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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서로 주고받는 격려에 대하여 - 연극 '오펀스' [공연]

납치에서 시작하는 형제의 성장극

by 김승주 에디터
2026.04.2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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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오펀스>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극 <오펀스>가 2026년 사연으로 돌아왔다. 재연, 삼연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었던 젠더프리 캐스팅과 함께. 정인지, 문근영, 최석진, 오승훈 배우가 트릿 역을 맡는다. 김시유, 김주연, 최정우, 김단이 배우가 필립으로, 박지일, 우현주, 이석준, 양소민 배우가 해롤드 역으로 무대에 선다.

 

<오펀스>라는 작품은, 작품을 관람한 적 없는 대학로의 연극/뮤지컬 팬들에게 ‘예쁜 에코백’으로도 기억된다. 혜화역에서 공연장 골목을 가는 길을 찾지 못하겠거든, 이 에코백을 멘 사람을 따라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에코백에 적혀 있는 공연의 명대사는, 해당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듣기만 해도 공연의 감동을 떠오르게 하는 대사이다.

 

이번 2026년 시즌 에코백에 적힌 것은 해롤드의 대사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모든 젊은이들의 어깨는 격려가 필요하지'. 연극 <오펀스>에서 해롤드의 격려가 어떻게 드러나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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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북부에 위치한 낡고 허름한 집에 살고 있는 고아 형제 트릿과 필립.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형 트릿은 좀도둑질로 동생 필립을 부양하며 아버지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동생에 대한 사랑과 강한 보호심, 그리고 버림받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트릿은 필립이 지식 없이 문맹으로 순수하게 살기를 강요하며, 이미 지나간 유년 시절에 동생을 가두어 그가 성장할 기회를 빼앗는다.


어린 시절 알레르기 반응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필립은 자신이 밖으로 나가면 죽는다고 생각해 결코 집을 떠나지 못한다. 하지만 외부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는 필립은 TV 시청과 신문에 실려 있는 낱말 맞추기, 그리고 집안에 굴러다니는 오래된 책 속의 단어들에 밑줄을 치며 형 몰래 은밀한 학습을 시도한다.


한편, 트릿은 어느 날 해롤드라는 이름을 가진 시카고 갱스터를 집으로 납치해 온다.


2주 후, 해롤드와 두 형제의 이상한 동거는 시작 되고, 세 사람은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알 수 없는 감정에 빠져들며 점차 가족이 되어 가는데...

 

- 연극 <오펀스> 시놉시스

 

 

 

격려를 통해 피어나는 아이의 가능성


 

작중 ‘필립’은 형 트릿의 폭력적인 보호 아래, 집 바깥으로 나가지 못한다. 그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광고와 상품의 이름을 줄줄 읊을 만큼 명석하고, 신문과 책을 통해 단어를 스스로 깨우칠 수 있을 만큼 똑똑하다. 동시에 순수하고 다정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는 형 트릿을 아주 사랑하면서도, 그가 때때로 내비치는 폭력성을 본능적으로 거부한다. 그러나 이 사랑스러운 아이는, 자신이 어떤 재능을 갖고 있는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집 밖에 대한 두려움, 형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자신의 결정과 선택을 믿지 못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해롤드는 이 아이에게 처음으로 ‘격려’를 해 준다. 값싼 동정이나 함부로 껴안는 무책임한 사랑과는 다르다.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그의 선택과 결정을 지지한다고 표시한다. 필립은 그의 격려를 받고, 스스로 선택하고, 생각하게 된다.

 

 필립을 가장 두렵게 했던 것은 ‘길을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 이었다. 바깥 세상에 알러지가 있다는 것도, 형이 나가지 말라고 했다는 것도 물론 두려웠지만, 그가 가진 더 크고 근본적인 두려움은 사랑하는 집과, 사랑하는 형과 멀어지고 그것을 다시는 찾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필립은 동시에 바깥세상에 대한 궁금함과 열망은 갖고 있었다.

 

 해롤드는 그런 그에게 지도를 준다. 지하철 토큰을 주고, 그와 함께 산책한다. 바깥세상으로 한 걸음 나아간 필립은 더 이상 ‘바깥에 나가면 죽게 될 것’이라는 트릿의 말이 두렵지 않다.

 

해롤드의 격려를 통해, 필립은 자신의 가장 큰 두려움을 극복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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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릿, 격려를 받을 줄 모르는 아이


 

그렇다면 트릿은 필립을 왜 바깥세상에 내보내지 않았을까.

 

그 역시 필립의 재능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그는 필라델피아 지도를, 지하철 토큰을 주지 않았을까. 그것은 트릿이 너무나도 일찍 보호자의 위치에 내던져졌기 때문일 것이다.

 

해롤드가 이야기했듯, 트릿에게는 폭력성이 있다. 어느 정도는 본능적으로 그에게 내재된 부분일 것이고, 어느 정도는 그가 거리에서 ‘앵벌이 키즈’로 살아남기 위해 두른 폭력성이었을 것이다.

 

보호자가 없고 폭력적인 아이에게 거리가 돌려준 것은 격려가 아닌 위협이다. 트릿은 자신이 보살펴야 하는 필립을, 그 위협으로 내보낼 수 없다. 또 그는 필립이 똑똑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다. 그리고 그는 상실을 기억한다. 만일 필립이 길을 알게 되면, 바깥으로 나갈 수 있게 된다면 자신이 기억하는 부모가 자신을 그랬던 것처럼 필립도 자신을 떠나게 될까, 트릿은 본능적으로 두려워한다.

 

필립이 알지 못하는 거리의 위협, 그리고 필립이 아기였기 때문에 기억하지 못하는 부모의 상실은 트릿의 내면에 깊이 남는다. 위협에 위협으로 반응하는 것, 그리고 상실을 겪고 싶지 않다는 그의 본능적인 거부는 해롤드가 제공하는 격려에 대한 거부로 이어진다. 그 역시 격려가 필요한 젊은이였음에도, 앵벌이 키즈로서의 삶에 이미 길들여진 트릿은 격려를 거부하고 인정을 갈구한다.

 

트릿은 해롤드의 사망 이후에야 자신이 격려를 원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역시 ‘오펀스’, 고아 중 한 명이고, 여전히 어린 아이고, 필라델피아 거리를 활보하지만 그뿐이라는 것을, 그 바깥으로 발을 내딛기 위해서는 격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에게는 필립이 있다. 트릿을 떠나지 않고, 해롤드에게 받은 격려를 기억하고 있으며, 그를 격려해줄 수 있는 동생이.

 

관객들은 그들의 관계에서 격려의 가능성을 엿본 채, 극장을 나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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