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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글로리아오페라단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이 무대에 올랐다.

    

도니체티의 대표적인 오페라 부파인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사랑의 묘약'을 둘러싼 유쾌한 소동을 그린다. 시골 청년 네모리노는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주의 딸 아디나를 짝사랑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당당히 전하지 못한 채 그녀의 주변만을 맴돈다. 반면 자신감 넘치는 하사관 벨코레는 자신의 지위와 매력을 앞세워 아디나에게 거침없이 구애한다. 그 사이에 떠돌이 약장수 둘카마라가 나타나 사랑을 이루어주는 묘약이 있다며 네모리노를 현혹하고, 네모리노는 아디나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 약을 사 마신다. 그러나 그가 믿은 묘약은 실상 포도주에 불과하다.

 

이 단순한 설정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네모리노를 사랑으로 이끈 것은 정말 묘약이었을까, 아니면 그 묘약을 순수히 믿어버린 그의 마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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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리노는 영리한 인물이 아니다. 그는 사랑 앞에서 계산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전략을 세울 줄도 모른다. 보통의 희극 속 인물들이 꾀를 내어 상황을 뒤집는다면, 네모리노는 오히려 꾀를 내기에는 지나치게 순진한 인물에 가깝다. 사랑의 묘약을 사 마시는 일조차 그에게는 나름의 결단이지만, 관객의 눈에는 그저 명백한 속임수에 당하는 장면으로 그려질 뿐이다. 그럼에도 네모리노의 어리석음은 이상하게 조롱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는 누군가를 속여 사랑을 쟁취하려는 인물이 아닌, 사랑받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인해 너무나도 쉽게 속아버리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의 어수룩함은 웃음을 자아내지만, 결국 그 안에 담긴 간절함을 외면하기는 어려워진다.

 

흥미로운 것은 묘약이 실제로는 아무 효능이 없지만, 작품 안에서는 분명한 변화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물론 둘카마라가 판 포도주는 끝까지 포도주일 뿐이고, 아디나가 네모리노를 사랑하게 되는 이유도 약의 신비한 힘 때문이 아니다. 그러나 네모리노가 그 묘약을 '진짜'라고 믿는 순간, 네모리노 그 자신이 가장 먼저 바뀌게 된다. 그는 이전보다 조금 더 자신감 있게 행동하며 아디나 앞에서도 움츠러들지 않는다. 사랑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자 했던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믿음 속에서 자기 자신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렇기에 이 작품에서 묘약은 사랑을 강제로 쟁취시키는 도구가 아닌, 사랑 앞에서 멈춰 있던 네모리노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믿음에 가깝다. 가짜 약이 진짜 변화를 낳는다는 이 아이러니가 <사랑의 묘약>을 단순한 소동극보다 조금 더 흥미로운 작품으로 만든다.

 

이러한 변화는 오페라 부파 특유의 유쾌한 장면들 속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네모리노가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게 되었다는 소문이 퍼지자, 마을 처녀들은 갑자기 그에게 큰 관심을 보인다. 관객은 그들이 네모리노의 재산 때문에 태도를 바꾼 것임을 알지만, 정작 네모리노는 그것을 묘약의 효능으로 착각한다. 이 장면은 분명 우스꽝스럽지만, 동시에 그의 믿음이 얼마나 순수한지를 보여준다. 그는 세상이 자신에게 갑자기 친절해진 이유를 의심하기보다, 자신이 먹은 묘약이 드디어 효과를 내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그 착각은 묘하게 사랑스럽게 비친다.

 

<사랑의 묘약>은 이처럼 네모리노를 바보로 만드는 대신, 그의 순진함을 통해 잊고 있던 우리의 어떤 감각을 건드린다. 사랑 앞에서 완전히 영리해질 수 없는 마음, 터무니없는 희망이라도 붙잡고 싶어지는 마음, 그리고 그 믿음 하나로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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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랑의 묘약>에서 사랑을 구원하는 것은 진짜 묘약이 아니다. 네모리노가 마신 것은 포도주였고, 둘카마라는 끝까지 능청스러운 사기꾼으로 남는다. 그러나 그 포도주를 사랑의 묘약이라고 믿은 마음만큼은 가짜가 아니었다. 아디나의 마음을 움직인 것도 약의 효능이 아닌, 자신을 향한 서툴지만 진심 어린 네모리노의 태도였다.

 

어쩌면 사랑은 언제나 완벽한 확신에서 시작되지는 않는다. 때로는 착각에서, 터무니없는 기대에서, 그래도 한 번은 믿어보자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마음이 누군가를 조금 더 솔직하고 용기 있게 만든다면, 그것만으로도 사랑은 이미 작은 변화를 시작한 것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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