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푸른 달빛 아래 몽환적이면서도 서늘한 긴장감이 도는 포스터는 이 작품이 품은 신비로운 서사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뮤지컬 <해몽가>는 영화진흥위원회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 사업 선정작인 영화 <잠의 왕(가제)>(원작 하기호)의 시나리오를 토대로 무대화한 팩션 사극 뮤지컬이다.
정조가 불면증에 시달렸다는 역사적 기록을 모티브로, 트라우마로 인해 악몽과 광증에 시달리는 왕세손 '이산'과 그를 치유하기 위해 궁으로 입궐한 해몽가 '유견'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의 서사는 궁궐이라는 공간에서 전개된다. 해몽가 유견은 왕세손 이산의 불면증을 고치기 위해 처방을 내리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산의 악몽 속으로 직접 들어간다. 치료가 거듭될수록 두 인물의 관계는 치유자와 피치유자라는 평면적인 구도를 넘어선다.
이산은 유견을 통해 자신의 악몽 속에 깊숙이 숨겨져있는 과거의 파편과 직면하고, 유견 역시 이산의 꿈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궁궐 가장 깊은 곳에 은폐된, 금기와 같은 비밀과 마주하게 된다. 극은 이 과정에서 두 인물이 겪는 심리적인 균열과 관계의 변화를 밀도있게 다루며 서사를 구축한다.
이번 공연을 앞두고 공개된 두 가지 버전의 캐릭터 포스터는 작품이 지닌 서사적 결을 시각적으로 예고하고 있다. '저잣거리 버전'은 유견과 이산이 만나기 전, 서로 다른 세상에 머물던 두 사람의 모습을 담았다. 반면, '궁궐 버전'은 입궐 이후 치료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물들의 결연한 의지와 내면의 불안감을 대비시켜, 작품이 그리는 심리적 대치 상황을 시각화했다.
해몽가 '유견' 역에는 지난 트라이아웃 공연부터 섬세한 감정 연기로 작품의 서사를 이끌어온 황두현이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른다. 함께 유견 역을 맡은 정민은 <팬레터>, <비스티> 등에서 보여준 깊이 있는 연기력으로, 김도빈은 <라흐마니노프>와 <이솝이야기> 등에서 입증한 강렬한 존재감으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박유덕 또한 <이터니티>, <프라테르니테> 등에서 쌓아온 탄탄한 내공으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왕세손 '이산' 역에는 <빵야>, <엘리펀트 송> 등에서 탁월한 캐릭터 해석을 선보인 김지온이 합류한다. 아울러 <헤이그>, <소란스러운 나의 서림에서>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 윤은오와, <난설>과 <프라테르니테> 등에서 독보적인 매력을 각인시킨 윤재호, 드라마와 무대를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한 홍성원이 가세해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작품은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두 인물의 여정을 통해 질문을 던진다. 악몽은 과연 인간의 기억을 파괴하는 재앙인가, 아니면 잊으려 했던 진실을 마주하게 하는 냉혹한 거울인가. 치유를 갈망하는 자와 진실을 숨겨야 하는 자가 악몽 속에서 서로의 비밀을 파헤치는 이 치열한 과정은 관객들에게 '진정한 치유란 무엇인가', 그리고 '인간은 무엇을 감당하며 살아가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화두를 던진다.
지난해 11월 아트포레스트 2관에서 진행된 트라이아웃 공연은 신선한 소재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 본공연은 트라이아웃 당시의 가능성을 바탕으로, 서사를 보강하고 주요 넘버를 수정·보완했으며, 확장된 극장 규모에 맞춰 새로운 무대와 연출을 선보일 예정이다.
뮤지컬 <해몽가>는 오는 6월 25일부터 9월 13일까지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