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차별과 구별 사이, 공존을 위해 4 - 외국인과의 공존 [문화전반]

글 입력 2016.08.20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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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3학년에게 논술을 가르치고 있다. 아직 글 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에게 다양한 글을 접하게 해주고, 글을 통해 사고력을 넓히는 기본적인 작업을 하고 있다. 과외를 진행하던 중 흥미로운 주제가 있어 소개하고 싶다. 민족과 관련한 내용이다.



#70. 동주의 방
(중략)
동주 : 일하다 보니 체류 기간을 넘겼어. 대부분 그렇게 불법이 되는 거지. 고용주들은 그걸 악용하기도 하고. (혼잣말로) 고약한 노인네.
완득 : 그 사람들하고 계속 있으면, 선생님 또 잡혀가시는 거 아니에요?
동주 : 외국인 노동자하고 있는 게 불법이냐? 하하하
 
#83. 병원(밤)
(중략)
동주 : 베트남에서 온 티로 누나 기억하시죠? 아 왜, 필통 판금하다가 절단기에 손가락 잘려서 귀국시켰던. 저요, 그때부터 철로 된 필통 안 썼어요.
동주 아버지 : 자원봉사도 아니고, 노동이 안 되는 사람을 계속 데리고 있을 순 없었다.
동주 : 하하하. 치료는 하고 보내셨어야죠. 안 그래요? 잘린 손가락 세 개가 손등까지 썩도록 부려먹다 보냈잖아요. 도대체 외국인 노동자한테만 왜 그러세요? 아! 맞다. 아버지는 원래 약자한테만 무지 강한 분이셨죠. 그걸 자꾸 잊네, 내가.
 
- 영화 <완득이> 中



20160820 완득이 가족 포스터.jpg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 '완득이' 가족 포스터>


 2008년 발표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완득이>는 다문화가정의 아이로 태어난 반항아 ‘완득(유아인 분)’과 담임선생님인 ‘동주(김윤석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위에 인용한 부분에서 동주의 아버지는 외국인 노동자의 불법체류를 악용하여 심하게 다친 외국인 노동자를 추방하는 등 비도덕적인 행동을 일삼는 악덕 고용주다. 분명 동주 아버지의 행동은 법적으로는 합당하지만, 인간적인 면에서, 도덕적인 면에서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는 어떤가? 우리는 과연 동주 아버지와 완전히 다르게 이 땅에 살지만 인종만 다를 뿐인 그들을 도덕적 결함 없이, 차별 없이 대하고 있는가?
 

"일정한 지역에서 오랜 세월 동안 공동생활을 하면서 언어와 문화상의 공통성에 기초하여 역사적으로 형성된 사회 집단. 인종이나 국가 단위인 국민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민족’이라는 단어를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검색한 결과다. 잘 살펴보면 ‘혈연’의 특성을 강조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런 경향은 여타 문화 인류학자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에르네스트 르낭은 민족을 종족에서 유래한 것, 즉 유전자적 요소로 정의하는 것은 오류라고 지적하면서, 특정한 삶의 무대 안에서 고통과 미래를 공유하고자하는 의지의 공동체를 민족으로 정의하고 있다. 행정자치부에서 2015년에 지방자치단체의 외국인주민 현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은 약 174만 명이며, 이는 전체인구의 3.4%를 차지한다. 다문화가정은 이 중 30만 세대를 차지한다. 분명 외국인, 다문화 가정은 우리와 같은 사회, 같은 삶의 무대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우리 ‘민족’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우리가 지금 그들을 ‘민족’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2014년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우리 민족의 눈물겨운 성장사를 다룬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을 기억한다. 그 시절 한국인을 대표하는 ‘덕수(황정민 분)’는 파독 광부로 일하며 돈을 모아 가족을 부양한다. 할아버지가 된 그 앞에 학생들이 외국인 근로자를 놀리며 모욕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그 때 ‘덕수’는 외국에서 돈벌이 하는 게 그리 창피한 일이냐며 학생들에게 지팡이를 휘두른다. 우리의 비뚤어진 민족주의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우리는 강대국에 대한 열등감과 약소국에 대한 우월의식이 뒤섞인 몹시 못난 민족주의를 갖고 있다. 우리보다 부유한 나라의 사람들에게는 선망의 시선을, 우리보다 빈곤한 나라의 사람들에게는 연민, 혹은 혐오의 시선을 보낸다. 마치 우리는 가난했던 시절이 없었던 것처럼. 이런 비뚤어진 민족주의가 현 사회의 상황을 정확히 바라보고 있지 못함은 명확하다. 혈연을 근거로 우리민족이 단일민족이라는 시대착오적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저출산 문제를 비롯한 여러 사회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물론 시대 변화에 적용시킬 수 있는 새로운 민족주의가 사회 전반에 퍼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
 


참고 : 내신과 함께 공부하는 중등 논술완성 발전편, 꿈을 담는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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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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