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5일 충무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영화 <남매의 여름밤> 배리어프리 버전이 상영되었다. 영화 <남매의 여름밤>은 윤단비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으로, 2020년에 개봉했다. 이후 효성그룹의 제작 지원으로 배리어프리 영화로 제작되었고, 윤단비 감독이 배리어프리 연출을, 박정민 배우가 음성 내레이션을 맡았다. 이번 상영에는 '함께 보는 여름밤'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남매의 여름밤> 배리어프리 버전을 함께 관람한 뒤, 영화의 음성해설 대본을 맡은 서수연 작가와 접근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영화는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음성해설을 들을 수 있는 '개방형 음성해설' 방식으로 상영되었다. 대사와 대사 사이에는 화면 속 정보를 전달해 주는 음성해설이 삽입되었다. 또한,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볼 수 있는 배리어프리 자막 역시 포함했다. 배우의 대사, 효과음, 배경음 등이 화면에 자막으로 제공되었다. 객석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자리하며 영화를 감상했다.
영화 <남매의 여름밤>은 '집'을 중심으로 하는 영화이다. 영화의 영어 제목이 ‘Moving on’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영화는 주인공 옥주의 가족이 할아버지가 사는 2층 양옥집으로 이사를 가서 여름방학을 보내는 시간을 그린다. 할아버지, 아빠와 고모, 옥주와 동생 동주, 이렇게 다섯 가족의 일상이 이 집에서 흘러간다.
그래서 음성해설 또한 집을 묘사하는 데 큰 공을 들인다. 양옥집의 외관과 1층·2층, 부엌이나 안방 등의 위치를 짚어 주고, 집안 가장자리에 놓인 생활용품까지 해설해 주며 할아버지의 집을 시각화한다.
이러한 음성해설은 시각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에게도 유용하다.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장면을 언어라는 기호로 다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빨래집게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장면이나 오후의 햇살이 집에 들이치는 풍경은 음성해설 덕분에 더 분명하게 기억할 수 있다. 첫 시퀀스에서 옥주네 가족이 탄 다마스 뒤로, 철거 예정인 건물들이 보이는데 이 역시 음성해설을 통해 한 번 더 짚고 넘어갈 수 있다.
아울러 <남매의 여름밤>은 음악을 절제한 영화이다. 임아영, 김추자, 장현 버전으로 세 번 나오는 '미련'을 제외하고는, 음악을 최소화했다. 그 대신 집 안에서 들리는 생활 소음을 섬세하게 살렸는데, 음성해설 역시 이와 발을 맞추었다. 대사가 없는 공백을 모두 음성해설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사이사이 생활 소음을 최대한 살려냈다. 서수연 작가는 그래서 이 영화의 음성해설이 유독 더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영화가 끝난 뒤에는 이다혜 기자의 진행을 바탕으로, 서수연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작가와의 대화에서는 음성해설에 관한 더 상세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특히 영화 속 4시 53분경을 가리키는 시계를 굳이 해설한 이유에 관해 작가는 여름날 그맘때 시간이 주는 정서를 전달하기 위함이라고 답변했다. 화면 구석에 스쳐 지나가는 기호 하나를 통해 인물들이 머무는 시간의 결을 전달한 것이다. 그 시간의 햇빛이나 분위기를 길게 설명하기보다, 관객이 스스로 받아들이고 해석할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기능적으로도, 문학적으로도 인상적이었다.
이다혜 기자는 이런 작품이 많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감독이 직접 배리어프리 연출을 맡고, 유명 배우가 음성해설에 참여하는 이러한 ‘재능 기부’는 역설적으로 배리어프리 영화가 자주 제작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이것이 특별하기에 잘 되어야 하고, 그렇기에 재능 기부의 형식으로 여러 사람이 참여한 것인데, 배리어프리 영화가 더 일상화되면 이러한 양상도 지금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리어프리 영화가 제작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해지는 때가 오면, 장애인 관객과 비장애인 관객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이 배리어프리 영화는 더 이상 특별해 보이지 않을 것이다. 평범한 다수의 영화 중 하나로 남을 테다.
영화 속 옥주가 꾼 꿈처럼 그날을 상상해 본다. 신작 영화가 개봉한 영화관. 장애인 관객은 개봉과 동시에 영화를 볼 수 있고, 비장애인 관객은 음성해설과 자막해설을 활용해 영화를 즐긴다. 아니, 그런 구분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관에는 그저 영화를 보며 함께 울고 웃는 관객들이 있을 뿐이다. 특별한 여름밤이 평범해지는 어느 날에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