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여행지'라고 했을 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지역들은 보통 다음과 같다. 시부야, 신주쿠, 이케부쿠로, 긴자 등등.
그런데 '시모키타자와'라는 이름은 아마 많은 이들에게 낯설 것이다. 신주쿠·시부야 지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동네인 이곳은 대도시나 유명 관광지는 아니지만 빈티지 마니아들에게 나름 잘 알려져 있다.
역에서 나서자마자 보이는 탁 트인 광장은 사람들로 가득한 대도시와는 또 다른 설렘을 준다. 비교적 한적한 거리, 급할 것 하나 없다는 듯 여유로운 발걸음의 사람들.
그 가운데 이방인으로서 선 나는 숨은그림찾기에 들어온 것처럼 그곳에 스며든다.
재작년에 시모키타자와를 방문했을 때는 때마침 일본의 축제인 마츠리 (まつ り)가 열리고 있었다.
막 어둑해지려는 하늘과 붉은 등불이 후덥지근한 여름 공기와 만나 미디어 속에서 보던 일본의 풍경 속으로 들어온 것만 같았다. 등불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이 북소리에 맞춰 다 같이 율동을 하는 것을 한참이나 지켜보다가 발걸음을 옮겼던 기억이 있다.
시모키타자와는 빈티지·앤틱샵, 그리고 개성 넘치는 옷 가게들로 유명하다.
가게마다 스타일이 명확해서 평소 자신이 잘 입지 않는 스타일이더라도 구경하는 맛이 있을 것이라 장담한다. 작년에 방문했던 < mocha >라는 가게에는 독특한 패턴의 넥타이와 화려한 액세서리가 많았는데, 마네킹의 스타일링도 세련되어서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 Swing Toys >는 캐릭터가 프린팅된 빈티지 티셔츠를 위주로 판매하는 가게이다.
의류뿐만 아니라 작은 소품이나 장난감을 함께 팔고 있다. 파워 퍼프 걸, 심슨, 디즈니, 세일러문 등 추억의 캐릭터뿐만 아니라 유명 영화의 주인공까지 덕후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티셔츠들이 가득하다.
< メキシコ雑貨PAD下北沢 >는 시모키타자와를 검색하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가게 중 하나이다.
멕시코 잡화 가게로, 십자가나 성모 마리아상 등 가톨릭을 모티브로 한 소품을 다수 판매한다. 소품들의 디자인과 색상이 팝하고 키치해서, 분명 종교적인 색채가 가미된 소품이 많은데도 부담스럽기는커녕 힙하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색색의 성모 마리아상은 전부 다 방 한쪽에 전시해 두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색감이 끊임없이 눈을 사로잡았다.
시모키타자와는 수프 카레 가게가 유독 많은 곳이기도 하다. 수프 카레마저도 가게마다 맛이 꽤나 다른 편이라서, 입맛에 맞는 가게를 찾아보는 것도 여행 중 하나의 재미 요소가 될 것이다.
빈티지로 유명한 동네인 만큼 시모키타자와에서는 플리마켓도 자주 열린다. 괜히 기웃거리며 독특한 디자인의 옷들을 뒤적이다 보면 운 좋게 보물찾기에 성공할지도 모른다. 젊음이 가득한 거리에 섞여 골목을 누비다 보면 금세 가판대 하나, 화단 하나에도 정을 붙이게 된다.
옷 가게, 식당, 오가는 사람들 모두 자신의 색채를 또렷하게 외치고 있는 곳. 여러 손을 거쳐 온 물건들이 가득한 장소인 만큼, 이곳에서 저곳으로 정처 없이 떠돌고 싶은 이들에게 잘 어울리는 곳이다.
도쿄 여행 중 떠들썩한 도심을 떠나 잠시 여유를 부리고 싶어졌다면 시모키타자와에 들러보는 것은 어떨까. 당신이 누구든, 그곳에서 가장 낯설면서도 동시에 이질감 하나 없는 완벽한 이방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