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삶이 있었고 그림이 그 다음 - 도서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

'그림 뒤에 삶 있어요'
글 입력 2024.04.0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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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예술은 너무 써


 

'예술'이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 성경의 주요 장면들을 그린 종교화, 유럽의 유명 성당 천장에 그려진 천사들... 내가 주로 소비하는 장르는 영상인데도 '예술'이라는 단어에는 무언가 회화의 느낌이 있다. 그래서 나는 예술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맥락을 모르면 이해하기가 훨씬 어려운 게 회화이기 때문이다. 회화는 고 맥락의 장르이다. 음악은 원초적으로 들으면 기분이 좋고 나쁨을 알 수 있다. 공연 역시 나와 작품이 하나가 되어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림, 그것만은 가장 어렵다. (물론 모든 예술 분야는 아름답고 그들 사이에 우열을 가릴 수 없음을 이곳에서 분명히 한다)

 

보통 회화 작품의 실물은 미술관에 가서 접하게 된다. 미술관에 가서 내가 마주하는 것은 보통 이런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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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 of a Young Woman (c. 1884-86)

Emil Carlsen (American, 1848-1932)



나는 주로 이런 것들 앞에서는 붓칠의 섬세함과 거칠음, 사람의 표정, 액자의 모양만 깔짝깔짝 훑어본다. ‘이 작품의 주제는 무엇일까?, 이 작품은 왜 세상에 나오게 됐을까?’와 같은 질문은 내가 답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그냥 보기에 좋으면, 느낌이 좋으면 '괜찮은 작품'이라 결론 내리고 마는 것이다. 참으로 단순한 감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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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문화 분야 구독자 1위’, ‘포털 누적 조회수 4천만’, ‘고정 구독자 수 5만 명 이상’. 모두 한국경제 연재 시리즈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데이터다.

 

원래는 웹 연재로 시작했던 이 글은, 예술 작품, 특히 예술가의 삶에서 흥미를 돋구는 비하인드를 스토리텔링하며 독자를 미술의 세계로 인도한다. 보통 독특한 작품을 남긴 예술가들은 비범하고 괴짜 같은 삶을 살았을 것이라는 것이 '비예술인'들, 주요 독자층의 생각과 편견을 정확히 명중한 것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예술가들은 비록 대작을 남기며 비범한 커리어를 쌓고 문화적인 유산을 남긴 거장들이지만, 본문에서만큼은 이들의 삶이 전혀 과하게 포장되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적인 현대 구어체로 거장이 겪은 상황을 구성해 쉽게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특유의 멋대로인 성격 때문에 이단아 취급을 받던 틴토레토를 소개하는 챕터에서는 대뜸 ‘”미친 거 아냐? 당신은 상도덕도 없어?”’라는 대사로 시작한다. 틴토레토가 명성을 얻기 위해 ‘산로코’에서 건물 천장에 그림을 그려 다른 화가들과 불화를 일으킨 일화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당연히 당시 상황에서 다른 화가들이 말한 내용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남아있진 않을 것이고, 기록을 바탕으로 직접 구성된 대사인 듯한데, 상당히 흡입력 있다.

 

상황을 현대 구어체로 구성한 것만이 아니다. 작가는 현대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당대 미술계의 경쟁 관례와 규칙을 현대 기업문화의 ‘경쟁 PT’에 비유한다. 독자가 새로운 지식을 얻으며 느끼는 부담을 최대한 덜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부분이다. 웹 연재작이 독자의 성원에 힘입어 책으로 출간되고, 화제작/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좋은 글은 실물로 보면 더 좋으니까!

 

쉽게 읽힌다고 내용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당연하게도 내용 역시 탄탄하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인물의 삶을 재구성하기 위한 성실한 자료 조사.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에두아르 마네 사후 가족의 삶을 제시한 부분이다.

 

 

마네에 대한 대부분의 자료는 여기서 끝을 맺습니다. 하지만 조사하다 보니 그 가족들의 뒷얘기가 궁금해져서 또 한 번 기록을 뒤졌습니다. 조사해 본 내용은 이렇습니다. – 157p.

  

 

교양 지식을 쉽게 다루면서도 단순히 '카더라' 하는 소문을 나열하지 않아 빈틈없는 도서가 완성됐다.

 

 

 

거장의 가장 초라한 모습부터 얇고 긴 '순한맛' 인생까지


 

책의 진가는 여기에서 드러난다. 거장이라고 단순히 삶의 좋은 면만 강조하며 호감을 사려 하지 않고, 또 그러면서도 거장을 지나치게 조롱하거나 희화화 하지 않는다. 화가의 삶을 건조하게 그리다가도 때로는 안쓰러운 삶에 연민을 느끼는 듯 촉촉이 조명한다. 다시 말해 감정적인 내용과 이성적인 내용의 밸런스가 딱 알맞다.

 

멋진 그림으로, 혹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이름으로 남아있는 이 미술계 거장들이 괴로워했던 이유는 다른 것도 아니고 사랑 혹은 가난 혹은 가족이었다. 유명한 예술가들이라도 그들의 삶을 자세히 보면 정말로 인간의 삶은 다 똑같구나, 생각하게 된다.

 

거기에서 일개 평범한 인간인 우리들은 위로를 얻는다.

 

여기에 거장뿐만 아니라 비교적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삶을 다룬 것도 흥미롭다. ‘작가의 삶을 파헤친다’는 컨셉을 잡고 탐구하다 보면, 생각보다 파격적인 삶을 산 작가가 많지 않다.

 

특히 너무 완벽하고 작품도 잘 ‘찍어내서’ 오히려 현대에 와선 주목받지 못하는 작가 페데르 뫼르크 묀스테드를 소개한 챕터나, 열 명이 넘는 아이를 키우며 평생 35점 남짓한 작품을 남긴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삶이 인상적이다. 아마 일반 미술사 서적에는 간단히 두세 문장으로 정리될 삶을 자세히 파헤쳐 볼 수 있는 기회는 ‘명화의 탄생 – 그때 그 사람’에서만 마주할 수 있는 귀한 경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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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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