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VOGUE like a painting'전, 패션 사진으로 변주된 명화들과 예술사조를 만나는 시간 [시각예술]

사진과 명화 이야기
글 입력 2017.07.1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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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GUE like a painting'전
패션 사진으로 변주된 명화들과 예술사조를 만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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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패션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던 나에게 Vogue라는 말은 단지 유행을 뜻하는 단어이거나, 유명 패션 잡지의 이름 정도일 뿐이었다. 이는 나의 지식 부족인지도 모르겠으나, 패션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Vogue라는 단어가 그리 친숙하게 여겨지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러한 Vogue의 이름과, 나에게 친숙한 명화들이 만난다는 이번 전시의 컨셉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기에 고민하지 않고 예매할 수 있었다. 그리고 종강을 하고 나서야 비가 많이도 내리던 날, 한가람미술관에 방문하여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展을 직접 만나볼 수 있었다.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방학 때면 굉장히 많은 프로모션들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오는 수많은 전시들 중에서도 예술의 전당에서 진행되는 전시는 실패한 적이 없었기에 웬만하면 이곳의 전시는 모두 방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여름방학의 첫 번째 전시도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 展이 되었던 것이다. 아직 방문 전인 사람들이라면, 개인적으로는 전시의 컨셉에 대한 기대감이 충족되었던 전시였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리고 싶다.
  

 
[Review]



0. Concept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전(이하 ‘보그’전)은 ‘사진과 명화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사진과 명화, 두 가지를 함께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컨셉의 전시였다. 필자는 사진전보다는 회화 혹은 조각 전시를 더 선호하는 편이었기에 사진전을 방문한 적이 많지는 않으나 이번 전시가 다른 사진전과는 다르다는 점은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전시된 사진들은 주로 1) 명화를 오마주하거나, 2) 서양의 미술사조를 재해석해 촬영된 작품들이었으나 개인적으로는 후자에서 더 깊은 인상을 받았다.


1. 명화의 재해석

   많은 사람들이 프로모션을 통해서도 접했을 명화를 오마주한 사진들은, 실제로 만나보니 새로운 느낌이었다. 그러나 너무나도 유명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오마주한 사진과 같은 경우에는 명화를 그대로 사진에 옮겨놓은 것 이상의 의미를 찾지 못하여 큰 감흥이 없었다. 물론 이와 같이 명화를 사진으로 재현한 작품들도 나름의 의도와 의미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명화를 사진으로 새롭게 재해석하여 탄생시킨 작품들이 더 인상깊었다.

   그 중에서도 에곤 쉴레의 자화상을 사진으로 재해석한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에곤 쉴레는 뭉툭하면서도 강한 드로잉으로 많은 누드와 자화상을 그려냈는데, 이러한 그의 특징을 사진의 컨셉에도 잘 반영되어 있었다. 모델의 강렬한 메이크업이 사진의 구도와 조명으로 인하여 강하게 부각되었던 이 작품은, 추가적인 설명이 없다면 쉴레의 작품을 오마주한 것인지도 모를 만큼 그 자체로 하나의 독특한 사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쉴레의 자화상에 담긴 내면의 심리 묘사가 모델의 표정과 메이크업에 반영되어 그의 고뇌를 대신 전해주고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내적으로 고민이 많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복잡한 감정에 매료되어 잠시 그 앞에 서서 모델과 같은 표정을 짓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2. 서양 미술사조의 재해석

   서양의 미술사조를 재해석한 사진 작품들은 5개 섹션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었다. 초상화, 정물화, 로코코, 풍경화, 그리고 동시대 미술의 사조에 걸쳐 ‘보그’답게, 그 당시에 가장 유행하였던 화풍을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


[수습]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 전_로코코2.jpg


  특히나 로코코 섹션의 경우, ‘고급스러운 채도, 골드와 파스텔톤의 색채로 패션이 추구하는 영원한 젊음과 평화롭고 서정적인 풍경을 잘 담아낼 수 있다’는 설명처럼 사진만 보아서도 로코코의 화풍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파스텔 컬러의 패션과 화려한 머리장식은 당시의 호화로운 귀족 사회를 재현해내기에 충분했을 뿐 아니라, 현대적인 패션으로의 재해석까지 시도하여 지금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풍부한컬러감의 패션을 보여주었다.


3. 사진의 의미

  이렇게 당시의 패션과 화풍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사진들에 매료되다가도 ‘아방가르드에서 팝 아트까지’ 섹션에 들어서자, 사진과 미술사조의 구분 자체가 흐려지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방금 전까지는 미술과 사진이 어떻게 만났나를 궁금해하면서 전시를 보았다가도 이 섹션에서는 지금까지 보았던 사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아방가르드에서 팝 아트까지’ 섹션의 작품들이 주로 사진이 등장하던 시기의 것들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사진은 회화와의 많은 갈등 속에서 그 존재 의미를 탐구하면서 독자적인 길을 찾아 지금과 같이 하나의 장르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사실의 재현’ 여부를 놓고, 실제와 정확히 구현하는 기술을 가진 사진에 대하여 기존의 회화 장르가 존재 의미에 대한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때문에, 사진이라는 장르는 회화와 다른, 색다른 시도를 해야만 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당시에 등장하였던 ‘초현실주의’, ‘추상표현주의’ 등의 예술 사조를 회화와 다르게 담아내고자 했던 노력들을 당시의 사진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과거에는 그림의 풍경과 비슷한 구도와 색채로 촬영하는 데에 그쳤다면, 사진 또한 20세기 예술의 급격한 흐름과 함께 독자적인 장르로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자 했던 것이다. 더불어, 이때는 패션이 예술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도 이루어졌던 시기이기에 사진과 패션의 결합은 더욱 신선하게 대중들에게 다가왔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수습]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 전_아방가르드2.JPG


  그렇기에 ‘보그’전은 명화를 단순히 사진으로 옮겨낸 패션 사진들이 아니라 명화를 다양한 시뮬라시옹(재현의 재현)으로 표현해낸 사진들의 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사진 작품들을 ‘패션’이라는 연결고리로 묶어 미술·패션·사진의 역사를 관객들에게 함께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보그’라는 전시 제목이 부담스러워서, 패션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방문하기를 망설일 필요는 전혀 없는 전시였다. 나에게 ‘보그’전은 패션의 화려함, 비범함보다는 패션의 예술성과 더불어 ‘사진과 명화의 만남’이라는 주제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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