 이미지로 대표될 만큼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 그녀를 하나의 인간으로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역사적 상황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겹쳐 보여 내용 구성에 많은 아쉬움이 들었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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