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괜찮아도 괜찮아 -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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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오사카아시안필름페스티벌 재팬 컷츠상을 수상한 이시바시 유호 감독의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가 오는 29일 국내 개봉을 확정지었다.
주인공 이이즈카는 몸과 마음이 지쳐 가족들 모르게 회사를 그만두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낸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는 좀처럼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이즈카는 이미도 짧은 담배 이름을 알아들을 수도 없게 줄여 말하는가 하면 계산할 때도 돈을 던지는 진상 손님 앞에서 ‘죄송하다’고 말하고, 반복되는 사장님의 추가 근무 부탁에도 쉽게 ‘NO’를 외치지 못한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이름 모를 공허함을 느끼는 그에게서는 여러 가지 우울과 외로움의 증세가 나타난다. 엄마가 보내준 싱싱한 채소가 방에 한가득 있는데도 매번 컵라면이나 즉석 카레로 식사를 때우고, 적막함을 채우기 위해 재미있지도 않은 예능 프로그램을 의미 없이 틀어놓고, 고장난 커튼레일을 그대로 내버려 둔다.
어느날 이런 이이즈카의 삶에 그의 중학교 동창인 오오토모가 나타난다. 오오토모의 전학 이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두 사람은 편의점에서 우연히 손님과 직원의 관계로 만난 그날부터 꾸준히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함께 볼링도 치고 취중진담도 나누면서 두 사람은 오랜 관계의 공백을 채워나가기 시작한다.
오오토모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 날, 이이즈카는 부모님에게도 하지 못한 말을 오오토모에게 꺼낸다. 회사에서 잘 적응하지 못했던 일부터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아 회사에 가지 못했던 날, 편의점에서 일하며 만났던 자신감 넘치는 동료의 모습에 대해 말하며 이이즈카는 너무 작아져 버린 자신의 존재를 생각한다.
그동안 담담하고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이이즈카는 오오토모 앞에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다. 한 번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을 비로소 솔직하게 마주하게 된 것이다. 오오토모는 그런 이이즈카를 따뜻하게 안아준다.
오오토모의 등장으로 이이즈카는 잃어버렸던 삶의 활력을 서서히 되찾는다. 내성적이었던 이이즈카는 편의점에서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남자아이가 곤란한 상황에 처하자 그를 돕고 함께 도망친다. 방 한구석에 내동댕이쳐진 상자에서 채소를 꺼내 요리를 시도하기도 하고, 고장난 채로 방치되어 있던 커튼레일도 스스로 고친다.
바닥에 넘어져 있던 이이즈카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는 그리 대단한 것이 필요하지 않았다.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나를 알아주는 사람, 먼저 물어오지 않아도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울고 있는 나를 조용히 안아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 한 명이면 충분했고, 이이즈카에게는 그게 오오토모였다.
오오토모를 통해 위로와 용기를 얻은 이이즈카는 퇴사를 결심했던 바로 그 다리 위에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그동안 숨겨왔던 자신의 퇴사 사실을 알린다. 그리고 별일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는 엄마의 목소리에 그는 한층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그 다리를 건넌다.
다른 사람들은 쉽게 해내는 일을 나만 어려워하고, 다른 사람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을 때 나만 홀로 죽은 별처럼 빛을 내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차라리 나라는 존재가 작아지고 작아져서 아예 사라져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 어쩌면 주어진 삶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자기가 맡은 임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는 이이즈카와 같은 공허한 청춘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네고 작지만 밝은 희망을 보여준다. 특히 실제로 긴 공백기를 거쳐 미디어에 복귀한 카라타 에리카가 이이즈카 역을, 카라타 에리카와 10대 시절부터 친구였던 배우 이모우 하루카가 오오토모 역을 맡아 감정적인 몰입도를 더욱 높였다.
리스타트 힐링 무비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는 5월 29일부터 영화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윤채원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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