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차별과 구별 사이, 공존을 위해 1 - 여성과의 공존 [문화전반]

글 입력 2016.07.15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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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의 한 예능프로가 방송된 직후부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6월 29일 첫 방송된 ‘잘 먹는 소녀들(이하 잘먹소)’이 그 주인공이다. ‘잘 먹는 소녀들’의 ‘소녀’는 여자 아이돌들이다. 소녀들은 방송하는 내내 일명 ‘먹방’을 찍는데, 그 포맷이 기존의 ‘먹방’과는 다르다. 소녀들이 먹는 과정을 MC들이 중계하는 방식으로 방송이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출연한 여자 아이돌에게 도를 넘는 리액션과 특정 음식을 강요하는 등의 행위가 빈축을 샀다. 결국 ‘잘먹소’는 2화만에 무기한 개편에 들어갔다. 사실상 폐지라 봐야 한다., 방송사가 여론의 의견을 수렴한 이쯤에서 우리는 생각해봐야 한다. 이 방송의 무엇이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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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JTBC '잘 먹는 소녀들' 홈페이지



푸드 포르노

 ‘잘먹소’를 향해 포르노의 정의를 성욕이 아닌 식욕으로 대상을 대체하면 그 방송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정의가 될 것이라는 의견들이 빗발치면서 ‘푸드 포르노’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푸드 포르노’라는 단어는 1984년 영국의 저널리스트 로잘린 카워드(Rosalind Coward)가 처음으로 사용한 단어로, 시각적인 자극을 극대화시킨 음식 컨텐츠를 일컫는다. ‘잘먹소’에 대한 여러 비판 중 큰 갈래를 차지하는 것은 왜 ‘여성’을 대상으로 저런 방송을 만드는 것이냐는 의견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그렇다면, ‘남성’ 아이돌을 출연시키면 저 방송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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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사진은 ‘잘먹소’ 관련 기사에 달리 댓글들의 캡쳐본이다. 시청자들의 의견 역시 분분하다. 프로그램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의구심을 품는 사람도 있고, 방송에 분노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댓글이 있다.


jar2**** : 나는 이런거 남자아이돌들도 좀 했으면 좋겠다. 왜 자꾸 여자들만 성적 대상화 만드냐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성적 대상으로 여성을 ‘격하’시키는 것에 대한 일종의 분노의 표현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저런 의견은 여성의 ‘성(性)’에 대한 올바른 담론을 불가능케 한다. 여성들이 바라는 것은 과연 그것인가? 남성들만 여성을 성적대상화 하지 말고 남성 역시 성적대상으로 ‘격하’시켜 자신들도 즐기게 해달라는 것? 그토록 비난하던 ‘남성’들과 같아지는 것 그것이 여성들이 바라는 ‘성(性)평등’의 실체인가? 



여성과 남성의 구별 = 차별?

 5월의 일이었다. 한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무참하게 살해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의 경위를 들은 모든 이들이 격분했다. 물론 그 사건의 가해자는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고, 그 사람의 사상은 단순한 정신병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내 주위에서 ‘내가 그 시간, 그 곳에 있었더라면…….’이라고 얘기하는 많은 지인들의 두려움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 이후의 담론은 ‘여성 혐오’에 대한 ‘남성 혐오’로 번져가며 본질을 흐렸다. 여성을 ‘억압 받는 성’, 남성을 ‘억압하는 성’으로 무조건 규정지으며 선을 그었다. 오히려 일부 여성들이 ‘성’을 기준으로 사회를 나누고 있는 꼴이라 생각했다. 물론 아직 우리 사회에는 곳곳에 여성에 대한 차별이 남아있다. 출산 및 육아휴직을 받아주지 않는 회사, 아직도 ‘손녀’보다는 ‘손자’를 원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분명히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잔재해있다. 그러나 이런 차별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많은 여성들이 ‘사회적 남성’으로서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 같다. 그게 여성들이 요구하는 진정한 성평등‘인가? 여성의 ‘사회적 남성화’? 여성과 남성은 분명히 다르고, 다른 만큼 다른 권리를 원해야 할 텐데, 왜 여성들은 자신들의 한계를 ’남성’으로 규정짓고 ‘남성’들과 같아지기를 주장하며 그것을 주저하는 이들에게는 ‘여성 혐오’라는 타이틀을 붙여 비난 하는가?



‘잘먹소’ 논란, 인권과 성평등 사이

 잔재해있는 차별의 모습들을 보며 분명 성(性)평등의 필요성을 느낀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성(性)평등’ 담론은 그저 남성과 여성을 구별 짓는 잣대를 더 뚜렷하게 할 뿐, 여성들이 그토록 바라던 자신들의 인권신장에 얼마나 기여할지 모르겠다. 생산적인 담론은 결론을 맺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 하지만 일부의 극단적 페미니즘은 결론을 지으려는 담론의 일종이 아니라 자신들을 억압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분노의 표출이라고 받아들여진다.
 ‘잘먹소’ 논란에 대한 저 누리꾼의 댓글에서도 드러나듯 일부의 여성들은 방송에서 먹을 것을 강요당하는 소녀들을 인권적인 부분에서 이해하려는 것보다 그걸 누리려는 남성들을 비난하며, 자신들도 즐길 수 있도록 남성들을 출현시킬 것을 요구한다. ‘여성’이 출현한 것을 문제 삼으려는 그 시도 자체가 오히려 우리 사회의 성 구분을 고착화시키고, 그로 인한 성적 공존의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주위 지인들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확실히 과거보다는 나아졌을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힘든 사회라는 것을 통감하며 글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나 변함없는 것은 극단적인 의견이 공론화되면서 여성들의 지위를 낮추는 현상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여성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의견들은 한국 사회의 공존과 평등의 가능성을 흐릴 수 있다. 성(性)을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 성(性)을 근거로 한 올바른 구별과 그에 따른 형평성이 주어지는 사회를 꿈꿔본다.


[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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