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힘 빼고 듣고 느끼는 현대 음악 - 앙상블블랭크 작곡가는 살아있다 III

글 입력 2024.08.25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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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공연을 꾸준히 찾으며 이전보다 한걸음씩 클래식에 가까워지는 중이었다. 음악가들의 작곡 스타일, 유명한 곡들, 그래 이제 조금씩 겨우 알 것 같았다. 좀 더 깊게 알기 위해 도전해본다면 그 계기가 이번 공연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현대 클래식이라고는 전혀 모르지만 늘 그랬듯 새로운 경험에 겁이 덜한 편이라 냉큼 시도해보았다.

 

 

 

Fyi. 현대 클래식 음악


 

현대 클래식 음악을 무엇이라 설명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머릿속을 맴도는 것은 스트라빈스키, 존 케이지의 4’33“ 정도였다.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전위적인 음악이라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가까운 시대에 만들어진 곡이라는 것.

 

현대 클래식 음악을 한번이라도 보았거나 경험해보지 않았던 이들을 위해 짧게 축약해보자면, 어디서도 속시원한 정의를 아직 발견하지는 못했다. 다만, 19세기 극 후반 - 20세기 극 초반을 그 시작점으로 보고 있으며 대중음악을 제외하고 인상주의나 표현주의 음악에서부터 현대 클래식이 움트기 시작했다고 우선 이해해보기로 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클래식과 다른 점은 ‘조화롭다’라고 느끼지 않는 화성과 일반적이지 않은 음계를 사용하였다는 점이다. 화성, 음계를 확장하였기에 안정성이 떨어지고 여백도 제각각으로 들려서 편안한 상태로만 들을 수 없기는 했다.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던 앙상블 음악감독님의 말처럼 들리는 대로 듣고 내 식대로 감상해보기로 했다. 머릿속에서 온갖 용어를 휘리릭 지워보았다. 남겨두었다간 그 많은 단어들을 구분짓느라 의식이 잠겨버릴 것 같았다.




Image. 실험적인, 전위적인,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 6곡 중 4곡에 대한 인상이었다. 첫 곡을 시작으로 연달아 연주된 곡 모두 클래식 음악에 대개 기대하는 바에서 벗어나는 흐름이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곡들에 대한 감상을 더듬어 축약해본다.

 

[Janusgesicht] 야누스의 두 얼굴, 2001: 경계에서의 불안 - 첼로와 비올라가 등을 맞대고 연주하는 기괴하고 서늘한 긴장 사이로 온갖 스릴러 영화가 떠올랐다. 불안한 음계가 주는 불편함 때문에 음 사이의 간격은 꽤 긴 편이었음에도 마음을 졸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닮은 듯 닮지 않은 두 악기의 멜로디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굉장히 얇은 선악의 경계를 그려내는 느낌마저 받았다.

 

[Satz for String trio] 현악 3중주를 위한 악장, 1925: 철저히 계산된 불협화음의 전략 - 첫 곡에 이어 아슬한 긴장감이 디벨롭된 무드의 곡이었다. 다른 작곡가의 곡이지만 안정된 화성을 정성스레 부정하며 한음 한음 자신만의 주장을 담은 독창적인 곡 전개였다.

 

메인 바이올린을 중심으로 다른 바이올린들이 모든 평범함을 거부하며 소리를 내었다. 오디오를 끄고 누군가 연주영상을 녹화해보았다면 인상주의스러운 4중주가 흐르겠다, 생각하고 말 것 같은 연주자들의 평온한 표정 탓에 그 불협화음이 더욱 대비되어 들리는 것 같았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넷플릭스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와 영화 코렐라인: 비밀의 문이 떠올랐다. 사람들 사이에 통용되던 규칙, 관계가 뒤집힌 차원이 등장한다는 것이 두 작품의 공통점이다. 스릴러, 호러 장르임은 차치해두고, 기존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 세상에 긴박감을 느낀다는 것은 당연하겠구나 싶었다. 그 세상에 익숙해지면 또 다른 질서에 금방 몸을 내맡길 수도 일을까?

 

지금은 아름답다 여겨지는 드뷔시, 모리스 라벨의 인상주의 음악도 처음에는 전통을 흐린다, 모호하다는 반응을 받았다고. 시간이 흐르면 익숙지 않은 오늘의 음악도 다르게 평가받는 날이 올까 궁금해졌다.

 

[Waters, Spires, Skies] 물, 첨탑, 하늘, 2017: 평화로움 한 스푼으로 밸런싱 - 인터미션이 지나고 이어진 곡들은 다분히 전략적인 프로그램 배치인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00000은 귀에 너무나 착, 편안하게 들리는 풍경 수채화 그 자체였다. 풍경과 인간 의식의 관계를 규명한다는 곡 소개 답게, 눈에 비치는 빛과 물과 건축 하나하나 충분히 손에 잡힐 듯 그려지는 평화로운 곡조가 진행되었다.


연주가 시작되자 객석 여기저기서 아, 하는 탄성이 나오는 것을 보며 이건 계산된 곡 배치가 분명하다 생각했다. 현대클래식이 그로테스크하지만은 않음을 이렇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을까. 난해한 음악으로 주춤한 관객들의 마음을 한껏 열어준, 이 또한 현대 음악이었다.

 

 

 

미학의 확장으로 한계 넘기


 

주목할 점은 현대 음악이 이다지도 어려움을 넘어 계속 연주되고 감상되어야 살아숨쉴 수 있다는 데 있다. 대중음악과는 다른 결이라도, 좁은 소통에 머문다면 그 아름다움을 알아볼 겨를이 없다. 장르가 주는 생소함도 물론 크지만 접해볼 기회가 적다는 점 또한 익숙한 음악만 찾아듣게 하는 환경이 아닐지.


익숙함에서는 다양함과 참신함을 발견하기 어렵다. 그래서 고전을 의미하는 클래식이라는 워딩도 아닌 클래식 다음의 현대 음악의 포지션으로 새로운 미학의 세계에 작곡가, 연주자, 감상자 모두 열린 마음으로 다가갈 때가 왔지 않나 생각해본다.

 

 

앙상블블랭크_단체사진.jpg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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