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길티 플레저에 관한 용감한 고백 - ‘다이어트, 배달 음식, 트위터’ 박미소 작가

글 입력 2024.02.1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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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에 했던 수많은 다짐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춰가는 2월이다. 나의 의지력을 탓하다가도 그 의지력이 꺾이기 너무 쉬운 세상을 생각한다. 1분이 채 되지 않는 쇼트 영상은 가만히 누워서도 강렬한 자극을 얻게 해주고, 손가락을 몇 번 까딱거리면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이 집 앞에 도착하는 오늘날. 탐닉할 대상은 무궁무진하고 어딘가에 중독되기도 그만큼 쉬워졌다. 우리는 매 순간 즉각적인 즐거움을 좇으면서도 그 뒤에 따라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며 살아간다.


최근 현대인의 중독을 사회적,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책이 여럿 나오는 가운데, 박미소 작가의 신간 『다이어트, 배달 음식, 트위터』는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와 함께 중독과 욕망, 그리고 죄책감을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죄책감을 동반하는 즐거움, 즉 '길티 플레저'를 탐구하며 여기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완벽한 해결책을 찾는 대신 욕망과 충동에 여러 번 질지라도 나를 보듬으며 살아가는 법을 고민하는 글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독자에게 많은 응원이 되어줄 것이다.

 

지난 7일, 박미소 작가를 만나 길티 플레저에 관한 이 솔직하고 용감한 고백을 좀 더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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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집착이나 너무 강한 욕구가 어디서 파생되었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근본 원인을 차단하다 보면 나를 제어하기가 좀 더 수월해지고,
제 삶을 조금씩 바꿔 나갈 수 있거든요.”
 


『다이어트, 배달 음식, 트위터』라는 책 제목이 굉장히 직설적이었어요. 세 가지는 어떻게 뽑은 키워드인가요? 

 

저의 문제에서부터 시작했어요. 셋 다 제가 많이 휘둘리는 것들이거든요. 다이어트에 강박이 있고, 후회하면서도 배달 음식을 시켜버리고,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 걸 알면서도 몇 시간씩 꼼짝하지 않고 트위터를 보곤 하죠. 내가 왜 이걸 못 참는지 궁금해서, 이 욕망이 어떻게 작동하는 건지 탐구해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다이어트와 배달 음식의 경우 아주 새로운 주제는 아니지만 세상이 바뀌면서 새롭게 이야기할 부분이 있겠다고 생각했죠. 예를 들어, 외적인 면만 강조하던 예전과 달리 오늘날의 다이어트는 더 건강한 삶을 위한 일종의 자기계발로 포장되어 새롭게 여성을 압박해요. 배달 음식 역시 최근 몇 년 사이 배달앱이 생겨나며 새로운 형태의 중독과 강박을 불러오고요. 

 

 

이번 책은 ‘길티 플레저’에 관한 중독과 탐닉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알코올중독을 다룬 전작 『취한 날도 이유는 있어서』의 후속작으로 느껴지기도 해요.


맞아요. 『취한 날도 이유는 있어서』를 쓰고 나서 술은 줄였지만, 그 후로 다른 것들에 집착하는 제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알코올중독에 관해 글을 쓰는 일이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기에, 이번에도 글을 쓰면 이 집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부끄러운 부분까지 솔직하게 썼기에 저도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쓰는 입장에서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것 같아요.

 

저도 좀 더 우아하고 위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은데… (웃음) 그냥 이런 글에 특화된 사람인 것 같아요. 평소 대화를 할 때는 들어주는 쪽이지 진솔한 이야기를 하는 편이 아닌데, 유독 책을 쓸 때마다 이렇게 솔직해지네요. 엄청난 용기를 냈다기보다는 이 외에는 달리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솔직하게 썼어요. 


덧붙이자면 저는 뭔가에 쉽게 중독되는 성향인 데다가 도파민을 분출시키는 것들에 취약해요. 오랫동안 내 삶을 지배하는 길티 플레저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웠고, 그게 제 삶의 강렬한 주제였기에 글을 쓰려 하면 이런 내용을 계속 쓰게 되는 듯해요.

 

 

책을 쓰는 일이 중독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하셨는데, 이번 책을 쓰시며 어떤 변화를 경험했는지도 궁금해요.

 

왜 내가 어딘가에 이렇게 자꾸 빠져드는가에 분석하고 탐구를 하다 보면 원인을 알게 되고 그에 맞는 대처 방법도 조금씩 생기는 것 같아요. 이 책을 쓰며 제 마음을 깊이 들여다봤고, 관련된 책도 많이 읽었어요. 예를 들어 음식에 대한 집착을 이해하기 위해서 과식의 심리학 같은 책을 읽기도 하고, 음식 산업을 다룬 책도 봤지요.


저는 이게 일종의 자가치유법이라고 생각해요. 나의 집착이나 너무 강한 욕구가 어디서 파생되었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근본 원인을 차단하다 보면 나를 제어하기가 좀 더 수월해지고, 제 삶을 조금씩 바꿔 나갈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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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는 무작정 빠져들기 전에

잠깐 멈춰서 다른 걸 할 수는 없을까 생각한다는 거예요.

현재가 아니라 1시간 뒤 내 기분이 어떨지를 미리 생각해보는 거죠.”

 

 

그렇게 탐구한 결과, 욕망이 어디서 파생되었는지 알게 되었나요?

 

배달 음식을 예로 들자면, 사실 나는 음식이 먹고 싶었던 게 아니라 성취감을 느끼고 싶었다는 걸 책을 쓰며 알게 되었습니다. 성취감을 얻으려면 시간과 노력을 일정 수준 이상 들여야 하는데, 당장 눈앞의 음식을 먹으면 즉시 조금이나마 기분이 좋아지니까 여기에 목을 맸던 거예요.

