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에서 이슈가 된 사진들이 있다.
바로 AI로 제작한 2000년대 수학여행 사진인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당시 찍은 사진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 시절 학생들의 모습과 분위기를 잘 담아냈다. 하지만 사진 속 그 순간은 실제로 존재한 적이 없는 가상의 현실로, 그 사진은 사실감을 지닌 허구의 이미지를 제시한다.
이처럼 Ai와 알고리즘의 사용이 만연한 세상 속에서 사진과 이미지의 진정성은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을까. 사진을 다루는 작가 줄리언 리는 어떠한 권력 혹은 맥락에도 휘둘리지 않는 이미지가 존재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OCI미술관에서 진행중인 그의 개인전 《Off-line IMAGE》는 한국에서 선보이는 첫 개인전이자 이미지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다. 작품명이기도 한 전시명 "Off-line IMAGE"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내포한다.
먼저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곧 AI와 같은 디지털로 구축된 가상 세계가 아닌 우리가 감각하는 실제 세계로부터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 두 번째로 라인 바깥의 것들, 곧 정치·사회·문화적 맥락에서 벗어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지시한다.
사진 작업 〈Off-line IMAGE〉는 작가가 직접 답사하고 촬영한 울산 천전리 암각화를 담고 있다. 이 암각화는 여타 다른 암각화와는 다르게 동물이나 인간의 모습이 아닌, 원이나 물결 모양 같이 해독할 수 없는 형상으로 그려져 있다. 작가는 이와 같은 천전리 암각화 이미지를 일종의 가장 중립적인 이미지로 간주하며, 그러한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예술가들은 어떤 작업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물음을 던진다.
한편 〈Off-line IMAGE〉의 화면 내 암각화를 배경으로 포커스 차트가 놓인 이미지도 보인다. 포커스 차트와 컬러 차트 그리고 크로마키 색상은 〈Frameworks 1-4〉 작가의 작업 전반에서 찾을 수 있는 요소인데, 이미지가 만들어지기 위한 시스템을 대변한다.
줄리언 리는 보이지 않는 저변에서 작용하는 체계들, 그리고 사라지기 위해 존재하는 색상들을 화면에 남겨두며 나아가 그들을 중심 피사체로 삼는다. 사진이라는 매체의 특수성을 스스로 지시함으로써 매체에 대한 탐구를 보여줌과 동시에 일상에서 드러나지 않던 시스템과, 그것에 의해 배제되었던 대상들을 수면 위로 띄우는 작업인 것이다.

〈Bearing Between the Wheel and the Cycle〉는 예술의 역사에서 기존의 체계를 벗어났던, 혹은 이를 시도했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작가는 미술에서 다다이즘의 선구자인 뒤샹을, 음악에서 12음 기법을 개발한 아르놀트 쇤베르크를 각각 자전거 바퀴와 화성학 기호를 통해 소환한다. 이 작품은 과거의 형식을 답습하기 보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했던 의지를 존경하는 작가의 가치관을 비춘다.
결국 줄리언 리가 묻는 것은 이미지의 진정성이 어디에서 비롯되는가에 관한 문제다. 오늘날 이미지는 너무도 쉽게 생성되고, 유통되며, 또 다른 맥락 속에 배치된다. 그렇기에 이미지를 믿는 일은 더 이상 단순히 눈앞의 형상을 받아들이는 행위가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지는 조건과 체계를 함께 바라보는 일이 된다.

《Off-line IMAGE》는 이미지 바깥에 있다고 여겨졌던 장치와 배경, 기준과 구조를 다시 화면 안으로 불러들이며, 우리가 무엇을 보고 있다고 믿어왔는지 되묻는다.
그의 사진은 완전히 중립적인 이미지를 손쉽게 제시하기보다, 그러한 이미지가 가능한지 끝내 질문하는 태도에 가깝다. 그리고 바로 그 질문 속에서, 사진은 다시금 현실을 사유하는 하나의 방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