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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하이퍼모던 주체’에게 - 우아한 사고를 위한 철학

우리에게는 우아함이 필요하다

by 강민경 에디터
2026.04.1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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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과거보다 개선되었을 것이라는 믿음은 여전히 유효한가? 인터넷과 SNS의 보급 이후 우리네 삶의 모습은 비가역적으로 변화해왔다. 변화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고, 현대인은 새로운 갈등 앞에 마주 서있다. 특히 삶의 핵심 가치인 ‘행복’ 측면에서 문제를 겪고 있다. 초두에 던진 질문으로 돌아가보자면, 인류의 삶은 이전보다 더 행복한 방향으로 변화하지 않았다. 분명 평균 수명도 늘었고, 외부세계로부터 받는 위협도 줄었다. 그러나 행복은 물질적 조건의 개선과 크게 관련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고립감이 깊어지며 아무리 채워도 부족한 정신적 빈곤 상태에 빠져 있다. 그렇다면 행복한 삶은 어떻게 영위할 수 있는 것이며, 또 현 시점에서 우리가 취해야 하는 태도는 무엇인가? 『우아한 사고를 위한 철학』은 이것이 ‘우아함’이라는 가치의 복권으로 가능하다 말하고 있다.

 

 

 

디지털 공간 속 타자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구절로 대표된다. 언어로 명명했을 때 비로소 존재의 본질이 구현된다는 주제의식을 전달해준다는 점에서 자주 인용된다. 동시에 타자와 나 사이의 관계는 ‘호명’이라는 상호적 행위로 형성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디지털 공간에서는 호명과 타자에 대한 인식이 희미하다. 내가 타자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빅데이터가 선별한 단편들을 일방향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1장 “정신적 빈곤”의 ‘타자의 간헐성과 가상성’ 파트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디지털 맥락에 깊게 연결된 현대인, 즉 하이퍼모던 주체는 타자를 인식할 때 불연속적으로 이해하기에 집단 정체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디지털 공간 이전의 타자는 물리적 존재성으로부터 연속성의 감각을 체득했지만, 지금 그 육체성은 희미해지고 있다. 게다가 디지털화와 인공지능, 그리고 빅데이터는 타자를 해체하고 선택적으로 취하게 만든다. 온전한 존재에서 비롯되는 존엄성이 필연적으로 훼손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More Hyper


 

간헐성과 가상성은 국지적으로 고립된 문제가 아니라 시대의 흐름이라 볼 수 있다. 요새 SNS 등지에서 자주 쓰이는 ‘하입되다’라는 표현이나, 근래 유행하는 장르인 ‘하이퍼 팝’에서 볼 수 있는 ‘하이퍼’라는 표현은 ‘Hyper-‘라는 접두사를 의미한다. 일상어에서 사용할 때 결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과잉’이나 ‘가속’이라는 핵심 의미를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이 상황에 처한 현대인을 ‘하이퍼모던 주체’라 명명한다. 언어에 이미 동시대의 감각이 투영되어 있는 것이다. 하이퍼모던 주체는 과잉과 가속 속에서 타자를 잃고, 결국 자기 자신도 잃어간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스크린은 평온함을 잃게 만들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타자의 이미지에 영향을 받아 경쟁적으로 모방하려 한다. 박스오피스 1위 영화를 보면 티켓과 크레딧 사진을 찍어 올려야 하고, 최신 유행 팝업스토어에 들르면 실시간으로 스토리를 업로드해야 한다. 초조하게 쫓기는 디지털 공간 속 속도와 경쟁 때문에 스스로 원해서가 아니라, 뒤처지지 않기 위해 움직이며 살아간다.

 

 

 

이 시대에 필요한 우아함


 

저자는 2장 “우아하게 살기”에서 하이퍼모던 주체를 위한 해법을 제시한다. 그 해법은 낯설지 않다. 바로 우아함을 복원하는 것이다.

 

우아함의 구성요소는 품위, 고귀함, 단순함이다. 윤리적 차원에서 우아함이란 지나치거나 반복하지 않으며, 피로감을 가져오지 않는다. 미적으로는 조화롭거나 고요하고, 침착한 분위기를 뜻하고, 정서적 차원에서는 감정에 지나침이 없이 자신을 다스리는 태도를 의미한다. 세 차원을 관통하는 핵심은 곧 ‘지나치지 않음’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앞서 말했듯 현 시점에 정보는 과잉이고, 감정 표현은 극단으로 치닫고, 관계는 파편화되어 있다. 하이퍼모던 시대는 우아함의 정반대항을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저자가 우아함을 처방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결핍된 것이야말로 가장 절실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저자는 하이퍼모던 주체의 우아함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포스트 행복’을 지향점으로 내세운다. 쾌락이나 성취가 아닌, 활력(뒤나미스)을 유지하고, 스스로에게 생기(프뉴마)를 불어넣는 삶의 태도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과도하게 하입되어 방향을 잃은 시대에 하나의 지향점을 제시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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