 

 

원인을 알고 난 다음 실제로 배달 음식을 줄이기 위해 시도했던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요리가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원래 요리를 거의 안 하는데, 요리를 하면 그 과정에서 음식 냄새를 맡는 등 자극을 받아서 식욕이 어느 정도 충족되어 과식을 덜 한다는 말을 엄마에게 들었어요. 그래서 요즘은 정말 간단한 요리를 종종 하는데, 그것만으로도 확실히 휴대폰으로 손쉽게 음식을 시켜 먹을 때보다 덜 먹게 돼요.

 

 

말씀을 듣다 보니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을 잘못된 방식으로 해소하려 할 때 무언가에 중독된다는 생각도 들어요. 요즘의 작가님은 부정적인 감정을 어떻게 다루시나요?

 

이런 책을 쓰는 사람들은 자기의 문제를 다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간 것처럼 여겨지는데, 사실 그렇지 않아요.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저는 음식을 좋아하고 트위터도 엄청나게 해요. 당장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기에 효과적이니까요. 


좀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는 무작정 빠져들기 전에 잠깐 멈춰서 다른 걸 할 수는 없을까 생각한다는 거예요. 현재가 아니라 1시간 뒤 내 기분이 어떨지를 미리 생각해보는 거죠. 술을 마시거나 트위터만 볼 수도 있지만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을 수도 있어요. 어떤 걸 해야 1시간 뒤에 더 기분이 좋을지 지금의 저는 알고 있죠. 

 

 

당장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뿌리치고 느리게 찾아오는 즐거움을 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닌 듯해요.


그건 맞아요. 산책이나 운동, 공부를 해서 기분이 뿌듯해지는 건 일단 그 활동을 어느 정도 지속한 다음에야 찾아오니까요. 당장은 귀찮고 괴로운 일에 더 가깝죠. 진입 장벽 없이 바로 내 기분을 좋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것들이 곳곳에 널려 있으니, 거기로 빨려 들어가는 걸 스스로 막기란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여지를 두지 말고 단칼에 그만둬야 한다는 말이 있나 봐요.


저는 트위터를 하면서 그걸 많이 느꼈어요. 아예 안 해야겠다 생각하면 일주일 동안 안 할 수 있는데, 하루 1시간만 하자고 마음먹으면 절대 1시간으로 안 끝나더라고요.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그렇게 무언가를 단번에 그만두기가 어렵죠. 제 경우 이제 책 홍보를 해야 하는데,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한정적이다 보니 요즘 점점 트위터 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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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자기연민도 심해지면 위험하지만,

나를 바꾸는 시작은 자기연민일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자기 의지를 지키기 위해 자기와 화해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책에서도 언급했듯 중독을 부추기는 세상인데, 이런 환경에서 개인은 어떻게 자기 의지를 지킬 수 있을까요? 


일단 사회나 외부 환경이 의지 이상으로 내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아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욕망에 휩쓸리는 게 오로지 내 의지 탓이라고 생각하면 자기 혐오에 빠지기 쉬워요. 한심하고 유약한 내 모습을 가장 잘 아는 건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이거든요. 그러면 나를 바꾸겠다는 의지도 생기지 않아요. 어디에 중독이 되든 신경 안 쓰고 자기를 방치하죠.


하지만 세상이 어떻게 중독을 부추기는지 이해하고 나면 나를 연민하게 돼요. 지금보다 나아지기 위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나를 보듬을 수도 있죠. 물론 자기연민도 심해지면 위험하지만, 나를 바꾸는 시작은 자기연민일 때가 많다고 생각해요. 자기 의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이런 세상에서는 중독과 유희의 경계가 희미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작가님은 어디서부터 중독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본인이 아슬아슬하다고 생각하면 이미 빨간불이 들어온 게 아닐까요.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 거예요.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속하는 건, 직시하기 싫어서 상황을 피하고 있을 뿐이죠. ‘혹시’라고 생각했다면 무언가 조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어쨌든 스스로 위기감을 느끼는 건 좋은 신호예요.

 

 

중독과 탐닉에 관한 책 두 권을 쓰셨는데, 다음 책을 위해 생각하고 계신 주제가 또 있을까요?

 

지금까지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관해서 썼으니 다음에는 제가 집착하는 것 또는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도 써보고 싶어요. 대표적인 게 요리예요. 지금까지 막연하게 요리가 싫었는데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더라고요. 요리가 가부장제에서 여성에게 주어지는 의무로 여겨졌던 것이죠.


하지만 최근에 요리를 하면서 요리라는 행위가 위로가 되는 측면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가 나를 정성 들여 먹이는 일이 생각 외로 건강한 몸과 정신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인간관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그래서 요리라는 활동에 관해, 나에게 요리란 무엇인지 써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으며 이 책을 집어 들 독자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것도 어느 정도 타고나는 것 같은데, 유독 중독에 취약하고 뭔가에 쉽게 빠져드는 성향이 있어요. 자기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스스로를 너무 미워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저도 저를 구박하고 밀어붙이는 타입인데, 그 결과는 늘 좋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럴 바엔 자기 연민을 하면서 자신을 보듬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소위 ‘갓생’이라는 말이 있는데, 갓생을 권유하면서도 실제 갓생을 살기는 참 어려운 세상입니다. 지금 사회는 자기 혐오를 조장하죠. 독자분들이 갓생을 넘어 다들 자기 자신을 사랑해주는 삶을 살면 좋겠습니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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