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알고리즘을 점령한 것이 있다. 내 머릿속을 섭렵이라도 하려는 듯이 어떤 SNS에서도 계속해서 뜨는 그것은 바로, 사우나이다. 날씨가 급격하게 쌀쌀해진 탓일까. 얼어붙은 몸을 뜨끈한 물로 녹여보려는 사람들의 염원이 한데 모여서일까. 피드에는 이미 지역별로 다양한 사우나를 다녀와 본 사람들의 후기와 요즘 유행하는 사우나 속 아이템들의 소개, 그리고 사우나에 가면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등 저마다의 꿀팁을 알려주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알짜배기를 알고 싶으면 댓글에 "정보"라고 써달라는 사람들까지.
무엇이 2030대를 사우나로 인도한 것일까? 오늘은 사우나의 매력에 대해 탐구해 보고자 한다.
사우나에 가는 것이 취미가 되고 난 이후,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목욕탕에 가곤 했다. 맑은 날이면 씻고 나왔을 때 개운해서 좋고, 날이 우중충하면 울적해진 마음을 목욕탕에서 위로하곤 했다. 뜨끈한 물에 몸을 지지고 나와 젖은 머리를 툭툭 말리며 슬리퍼를 끌고 휘적휘적 집으로 가는 기분은 나에게 있어서 하루 동안 얻을 수 있는 행복 중 최상위권에 해당했다. 이전 글에서도 일본의 목욕탕을 다룬 엔야 호나미의 『목욕탕 도감』을 소개했었는데, 아무래도 한국과 일본의 목욕탕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다. 예를 들면 일본에는 한국 고유의 음료 '얼박사'가 없지 않은가! 거칠게 손님을 부르는 때밀이 아주머니의 음성도, 온탕 셋 냉탕 둘이라는 사우나 고인물 아줌마의 특급 비법도!
사람 냄새나는 목욕탕
사우나는 몸을 지지러 가는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람 구경을 하러 가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연말연시나 명절을 앞둔 날 목욕탕은 사람들로 꽉 차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탕 안을 가득 메우기도 한다. 이렇듯 사람으로 북적이는 목욕탕을 나는 좋아한다. 욕탕이 텅 빈 채 대화 소리와 물을 끼얹는 소리만 적나라하게 들리는 목욕탕보다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바가지를 가지고 장난치며 도란도란한 이야기가 메아리처럼 울리는 목욕탕이 사람 냄새 나고 좋다.
탕 안에 들어가 몸을 데우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이 눈에 띈다. 목욕탕이 처음인 어린 손녀의 손을 꼭 잡고 차근차근 알려주는 할머니나, 가족끼리 방문해서 서로 때를 밀어주는 모습, 눈을 지긋이 감고 잠시 낮잠을 청하는 사람들. 이런 광경 속에서 나 또한 노곤해진 채로 생각을 잠시 멈추고 멍하니 있다 보면 참으로 평화로운 하루라고 느껴진다.
목욕탕의 필수품
집에서는 샴푸-린스-바디워시 3콤보로 최대한 빠르게 목욕을 마치지만, 목욕탕에서만큼은 여유롭게 시간을 즐기고 싶을 때가 많다. 특히 다양한 사우나 아이템을 사용하는 사우나 고인물들을 보고 있으면 이걸 왜 챙기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들곤 한다.
그중 가장 필수로 챙겨야 할 것은 텀블러이다. 물론 목욕탕에서 음료를 사 먹어도 되지만, 집에서 원하는 음료를 챙겨 와 얼음을 가득 넣은 텀블러가 있다면 그렇게 안심될 수가 없다. 목욕탕은 뜨거운 열기와 높은 습도로 가득 찬 공간이다. 열탕에 오래 있다 보면 몸의 긴장이 실타래처럼 스르르 풀려 곧 물속으로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때 달달한 음료를 한 입 먹어주면 다시 영혼이 제자리로 되돌아온다.
최근 들어 내가 잘 들고 다니는 사우나템은 괄사이다. 예전에 괄사 붐이 불 때도 괄사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요즘 알고리즘에 뜨는 문어 괄사, 일명 쭈꾸미 괄사의 유명세에 못 이겨 결국 구매해 보았다. 욕탕 안에서 몸을 30분 정도 데운 다음, 수증기 사우나에 들어가 무아지경으로 괄사의 다리 부분으로 머리를 지압하다 보면 저절로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관자놀이를 지긋이 누르며 평소 고생하는 머리를 마사지하고, 뒷목도 연이어 누르다 보면 왜 목욕탕 템으로 유명한지 알게 된다. 단돈 삼천 원의 행복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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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030대의 웰니스는 사우나뿐만 아니라 생활 양식 전체에서도 볼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술을 마시지 않는 젊은 세대. 술의 소비가 줄어들고 그 시간과 비용을 운동과 자기 관리에 치중하는 젊은이들의 소비 생활은 예전과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 시대 이후 회식이 사라진 자리에서 2030대는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쓰는 방향으로 소비의 방향을 바꾸었다. 끝없는 자기 계발이 삶의 도덕이라고 여기는 젊은 세대에게 쉼은 사치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사우나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운동을 하거나 무언가를 배우지 않아도,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되는 곳. 그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바나나우유 한 잔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곳 말이다.
바쁘게 돌아가던 머리를 쉬게 하고 리프레시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새로운 곳으로 여행하기, 모르던 취미를 찾아보기, 재미있는 영화 한 편을 감상하고 그 세계 속으로 빠져들기. 그중에서도 가장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목욕탕에 가는 것이었다. 뜨거운 김이 아직 모락모락 나는 채로 차가운 바람을 맞는 것보다 더 기분이 좋을 수는 없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