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로 감정을 움직일 수 있을까?
이머시브라는 장르는 뮤지컬과 연극 음향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계를 허물고, 관객이 더욱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형식이다.
이머시브 형식에 더해, 피아노·바이올린·첼로로 구성된 클래식 트리오와 신시사이저라는 다소 낯선 조합을 통해 새로운 청각적 경험을 제시하는 <2026 IMMERSION 몰입>을 소개하고자 한다.
공연을 보기 전.
전통적인 악기의 섬세한 울림과 전자 사운드의 날카로운 질감이 교차하며 관객을 하나의 ‘몰입 상태’로 이끈다는 점에서 단순한 연주를 넘어선 실험처럼 보였다. 음악을 통해 서사를 전달하는 시도가 가능할지, 이 소리들이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지에 대한 기대가 들었다.
특히 사운드와 악기 본연의 소리가 어떻게 조화롭게 어우러질지 기대를 안고 공연장에 들어갔다.

공연은 신시사이저가 만들어내는 넓고 어두운 공간 위에 클래식 악기의 전통적인 소리가 얹히는 구조로 진행되었다. 악기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분명한 존재감을 유지했고, 앙상블 또한 안정적으로 이어졌다.
그 속에서 느껴지는 사운드는 허무하고 애절한 정서를 중심으로 흘러갔다. 공연 주제처럼 마치 어딘가로부터 멀어져 있는 듯한, 혹은 돌아가고 싶은 어떤 지점을 향해 있는 감정들이 모여 있었고 이는 ‘우리 모두의 마음 속 한켠에는 고립된 우주인이 살아가고 있다’는 메시지와도 맞닿아 보였다.
연주와 어우러지는 독백 이후, 어딘가를 떠돌던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섬집 아기’의 음악이 흐를 때 이 공연의 주제가 더욱 직접적으로 와닿았다. 또한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공간을 유영하듯 퍼지는 이머시브 효과 역시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다만 공연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명확히 붙잡기는 쉽지 않았다. 음악을 통한 스토리텔링이라는 의도는 느껴졌지만, 그것이 하나의 명확한 서사로 이어지기보다는 감정의 단편들로 남는 인상이 강했다. 신시사이저가 점차 고조되며 등장하는 방식이었는데, 두 요소의 명확한 조합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연을 봐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잃어버린 과거의 순간들을 그리워한 적이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잊고 살아가고 있는가”
명확한 설명 대신 질문을 남기기 때문이다.
관객 각자가 스스로 의미를 떠올리고 연결하도록 하며,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전달하기보다 감정의 조각을 흩어놓는 방식을 택했다. 여러 질감의 소리가 겹쳐지고, 악기 자체의 울림과 0과 1로 만들어진 전자 사운드가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는 순간은 공연의 주제인 ‘몰입’에 점차 가까워지게 만든다.
이 공연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오래 남는다.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를 따라가기보다, 느낀 감정을 붙잡고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단순한 몰입을 넘어, 공연 이후까지 이어지는 감각의 경험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