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데이터를 그려내다 [미술/전시]

글 입력 2023.08.02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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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매일 친구들과의 대화를 위해, 혹은 자신의 기록을 위해 다양한 웹 사이트와 SNS를 사용한다. 오늘날 지인들의 전화번호, 가족들과 찍은 사진, 소중한 사람들과의 대화는 모두 웹과 데이터상에 저장되곤 한다.

 

이렇듯 우리가 일상보다 더 일상처럼 드나드는 디지털 세계는 어느새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다.

 

무수한 데이터로 이루어진 웹을 인간의 눈으로 담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혹은, 그 세계가 그림으로 표현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현대인의 생활 환경을 웹과 도시로 정의하고, 이를 소재로 꾸준한 작품 활동을 전개해온 추미림 작가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던진다.

 

 

 

추미림 개인전 <카오스 콩>


 

이번 개인전의 제목인 <카오스콩>은 엔지니어링 중 하나인 ‘카오스 몽키’에서 비롯되었다.

 

야생 원숭이가 물리적으로 공격하더라도 서버는 버티도록 구축하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카오스 몽키’는, 시스템 내부에 인위적인 오류를 만들어 나가며 서버를 단단히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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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림 작가는 스스로 카오스 몽키의 최상위 단계인 <카오스 콩>이 되어, 웹에 존재하기에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개념과 순간들을 현실로 꺼내온다. 웹상에서 잃어버린 데이터들을 현실에 백업하는 행위로써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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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_BIRTHDAY(2023)

 

 

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우측 벽면에 전시된 ICON_BIRTHDAY(2023)를 만날 수 있다.

 

작가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부터 현재까지 추미림 작가의 작품들을 한눈에 정리해 둔 연대기와 같은 작품이다.

 

작가의 대학 시절 제작하던 인터페이스 아이콘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작품은, 픽셀 자체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끊임없이 도시와 웹을 작품화시키기 위해 시도하는 작가의 노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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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VEYER(2023)

 

 

영상물과 아크릴 조형이 합쳐진 CONVEYER(2023)은 작가의 픽셀 표현법이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움직이는 픽셀 도시의 영상은 배경 음악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형성한다.

 

컨베이어 벨트처럼 끝없이 움직이는 화면은 우리가 매일매일 습관처럼 내리곤 하는 ‘SNS 피드’와 닮아있다. 끝없이 내리고 또 내리며 반복되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아크릴판 사이에 드문드문 세워진 거울은 계속해서 피드를 내리는 우리 자신의 얼굴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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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GRID 001(2023)


 

2층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거대한 NEW GRID 001은 마치 영화 속에 나오는 가상 도시를 연상시킨다.

 

작품은 평면 조형인 선과 픽셀로만 구성되어 있지만, 수많은 조형 요소가 모여 입체감을 가진 하나의 ‘데이터 도시’가 된다.

 

화면의 아래쪽에 그려진 파란색, 녹색 선들은 소위 말하는 편집 툴을 사용해 봤다면 익숙함을 느낄만한 요소다. 편집 프로그램 내부에서 사용자가 캔버스 위에 자신이 원하는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이드’기 때문이다.

 

작가는 데이터와 웹 세계를 현실로 끌고 나오는 동시에 오로지 작품의 진행 과정에서만 존재할 수 있었던 가이드라인 또한 현실 세계로 끌고 왔다.

 

작가로서 다양한 매체와 표현을 시도하는 추미림 작가는 그야말로 웹과 데이터의 예술가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매일 웹과 데이터 속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실상 ‘웹’ 자체에 대해 주목해 볼 기회는 적다. 평면과 영상, 조형을 넘나들며 현대인의 삶의 영역인 웹과 도시를 탐구하는 추미림 작가를 통해 웹과 데이터 세계를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추미림 작가의 개인전<카오스 콩>은 7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안국역 인근에 있는 백아트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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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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