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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품은 돌의 궁전, 석조전

대한제국의 꿈과 역사가 머무는 공간

by 강효정 에디터
2026.06.16 17:42

 

 

덕수궁 돌담길을 연인과 함께 걸으면 이별한다는 속설이 있다. 왜 하필 이곳에 그런 가슴 아픈 이야기가 만들어져서 지금까지 이어졌을까?

    

그 담벼락 너머에는 우리 역사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담긴 궁궐이 존재한다.

 

 

 

궁궐 안 가장 낯선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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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요즘, 특정 궁궐은 사전 예약자만 관람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곳이 많다. 그중 한 곳이 유독 희한했다. 조선 시대에 지어진 궁궐은 당연히 목조 건물일 것이라고 장담했던 편견을 깨부순 ‘석조전’이 있었다.


석조전은 덕수궁 안에 있다. 원래 덕수궁의 이름은 경운궁이었다. 1592년 임진왜란 이후 궁궐이 불타자 왕실의 임시 거처로 사용되었다. 이후 1897년 고종의 대한제국 선포와 함께 가게 된 궁궐이다. 그렇다면 석조전은 왜 만들어졌을까?


근대 국가를 꿈꾸었던 고종 때 지어진 건물로써 영국인 건축가가 서양식 신고전주의 건물로 설계했다. 전통 목조 궁궐 속에서 이질적인 모습의 석조전은 당시 대한제국이 처했던 시대적 상황을 보여준다. 안타깝게도 석조전이 완공된 1910년, 한일병합 조약이 체결된다. 국권을 빼앗긴 대한제국은 황궁을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했다. 일제강점기 때는 미술관으로 사용되었고, 한국전쟁으로 내부가 훼손되었다.

 

이런 가슴 아픈 역사를 지닌 석조전이 5년간 141억 원을 들여 복원한 끝에 우리의 곁으로 돌아왔다.

 

 

 

대한제국의 흔적을 따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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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45분간 전문 해설사와 함께 석조전 실내 투어가 진행되었다. 한 회차당 15명 이내 규모로 1층부터 2층 테라스까지 관람한다.

 

해설은 일반과 심화가 있다. 나는 대한제국의 역사와 실내 공간에 대한 설명을 전체적으로 훑을 수 있는 일반 해설을 선택했다. 여름과 가을 두 시기에 같은 해설을 들었으나 지루하기는커녕 각기 다른 분위기를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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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으로 입장할 때 신발을 벗고 오얏꽃 문양이 새겨진 슬리퍼로 갈아신는다. 오얏꽃은 자두나무의 꽃으로 대한제국 황실의 상징이다. 왕조의 성씨인 ‘이(李)’가 자두나무를 뜻하는 한자에서 유래하였기에 사용되었다. 대한제국의 공간이라는 인증 마크처럼 석조전 내부에는 오얏꽃이 새겨진 가구와 조명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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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전의 중심에는 접견실 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외국 사절을 만나는 공간으로 의자가 서로 마주 보게 양쪽으로 배치되어 있다. 짙은 색감의 가구들이 어둑한 조명을 받으니 진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당시에는 조명이 발달하지 않았으니 사진 속 밝기보다 실내가 더 어두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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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통해 테라스로 올라갈 수 있다. 이곳에서는 전통 디저트와 차를 마시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행사가 매년 진행되고 있다.

 

여름에는 푸른 이파리를, 가을에는 알록달록한 단풍잎 행렬을 구경할 수 있는 계절을 품은 공간이다.

 

 

 

과거가 현재를 만나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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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전 내부에는 19세기~20세기 초 영국을 대표하던 인테리어 브랜드 ‘메이플 사’의 가구가 장식되어 있다. 실외뿐만 아니라 실내 또한 당시 유럽에서 실제로 유행했던 고급 가구를 도입하여 장식했다. 그밖에 황제의 서재, 침실, 식당, 화장실 등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려던 대한제국의 흔적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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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없이는 실내를 관람할 수 없어서 그저 외관만 보고 지나쳤던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주변의 목조 건물 사이에서 난데없이 등장한 서양식 건축물을 보며 그저 아름답고 웅장한 건물이라 넘기기엔 아쉽다.

 

한 사람의 인생과 맞먹는 100년이란 세월을 품은 석조전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슴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자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마음과 말을 빌려 덕수궁의 가치가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가슴 아픈 역사가 담긴 문화재라 하여 덮어두고만 있으면 안 된다. 덕수궁은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흔적이자 공간이다. 치열한 티켓팅을 거쳐 밤의 석조전 행사와 내부 관람을 즐긴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나며 대한제국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당시 대한제국이 바라 온 미래와 이상이 어떠했을지 석조전을 보며 궁금증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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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갑수
이 글을 보고 저도 석조전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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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09 21:19:02 0
카르페디엠
감사합니다 ㅎㅎ
여름의 석조전 관람하러 또 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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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8 11:51:23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