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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아무도 밟지 않는 눈밭을 걷는 일 - 보이지 않지만 볼 수 있는

책 <보이지 않지만 볼 수 있는>을 읽고,

by 강소정 에디터
2026.07.19 05:17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리는 글보다 영상을 먼저 찾는 데 익숙해졌다. 모든 정보가 영상으로 소비되고, 일상은 숏폼으로 기록된다. 이처럼 영상 재미를 위한 콘텐츠를 넘어 가장 보편적인 소통 언어이자,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가 되었다.

    

우리가 영상을 볼 때 가장 시선을 두는 곳은 영상 속 인물의 표정과 몸짓, 주변 사물과 배경, 그리고 함께 나오는 자막이다. 하지만 만약 이 모든 시각적 요소를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영상을 접한다면 어떨까. 대사의 맥락은 물론 인물의 감정과 장면의 분위기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소리만 흘러나오는 빈 깡통에 가까울 것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음성해설가 서수연 작가의 《보이지 않지만 볼 수 없는》은 내가 한 번도 의식하지 못했던 질문을 던져준 책이다. 너무도 당연하게 누려왔던 '본다'는 경험이 누군가에겐 불편함과 소외감을 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고,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세상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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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의식에 배제하고 있던 관객들


 

영화, 드라마, 그리고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은 늘 관객에게 닿기 위한 작품을 만든다고 말한다. 그 관객은 과연 누구를 의미하고 있었을까. 그리고 그동안 우리가 말하는 관객의 기준에서 자연스럽게 밀려난 사람들은 얼마나 많았을까. 모두를 위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고 믿어왔지만, 그 '모두'에는 이미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소외되고 있었다.

 

대부분의 영상은 '볼 수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완성된다. 인물의 표정과 몸짓은 감정을 설명하고, 배경과 소품은 대사로 전달되지 않는 극의 맥락을 완성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하기에,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왔다. 그리고 그 당연함은 누군가의 문화생활에 커다란 구멍을 남기고 있었다.

 

《보이지 않지만 볼 수 없는》을 읽고, 콘텐츠를 바라보는 기준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좋은 콘텐츠란 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이며,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미처 떠올리지 못했던 관객들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을 걷는 일


 

책의 저자인 서수연 작가는 대한민국 최초의 음성해설가다. 처음에는 아무런 감흥 없이 '이런 직업도 있구나' 라고만 생각했지만, 책을 읽어 내려갈수록 그녀를 향한 존경심을 강하게 느꼈다. 아무도 걸어보지 않은 길을 스스로 개척한 한 명의 직업인으로서의 존경심 말이다.

 

보통 하나의 직업에는 오랜 시간 쌓여 온 선배들의 경험과 메뉴얼이 존재한다. 처음 일을 시작하는 사람은 그 길을 따라 배우며 시행착오를 줄여갈 수 있다. 하지만 서수연 작가가 음성해설을 시작했을 당시 국내에는 음성해설가라는 직업 자체가 낯설었고, 참고할 만한 기준도 없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설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설명해야 하는지 모든 답을 스스로 고민하고 찾아야 했던 것이다.

 

자신이 선택한 길을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이라고 표현한 저자는, 혼자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책임을 감당하면서도 시각장애인들이 더 다양하고 알차게 문화예술을 자유롭게 향유할 수 있도록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다듬어 왔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바로 그런 저자의 태도였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서 스스로 기준을 만들고, 끝까지 자신의 일에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을 통해 직업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익숙한 것들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간다는 건, 내가 선택한 분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포기하지 않는 책임감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서수연 작가를 통해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

 

책을 읽기 전까지 음성해설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하나의 편의 서비스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소외된 누군가를 문화예술의 관객으로 초대하는 일이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같은 작품을 보고, 같은 장면에서 웃고 울 수 있도록 돕는 일의 가치를 알게 되어 좋았다.

 

《보이지 않지만 볼 수 있는》을 계기로 음성해설가라는 직업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시각장애인들이 더 많은 작품을 보다 편하고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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