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행복은 참 어려운 주제이다.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사람, 물건 등을 꼽으라면 쉽게 대답할 수는 있다. 대답하는 순간에 '왜 그게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라는 질문이 잠깐 스치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린 적은 대부분 없었던 것 같다. 누가 '왜 그것이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나요?'라고 묻는다면, 그냥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그게 저를 행복하게 해주니까요."
이게 무슨 멍청한 대답인가 싶을 수 있지만, 이렇게밖에 말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것들이 있지 않은가. 예를 들어 사랑이 있다. 왜 그 사람을 사랑하냐는 질문에, '성격이 좋아서요’, 와 같이 명확히 대답할 수도 물론 있겠지만, 아마 마음속으로는 '그 사람을 사랑하니까요.'라고 대답하고 싶었을 것이다. 의미 있는 것들을 말로 설명하기란 참 어렵다. 행복이 참말로 그렇다. 그런 나에게 행복을 주는 일은 무엇일까?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교보문고에 가곤 한다. 책과 사람들로 둘러싸인 그곳에 가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교보문고 특유의 향 때문일까. 특히 추운 계절에 가게 되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안으로 들어설 때의 그 따뜻한 기운 또한 정말 사랑한다. 엄마나 친구들에게 말하면 거길 또 가냐, 왜 굳이 거기까지 가냐는 등의 소리를 듣긴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걸음을 멈출 수 없다.
최근에도 오랜만에 시간이 비어 어김없이 교보문고로 향했다. 지하철로도 갈 수 있는 곳이지만, 버스를 타는 것을 좋아해서 버스 창가에 앉아 좋아하는 음악을 재생한다. 지나가는 창밖 풍경과 이어폰으로 들리는 음악 소리에 정신을 빼앗기다 보면 어느새 도착해 있다.
그 공간에 들어서면, 이제는 너무 자주 가서 생긴 루틴대로 몸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가장 처음 보이는 왼쪽 라인의 신간부터, 걸으며 한 바퀴를 돌며 구경한다. 큐레이션도 읽어보고, 괜찮아 보이는 책이 있으면 들고 펼쳐 보기도 한다. 조금 더 들어가서 나오는 에세이와 문학 코너에 오래 머무른다. 책장 몇 권만 넘기다 보면 시간이 믿을 수 없이 빠르게 지나간다. 책을 산 것도, 자세히 읽은 것도 아니기에 남은 건 없어 보일지라도, 내 속은 알 수 없는 만족감으로 가득 찬다.
마지막은 항상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마무리한다. 학교에 있을 때는 항상 커피를 마시지만, 이곳에 있는 이 시간만큼은 먹고 싶은 음료를 고른다. 그리곤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읽거나, 일기를 정리하거나, 밀린 일을 처리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상하게 집에서 쓸 때보다 이곳에 와서 쓰는 일기가 더 잘 써진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이다. 책 읽는 것도, 심지어 공부를 하는 것도 더 즐겁다. 분위기 때문일까. 같이 온 사람들도 많지만 혼자 와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꽤 많이 보인다. 각자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러 온 사람들 속에 있으니 내 일이 더 잘 되는가 보다 생각한다.
교보문고에 책을 사러 간 것이 아니다. 일기 쓰기 또한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왜 굳이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집에서 떨어진 곳의 서점까지 가서 할까? 분명 효율도 떨어지고 어떻게 보면 교통비도 들어가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이긴 하다. 버스를 타고 간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엔 이유가 없다는 점이, 의미 있는 이유이다.
어떤 행복에는 이유가 없다. 이유 있는 행복도 물론 좋지만, 살아가다 보면 이유 없는 행복이 더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왜 굳이 거기까지 가서 하냐.'라는 말을 들으면 내 대답은 늘 같다. “그냥 거기서 하는 게 더 좋다.”
처음엔 나도 이러한 느낌을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곳에서 보낸 시간이 나를 행복하게 했기 때문에, 해바라기가 자연스레 해를 향하듯 그곳으로 발걸음이 향한다는 것을. '더 좋고 효율적인 방법'이 있지만, 굳이 이유 없이 자꾸만 같은 길을 선택하게 된다면, 어쩌면 나의 무의식이 이미 그 행위에 가치를 부여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가치는 나만이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이유 없이 자꾸만 하게 되는 나만의 루틴이 있다면, 한 번쯤 유심히 바라보아라. 그것이 행복으로 가는 나만의 열쇠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