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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영화 결말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참 별일 없는 영화다’였다.
이이즈카는 회사를 그만두고 편의점에서 일한다. 가족에게는 반년째 퇴사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출근해 손님을 응대하고, 집에 돌아오면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운다. 본가에서 보내온 채소는 방에 그대로 남아 있고, 모처럼 요리를 해보려다가도 금세 그만두곤 한다. 영화는 이런 별것 없는 일상을 꽤 오래 보여준다.
이이즈카가 회사를 그만둔 데에도 극적인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매일같이 야근을 하고 막차를 놓치는 삶을 살아가면서도, 주변 사람들은 모두 자신보다 능숙하게 맡은 일을 해내는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 모든 일이 부질없게 느껴진 이이즈카는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으며 그 길로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러나 회사를 벗어난 뒤에도 자신만 뒤처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여전했다. 가족에게 퇴사 사실을 숨긴 채 편의점에서 일하는 동안, 이이즈카는 세상에서 한 발 비켜나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매일 향하던 회사가 사라진 뒤에도 아침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이이즈카가 느끼던 막막함 역시 그대로였다.
그런 이이즈카의 일상에 중학교 동창 오오토모가 등장한다.
둘은 학창 시절 각별히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편의점에서의 우연한 재회를 계기로 다시 만남을 이어간다. 둘은 함께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며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눈다. 오오토모는 이이즈카에게 다시 취직하라고 충고하지 않고, 언제까지 힘들어할 거냐고 재촉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이즈카의 말에 귀 기울인 뒤, ‘괜찮다’고 말해준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이이즈카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편의점에서 일하고, 앞으로 무엇을 할지도 정하지 못했다. 다만 오오토모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은 뒤, 그동안 가족에게 숨겨온 퇴사 사실을 마침내 이야기한다.
그 후 이이즈카는 한결 홀가분해 보인다.
흔히 힐링 영화라고 하면, 현실에 지친 주인공이 낯선 곳으로 떠나거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떠올리기 쉽다. 바뀐 환경과 새롭게 내린 선택은, 주인공이 다시 나아가기 시작했음을 알기 쉽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도 우리는 멈춰 선 사람에게 다음 계획부터 묻는다. 왜 멈추었는지, 언제 다시 시작할 것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만 그 상황을 납득하곤 한다. 힘들었던 경험이 결국 성장의 계기가 되었다는 결론까지 더해져야 우리는 비로소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고 여긴다.
하지만 모든 방황에 다음 단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가 우리에게 편안함을 주는 이유는, 이이즈카가 겪은 일을 억지로 성장의 과정으로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버텨낸 시간도, 그만둔 뒤 헤맨 날들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준비로 포장되지 않는다. 삶에는 나중에 돌아보아도 별다른 의미를 찾지 못하는 시기가 있다.
영화는 그런 시기까지 성장의 서사로 정리해 내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바로 그 태도야말로 이 영화가 건네는 가장 현실적인 위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