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33페이지 분량의 타임캡슐 [사람]

33페이지에 담긴 나의 2023
글 입력 2023.12.2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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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3년도 나의 아트인사이트 기고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중이다.


올해 2월에 쓴 첫 번째 글을 시작으로, 10개월 동안 글을 써왔다. 학교 수업 중 글쓰기 시간을 가장 귀찮아하고 싫어했던 내가! 글을 꾸준히 쓰고 있다니 정말 스스로에게 신기할 따름이다.


글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다보니, 지난달에 다녀온 ‘아트인사이트 10주년 기념행사’ 속 담화 질문이 기억난다. [글을 왜 쓰는지, 인생에서 글을 쓰는 행위가 어떤 의미인지]라는 주제였고, Vol.3 주제 중심 그룹 담화 테이블 코너에서 진행되었다.


사실 이때의 나는 이 주제가 조금은 무겁게 다가왔고, 충분한 고민 시간이 있어야 구성원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다른 주제로 피해 갔다. 만약 모두에게 주어진 공통 질문이었다면, ‘아트인사이트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지며 글을 쓰고 있고, 글이란 나의 생각을 기록하는 행위’라고 어쩌면 단순하고 뻔한 답을 했을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게 또다시 질문을 해보았다. “글을 왜 쓰고 있지? 내 인생에 글을 쓴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아직도 정확한 답을 명료하게 내리지는 못했지만, 내가 써 온 글을 보는 내내 나도 모르는 ‘나를 발견’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말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하나의 예시를 들어보겠다.

 

 

화면 캡처 2023-12-22 120019.jpg

 

 

내가 기고한 글 중 4월에 쓴 [이런 생각, 한 번쯤 안 해보셨나요?]를 다시 읽어보았다. 이유도 없이 갑자기 캘린더의 끝이 궁금하다고, 핸드폰 속 캘린더를 한참 내리다가 2899년도까지 구경하고 왔었다. 그리고 한창 빠져서 보고 있던 ‘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며(오당기)’ 유튜브를 소개하며, 나만 아는 행복감에 대해 생각도 했었다.


이 글을 작성하고 있던 그 당시의 나로서는 ‘기록’을 통해 누군가에게 나의 생각을 ‘소개’하고자 하는 목적이 강했다. 나처럼 캘린더의 끝을 알아내고야 말겠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는지, 오당기만의 솔직담백한 콘텐츠를 모르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글’이라는 방식을 통해 나름 소심한 홍보를 했던 것이다.


약 8개월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다시 본 [이런 생각, 한 번쯤 안 해보셨나요?]는 어색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내가 이런 생각도 했었구나, 나만이 알고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을 하루에 하나씩 찾아본다고 했는데 꾸준한 실천으로 옮기지 못했구나. 내가 쓴 글에 내가 더 생각에 잠기고, 반성하기도 했다. 과거의 글을 통해 요즘의 나로서는 생각 못 했을, 새로운 나를 발견한 것이다.


아, 이 글을 쓰다 보니 맥락에 어울리는 한 단어가 갑자기 떠올랐다. 바로 “타임캡슐”이다.


실제로 편지나 소중한 물건을 캡슐에 담아서 땅에 묻어본 적은 없지만, 나에게 글이 타임캡슐인 것 같다. 현재의 기록이, 미래에 발견이 되고, 그 기록은 결국 과거로 묻히게 되니까. (타임캡슐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자마자 이 글의 제목도 수정했다!)


평소에 연락을 주고받을 때, 카드뉴스를 만들 때, 일정을 캘린더에 적어 놓을 때 등 모든 과정에 ‘글’이 녹아있지만, 내가 정한 주제에 대해 쭉 풀어서 쓰는 긴 분량의 ‘글’은 결심과 약간의 압박이 필요한 것 같다. 여기서 압박이란 외부의 요청이나 기한일 수도, 개인이 세운 기준일 수도 있겠다.


만약 아트인사이트 구성원이 아니었다면, 아마 아직까지도 글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스스로 ‘나는 글 쓰는 것을 싫어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을 것 같다. 에디터를 거쳐 컬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점차 없애갔고, 하나하나 나만의 이야기를 적어가다 보니 32개의 글이 쌓여있었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2023년 기고 글이 33개로 장식되었다. 내년 또는 몇 년 후에 다시 꺼내볼 수 있도록, 타임캡슐 속 2023 카테고리에 잘 저장되어 있기를 바란다.

 

 

 

아트인사이트 컬쳐리스트 명함.jpg

 

 

[김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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