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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빈틈의 기술 - '마이클'과 '백룸' [영화]

서사의 공백이 독이 될 때와 약이 될 때

by 김수민 에디터
2026.06.0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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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원형을 스크린으로 옮길 때, 감독은 필연적으로 서사의 생략과 강조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이때 발생하는 서사의 빈틈은 양날의 검과 같다.


최근 개봉한 영화 〈마이클〉과 〈백룸〉은 이 서사의 빈틈이 어떻게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대조군이다. 대중이 모두 아는 거대한 대상을 다룰 때, 서사의 빈틈이 한계로 작동했던 〈마이클〉과 정체를 숨긴 빈틈을 통해 환상성을 지켜낸 〈백룸〉을 통해 그 차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영화 〈마이클〉: 결국 남는 것은 음악


 

〈마이클〉의 서사에서 눈에 띄는 공백은 당대 미디어가 그에게 가한 폭력성을 정면으로 다루지 않는 점에 있다. 치열한 언론과의 갈등이 생략되면서 그의 서사에서가장 본질적인 문제를 우회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영화는 언론이 MJ에게 가한 괴롭힘에 대한 부채감을 전부 조셉 (마이클의 아버지)에게 넘긴다. 언론의 가해가 흐릿하게 묘사된 만큼 거대한 슈퍼스타가 겪는 내면의 고뇌 역시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는다.

 

 

 

 

특히, 영화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앨범 《Thriller》는 스타에 대한 고충, 선동하는 미디어, 여론에 휩쓸리는 대중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담은 곡들이 담겨있다. MJ가 직접 송라이팅한 ‘Wanna Be Startin' Somethin', Billie Jean’ 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이 명반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MJ가 느꼈을 감정선이 제대로 묘사되지 않는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더욱 영화 개봉 시점에 맞춰 〈마이클 잭슨 재판: 평결〉을 공개한 넷플릭스의 행태까지 더해져 영화를 본 후 느낀 답답함의 무게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결과적으로 영화 〈마이클〉은 2026년 현재 시점에서 MJ를 바라보며 입체적인 캐릭터로 제시하기보다, 화려한 무대와 영웅적 서사 구조를 재현하는 데 집중한다. 음악 영화로서는 화려하게 다뤄진 데에 비해, 한 인물을 다루는 전기 영화로서 인물이 단순하게만 묘사되었다는 아쉬움을 지우기 어렵다. MJ의 라이트 팬의 입장에서 영화를 통해 그의 새로운 면모를 알고자 하는 컸기에 그렇다. 물론 이러한 한계는 MJ의 주변인들과 유족 측의 이해관계 및 갈등이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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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영화가 화려한 음악과 영웅적 묘사에 집중한 만큼 큰 대중적 흥행과 함께 그의 음악이 다시금 조명받는다는 점이 긍정적인 대목이다. 기존에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진입하지 못했던 곡들까지 차트인을 달성하고, 젠지 팬층이 유입되는 현상을 보고 있으면 영화 자체에서 느꼈던 아쉬움이 상쇄되는 기분이 든다.


오히려 영화가 복잡한 서사구조와 민감한 논점을 정면으로 제기했더라면 그가 또다시 가십의 중심에 서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도 그가 더 이상 그런 방식으로 소비되는 것을 원치 않기에, 음악을 통해 다시금 대중적 사랑을 받는 지금의 흐름이야말로 그가 바라던 결과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영화 〈백룸〉: 환상은 설명되는 순간 사라진다



 

 

반면, 〈백룸〉은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한 번쯤 접해보았을 도시전설 속 공간을 다루면서도 그 정체는 끝까지 미스터리한 영역에 남겨둔다. 만약 대형 영화가 백룸의 실체에 대해 ‘이것이다’라고 명확한 해답을 내렸다면, 대중이 상상하던 공간의 환상적 매력은 그 즉시 반감되었을 것이다. 이 공간을 미스터리한 내면의 공간으로 끝까지 남겨놓았다는 점이 이 영화에 가장 돋보이는 장점이다.


〈백룸〉에서 백룸은 인물의 내면의 트라우마와 결핍이 담긴 공간으로 보인다. 특히 주인공 ‘클락’은 백룸을 현실로부터의 도피처로 여긴다. 건축가를 꿈꾸었으나 현실에 부딪혀 가구점을 운영하게된 그가 백룸을 넘나들며 미스터리한 공간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그에게 이전엔 볼 수 없던 생동감까지 느껴진다.


이에 대해 함께 관람한 동생이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어른제국의 역습〉을 떠올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 영화 모두 일상적이면서 현실의 맥락이 제거된 공간, 즉 ‘리미널 스페이스’를 배경으로 삼는다는 공통점을 공유한다. 클락이 현실의 좌절을 잊기 위해 가구점 너머의 기이한 공간에 매료되듯, 어른제국의 어른들 역시 현재의 피로를 지우기 위해 박물관이라는 거대한 가상 세계로 걸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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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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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백룸의 한가운데에서 ‘메리’(클락의 테라피스트)가 기억 속 뒤틀린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있는 장면은 해적 클락과 싸우며 그녀의 트라우마와 격렬한 사투를 벌이는 모습과 대비되며 서늘한 허망함을 남긴다. 백룸이라는 미지의 공간에서 죽음이 암시되는 모호한 모습으로 끝맺는 결말은 의도된 불친절함으로 느껴진다. 결론적으로〈백룸〉은 의도된 미스터리함으로 무장된 영화이기에 매력적임에도 서사 구조의 빈틈과 불친절한 설정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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