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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무엇이 진실인가? - 연극 '빅 마더' [공연]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시대, 우리가 취해야 될 태도는?

by 정선민 에디터
2026.04.0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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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둔 미국, 현직 대통령의 미성년자 성추문 영상이 공개되며 뉴욕 탐사 기자들은 그 영상의 출처와 진위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연극 <빅 마더>는 처음에는 익숙한 정치 스릴러처럼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사건은 단순한 폭로를 넘어 정치, 미디어, 데이터가 맞물린 거대한 구조로 확장된다. 진실을 찾으려는 기자들의 움직임보다 더 빠르게 여론은 반응하고, 정보는 이미 각자의 입장에 맞게 해석되기 시작한다.

 

연극은 끝까지 ‘무엇이 사실인가’를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공개된 영상이 실제 촬영된 것인지, AI 기술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마지막까지 분명하게 알 수 없다. 여당은 정치적 공작이라고 주장하고, 야당은 실제 영상 증거를 획득하지는 못했지만, 대통령이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 AI 영상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양쪽 모두 자신들의 논리를 강화하기 위해 같은 사건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고, 관객은 어느 한쪽도 쉽게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다.

 

이 지점에서 작품은 음모론과 조작된 정보가 어떻게 현실을 압도하는지를 보여준다. 인터넷 환경에서는 정보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빠르게 확산되고, 이미 그 정보가 소비된 이후에는 정정이나 추가 설명이 쉽게 힘을 얻기 어렵다. 익숙한 주장, 자극적인 문장,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정보가 사실보다 먼저 사람들의 판단을 결정한다. 무엇이 진실인지보다 어떤 정보가 더 빨리 퍼지고 더 많이 소비되는지가 중요해지는 구조 속에서, 진실은 점점 설 자리를 잃는다.

 

연극 속 상황을 보며 지금 우리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도 떠올랐다. 우리는 이미 알고리즘과 개인화된 정보 환경 안에서 각자 다른 뉴스를 본다. 자주 클릭한 기사, 오래 머문 영상, 평소 관심을 보였던 주제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들이 계속 피드에 노출되고, 그렇게 내 눈앞에 자주 등장하는 정보를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더 쉽게 믿게 된다. 실제로 무엇이 사실인지는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흐름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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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환경 속에서도 뉴욕 탐사 언론 기자들의 움직임은 인상적이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끝까지 자료를 추적하고, 권력의 압박 속에서도 폭로 기사를 발행한다. 하지만 어렵게 세상에 나온 기사는 거대한 정보의 흐름 속에서 금세 묻히고, 기자들 역시 아무도 모르게 희생된다. 진실을 밝혀도 세상이 곧바로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작품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남겨진 자료와 정보를 이어받아 다시 취재를 시작하는 또 다른 기자 집단을 보여주며, 진실에 다가가는 시도는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남긴다.

 

기자들의 긴박한 취재 과정과 혼재된 정보들은 빠른 장면 전환과 밀도 높은 대사를 통해 더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정보가 끊임없이 교차하고 시선이 계속 흔들리는 연출 덕분에, 무대 위 긴박함은 객석으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관객 역시 사건의 진위여부를 판단할 틈 없이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그 흐름이 지금 우리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과 꽤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뉴스와 영상, 서로 다른 해석들 사이에서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다음 정보를 위해 스크롤을 넘기는 모습은 너무나도 익숙한 일상이기 때문이다.

 

연극 <빅 마더>는 자연스럽게 질문을 남긴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나는 얼마나 쉽게 익숙한 방향으로만 판단하고 있었는지, 어떤 정보는 왜 더 쉽게 믿게 되는지.

 

결국 중요한 건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소비하는 능력보다, 눈앞의 정보를 끝까지 의심하고 맥락 안에서 다시 판단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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