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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나열은 전시가 될 수 있을까 - <찬란한 에르미타주>

by 김수민 에디터
2026.06.1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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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찬란한 에르미타주>는 국립 에르미타주 박물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주요 걸작들을 멀티미디어 전시로 구현한 프로젝트이다.

 

 

 

<찬란한 에르미타주>_T4


 

먼저 전시 공간은 문화비축기지 T4에서 시작된다. T4에선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건물을 기반으로 제작된 미디어아트인 ‘겨울궁전 미디어 피사드’와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역사와 공간’이 대형 스크린에 펼쳐진다.

 


에르미타주1.jpg

 

 

‘겨울궁전 미디어 피사드’는 꽤 볼만했다. 미디어 아트전이 이젠 너무 익숙하기에 새롭게 다가오진 않았지만, 궁전 피사드의 형태에 맞춰 바뀌는 그래픽이 전시의 시작점에서 눈길을 사로잡기엔 충분했다.

 


에르미타주2.jpg

 

 

다만,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역사와 공간’에서부터 전시에 대한 의문점이 들었다.

 

영상은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모습이 담긴 영상과 함께 설명 음성이 나온다. 영상물은 전시 작품이라기보다 교육 영상에 가깝다. 다른 전시에서도 주제 설명을 위한 영상물을 활용하는 만큼 영상물이 정보전달에 기능을 두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기서 문제는 영상의 핵심 기능인 정보전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단 이 과정에서 초대형 스크린, 공간 설명, 자막 스크린이 모두 다른 스크린에 배치되어있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음성 역시 공간의 잔향이 강해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다. 이처럼 정보들이 모두 파편화되어있어 내용에 집중하기 힘드니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얼마나 대단한 공간인지 와닿지 않아 감흥이 떨어진다.

 

파편화된 정보를 메인 스크린에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할 필요가 있다.

 

 

 

<찬란한 에르미타주>_T5


 

에르미타주3.jpg

 

 

T5에서는 에르미타주의 명작들이 디지털 콘텐츠로 전시된다. 관람객은 오디오 가이드나 QR 코드를 통해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공간은 하나의 전시라기보다 스크린이 나열된 형태에 가깝게 느껴진다. 작품 이미지를 확대해 보여주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콘텐츠 자체의 몰입도가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해설을 듣고 싶다는 동기 역시 생기지 않는다.


또한, 작품 배열의 기준이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고 동선 자체도 비효율적으로 다가온다.


<찬란한 에르미타주>는 전반적으로 하나의 전시로 큐레이션 되기보다 디지털 콘텐츠를 나열한 공간에 가깝게 느껴진다. 콘텐츠는 작품의 예술성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고, 정보전달 측면에서도 효과적이지 않다. 또한 추가 정보를 얻기 위한 과정 역시 관람객에게 다소 불친절하게 설계되어 있다.

 

세계적인 미술관의 소장품을 다루는 전시인 만큼, 콘텐츠의 완성도와 관람 경험에 대한 더 세심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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